해외 방산 투자금 2조2188억원 중 0.58% 집행…한화 계열사 KAI 지분 15.89% 확보
KAI 핵심인력 70명 한화로 이동·경영권 확보 의혹에도 국회 직접 검증 무산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보에 1조7000억원 이상을 투입하면서 방산시장 독과점과 경영권 인수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은 무산됐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주에게서 조달한 해외 방산 투자금 2조2188억원 중 0.58%만 집행한 상황에서 KAI 지분을 대거 사들여 투자 우선순위와 경영권 확보 계획에 대한 검증 필요성이 제기된다.
15일 국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국회 국방위원회는 전날인 14일 종합감사 추가 증인 명단을 확정하면서 김 수석부회장을 포함하지 않았다. 오는 26일 종합감사를 앞두고 한화의 KAI 지분 확대 배경과 경영권 확보 계획을 핵심 경영진에게 직접 확인할 기회가 무산된 것이다.

김 수석부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그룹의 방산·우주항공 사업을 이끄는 핵심 인물이다. KAI 지분 매입을 주도한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등기 대표이사도 맡고 있어 대규모 지분 취득의 배경과 향후 경영권 확보 계획을 설명할 주요 책임자로 거론된다.
앞서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한화의 KAI 인수 추진 가능성과 방산시장 독과점 문제 등을 확인하기 위해 김 수석부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천 의원은 김종출 KAI 대표이사 사장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관련 증인으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방산시장 집중 우려에 KAI 핵심인력 70명 이동…국감 직접 검증 불발
지난 13일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천 의원은 한화가 KAI까지 인수할 경우 국내 방산시장의 집중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와 KAI의 합산 방산 매출 비중이 국내 시장 기준 40~50%, 주요 방산 4개 기업 기준 60~70%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도 제시했다. 다만 해당 수치는 의원 측 추산으로, 산정 기준에 대한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황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서는 최근 5년간 KAI 인력 최소 70명이 한화 계열사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옮긴 인력은 50명이다. 다만 이직 과정에서 불법적인 인력 유출이나 기술유출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두 기업은 이미 KF-21 전투기 사업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KAI가 전투기 개발과 최종 조립을 맡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F414 엔진을 면허생산하며, 한화시스템은 AESA 레이더를 공급한다.
한화가 KAI 경영권까지 확보하면 핵심 부품 공급업체와 완제기 제조업체가 같은 기업집단에 속하게 된다. 부품 공급가격과 기술정보 접근, 방위사업청의 조달 협상력 등에 미칠 영향을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국감에서 방산시장 집중에 따른 위험과 규모의 경제에 따른 경쟁력 강화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KAI 민영화에 관한 정부 정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해외 투자금 0.58% 집행에 KAI 주식 대거 매입…미국 법인도 동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026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조달한 2조9188억원 가운데 해외 방산업체 지분투자용 2조2188억원의 집행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128억7300만원에 그쳤다. 계획액의 0.58%다.
계열사들이 참여한 1조30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서도 해외 조선업체 지분투자용 8000억원은 집행 실적이 없었다. 회사는 미사용 자금 3조7049억원을 정기예금 등으로 운용하면서 미집행 사유를 ‘자금사용시기미도래’라고 밝혔다.
반면 KAI 지분 확보에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상반기 KAI 주식 578만6468주를 9170억1100만원에 매입했다. 7월 초 추가 매입분 약 1866억원까지 합하면 약 1조1036억원이다.
한화시스템의 매입분까지 합산하면 두 회사의 KAI 주식 취득액은 공시금액과 취득단가를 활용한 추정액 기준 약 1조7284억원에 이른다.
미국 자회사도 KAI 주식을 확보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월 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에 약 1800억원을 출자했고, 사흘 뒤 기준으로 이 법인은 KAI 지분 1.01%를 보유한 것으로 공시됐다. 취득금액은 1807억9300만원이었다. 출자금과 취득금액이 유사하지만 실제 자금 사용 경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7월 8일 KAI 지분율 9.90%에서 매입을 멈췄고, 다음 날부터 한화시스템이 주식을 사들였다. 상장사 지분 10% 이상 보유에 따른 주요주주 규제를 의식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한화 계열사들이 확보한 KAI 지분은 총 15.89%로, 한국수출입은행(26.41%)에 이어 2대 주주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공시했지만 임원 선임이나 합병 등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 31일 지분 취득을 승인하면서도 현재 지분율만으로 실질적인 지배관계가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KAI 노동조합은 한화의 경영권 인수 가능성에 반대하며 한국수출입은행의 18억원 규모 항공우주산업 컨설팅 추진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방산업체 경영권 인수 승인 과정에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안보 관련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외 방산 거점 확보를 위해 장기 투자가 필요하며, 미집행 자금은 아직 사용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KAI 지분 매입에 주주배정 유상증자 대금이 전용됐다는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해외 투자용 증자대금의 집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KAI 지분 확보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방산시장 집중과 핵심인력 이동 문제까지 제기된 만큼 투자 우선순위와 경영권 확보 계획에 대한 설명이 요구된다. 김 수석부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이 무산되면서 이 같은 쟁점을 그룹 핵심 경영진에게 직접 확인할 기회는 일단 사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