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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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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침묵 속 ‘TMC 심해채굴’ 법률검토 보고받은 고려아연…최윤범 회장 일가 지분 낀 켐코로 향하는 심해 자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열리고 있는 제31차 국제해저기구(ISA) 총회가 31일 폐막을 하루 앞둔 가운데, 고려아연의 심해저 광물 채굴 기업 투자를 검토하라는 환경단체의 요구에 정부는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정작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미 10개월 전 해당 투자에 대한 법률 검토를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윤범 회장이 사내이사로 있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2025년 9월 19일 회의에서 'TMC 투자 관련 법률 검토'를 보고받은 사실이 사업보고서에 기재돼 있다. (출처=고려아연 사업보고서)
최윤범 회장이 사내이사로 있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2025년 9월 19일 회의에서 ‘TMC 투자 관련 법률 검토’를 보고받은 사실이 사업보고서에 기재돼 있다. (출처=고려아연 사업보고서)

■ 그린피스 “고려아연 TMC 투자 검토하라”…폐막 하루 앞두고도 정부는 무응답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이번 총회 개막일인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한국 정부는 고려아연의 더메탈스컴퍼니(TMC) 투자를 검토하고 심해저 채굴 중단 지지를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ISA 승인 없이 심해저 채굴을 밀어붙이는 기업에 한국 기업의 자금이 들어간 만큼,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인 한국 정부가 이를 확인하고 차단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쟁점은 심해저에 대한 국제법상 관리 체계다.

유엔해양법협약은 어느 나라의 관할권에도 속하지 않는 심해저와 그 자원을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규정하고, 채굴과 유통은 반드시 ISA의 승인 체계를 거치도록 못 박고 있다.

그런데 캐나다 심해저 광물 개발업체 TMC는 지난해 3월 세계 최초의 상업 심해저 채굴을 선언한 뒤, ISA가 아니라 미국 국내법에 근거해 미 해양대기청(NOAA)에 채굴 허가를 신청했다. ISA 사무국은 국제해저에 대한 배타적 관할권을 강조하며 우려를 표했고, 산하 법률기술위원회는 지난해 총회를 계기로 TMC의 계약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조사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이 8천520만 달러를 투입해 TMC 지분 약 5%를 확보했다고 밝힌 것이 지난해 6월이다. ISA 체제를 우회한 기업이 국제기구의 조사 대상에 오른 직후, 국내 최대 비철금속 제련사의 자금이 그 회사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유엔해양법협약 제137조와 제139조는 당사국이 자국 기업의 무단 심해저 채굴 가담을 막을 입법·행정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제해저기구 ISA 회의를 앞둔 지난 7일,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피턴 해역 심해저 채굴 움직임에 반대하는 해상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국제해저기구 ISA 회의를 앞둔 지난 7일,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피턴 해역 심해저 채굴 움직임에 반대하는 해상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역대 유엔해양총회 개최국인 스웨덴과 포르투갈은 심해저 채굴의 사전주의적 중단을, 프랑스는 전면 금지를 이미 공식 지지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회기가 하루 남은 현재까지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 이사회 보고사항에 남은 ‘TMC 투자 법률 검토’…단순 재무투자 아니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고려아연은 이미 해당 투자와 관련한 법률 검토를 이사회에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아연이 지난 3월 제출한 2025사업연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는 지난해 9월 19일 회의에서 ‘TMC 투자 관련 법률 검토’를 보고받았다. 이는 지난해 7월 4일 이사회에 ‘타법인 주식 등 취득 보고의 건’이 올라간 지 두 달여 만이다. 다만 해당 법률 검토를 수행한 주체와 검토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투자 구조 역시 지분 5%가 전부는 아니었다.

회사는 우발부채·약정 주석에서 TMC 지분 취득에 따라 신주인수권(Warrants)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전에 정해진 가격으로 보통주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을 더 늘릴 수 있는 권리로, 파생금융자산으로 잡혀 있다.

지난 5월 낸 1분기 보고서에는 행사 시 보유지분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돼 있고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발행회사 요청에 따라 미행사분이 소멸될 수 있다는 단서가 추가됐다.

그린피스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선다”고 지적한 대목이 회사 스스로의 문서로 뒷받침된 셈이다.

■ 망간단괴의 종착지는 켐코…적자·고부채에 최씨 일가 개인 지분 12.26%

여기서 계열사 켐코가 등장하는 이유는 TMC가 캐낼 광물의 형태 때문이다.

TMC가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퍼턴 해역에서 노리는 것은 니켈·구리·코발트·망간이 뭉쳐 있는 망간단괴(폴리메탈릭 노듈)로, 배터리 소재로 쓰려면 육상 제련·정제 공정을 거쳐야 한다.

고려아연은 TMC가 공급할 자원을 자회사 켐코의 ‘올인원 니켈제련소’ 등에서 가공하는 협력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준비는 이미 진행 중이다. 같은 보고서의 지난해 연구개발 실적 항목에는 ‘망간단괴 내 유가금속 회수 기술’과 ‘망간단괴 처리 공정 개발’이 나란히 올라 있다. 각각 망간단괴에서 이차전지 소재를 회수하는 공정, 니켈·구리·코발트 합금과 실리콘망간을 제조하는 공정을 개발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뽑아낸 니켈이 도착할 곳이 켐코다. 켐코는 대표품목이 황산니켈인 종업원 120명 규모의 니켈 소재 회사로, 고려아연이 지분 73.44%를 쥐고 있다.

문제는 그 켐코의 체력과 지분 구조다.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따르면 켐코는 2025년 매출 2천897억 원, 영업이익 56억 원을 올렸으나 당기순손실은 127억 원이었다. 부채총계 3천606억 원 가운데 차입금이 3천104억 원, 부채비율은 211.35%에 이른다. 지난해 계열사 매출 1천355억 원은 전액 한국전구체를 상대로 발생했는데, 그 한국전구체 지분 51%도 켐코가 갖고 있다.

지분 명부에는 고려아연(73.44%)과 ㈜영풍(6.13%) 외에 개인 이름이 나란히 올라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4.09%, 최제임스성(최내현) 켐코 대표 4.09%, 최민석 씨와 최주원 씨가 각각 2.04%다. 네 사람을 합치면 12.26%로, 심해 자원의 가공 창구로 지목된 회사에 최씨 일가가 개인 명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구조다.

한편 정부가 실제로 검토에 나설 경우 마주할 상대는 TMC만이 아니다. 고려아연은 테네시주 제련소 사업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매개로 미국 정부와 이미 깊게 얽혀 있다.

회사는 미국 전쟁부, 그리고 JP모건 및 대주단과 각각 최대 23억 4천900만 달러 규모의 차입 확약서를 맺었고, 약 74억 3천200만 달러 규모인 이 사업과 관련해 합작법인 크루서블JV에 완공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전쟁부와 체결한 ‘의결권 위임 계약(Irrevocable Proxy)’에 따라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면 해당 지분의 의결권이 미국 정부에 의해 행사될 수 있다.

종속회사를 위해 미국 상무부에 제공한 채무보증도 3천178억 원(2025년 12월∼2035년 12월) 규모다. TMC가 ISA를 우회하기 위해 기대는 정부와 고려아연이 자본·담보로 묶여 있는 정부가 같다는 점에서, 이 사안은 심해저 채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NOAA는 지난 5월 1일 TMC 미국법인의 탐사·상업채굴 통합 신청이 요건을 완전히 충족했다고 판정했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 절차가 남아 있다. TMC는 2027년 1분기 이전 최종 결정을 전망하고 있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캠페이너는 “정부는 고려아연의 자금이 국제법을 우회하는 채굴에 쓰이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고, 엄예은 아주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NOAA의 최종 허가 이전이라도 자국 기업의 투자·조달 구조를 규율할 지침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은 2028년 제4차 유엔해양총회(UNOC4) 공동 개최국이지만 심해저 채굴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공란으로 남아 있다. 고려아연 역시 지난해 9월 이사회에 보고된 TMC 투자 법률 검토의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ISA 총회는 31일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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