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용 자산 25.4% 대여금으로 묶여… 본업 재투자 여력 위축 우려 제기
시장 금리 대비 낮은 대여 이율… “재무적 기회비용 발생 가능성”
글로벌세아 그룹 편입 4년 차를 맞은 쌍용건설이 모회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현금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표면적으로는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경영 정상화에 성공한 듯 보이지만, 재무제표 안을 들여다보면 벌어들인 현금이 회사 내부에 축적되지 못하고 모회사 대여금으로 묶이는 ‘유동성 잠김’ 현상이 나타나면서다.
9일 글로벌세아와 쌍용건설의 ‘2024년도 연결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쌍용건설의 이익 잉여금이 모회사의 운영자금으로 환류되는 구조가 확인됐다.
◇ 현금성 자산의 20%가 모회사로… ‘유동성 미스매치’ 우려
쌍용건설은 2024년 말 기준 글로벌세아에 대한 대여금 한도를 3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증액하고, 이를 2026년 말까지 연장했다.
문제는 이 대여금이 쌍용건설의 기초체력 대비 차지하는 비중이다. 2024년 말 연결 재무상태표 기준 쌍용건설의 ‘현금및현금성자산’ 규모와 대조했을 때, 모회사에 한도로 제공된 500억 원은 가용 유동성의 약 20~30%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건설업은 통상 우발채무 리스크와 원자재 가격 변동,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경색에 대비해 현금 유동성을 보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수주 산업이다. 이러한 산업적 특성을 고려할 때, 갓 흑자 전환에 성공한 자회사가 가용 자원의 5분의 1 이상을 모회사 대여금으로 묶어두는 자산 배분 전략은 재무적 관점에서 이례적인 고위험 자금 운용으로 분석된다.
이는 법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쌍용건설이 자체적인 신용등급 회복이나 신규 개발사업 투자를 위해 써야 할 ‘실탄’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모회사 지원에 따른 ‘기회비용’이 재무제표상 유동성 제약으로 현실화된 셈이다.
“500억 원을 빌려주고도 1,470억 원(가용 현금의 약 75%)이 남아있어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낙관론도 제기되지만, 이는 매달 수천억 원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건설업의 ‘현금 소진율’을 간과한 시각이다.
쌍용건설의 연간 매출원가와 판관비를 고려할 때, 월평균 운영 비용은 약 1,100억 원에 달한다. 현재 남은 현금 1,470억 원은 외부 자금 조달이 막힐 경우 불과 1.5개월을 버틸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통상 안정적인 건설사가 3~6개월 치의 운전 자금을 확보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 이자놀이의 함정… ‘역마진’ 우려와 ‘현금 없는 흑자’
일각에서는 5~6%대의 이자를 받으니 유휴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한 것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는 자금 조달 비용이 치솟는 건설업의 현실을 간과한 시각이라는 지적이다.
2024년도 손익계산서상 쌍용건설의 당기순이익(258억 원) 중 모회사 대여금 관련 이자수익은 약 19억 원으로,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수치상으로는 이익에 기여한 듯 보이지만, 재무적 실익을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 건설사들이 PF 대출이나 자체 차입 시 부담하는 금리가 8~10%대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가용 현금을 모회사에 5~6% 금리로 묶어두는 것은 사실상 ‘역마진’에 가까운 손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체 개발 사업이나 고금리 차입금 상환 기회를 포기한 기회비용이기 때문이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현금 흐름의 괴리’다. 통상 계열사 간 대여금 이자는 현금으로 즉시 유입되기보다 만기 시점에 정산되거나 장부상 ‘미수수익’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잦다. 즉, 장부상으로는 흑자를 기록해 재무제표를 보기 좋게 만들지만, 당장 현장에 투입할 현금은 말라가는 ‘현금 없는 흑자’의 주범이 될 수 있다.
본업인 건설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1%대를 맴도는 상황에서, 현금 유입이 불확실한 금융 수익으로 순이익을 방어하는 구조는 쌍용건설의 기초체력이 그만큼 허약해졌음을 방증한다는 평가다.
◇ 세아상역 1.1조 보증의 나비효과… 계열 리스크의 전이
쌍용건설의 잉여 현금이 모회사로 흡수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글로벌세아의 별도 재무제표상 급증한 ‘우발채무’로 인한 유동성 경색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세아 연결감사보고서의 ‘우발부채 및 약정사항’을 분석하면, 글로벌세아는 2025년 한 해 동안 핵심 계열사인 세아상역을 위해 수출입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등에 총 1조 1,542억 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지주사의 신용 보강 여력이 세아상역의 차입금 방어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현금 흐름에 숨통이 트인 쌍용건설의 잉여 자금을 지주사 운영 자금으로 융통하는 이른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의 자금 운용이 현실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세아상역은 보증으로 막고, 지주사 운영비는 쌍용건설 현금으로 충당하는’ 이중 구조가 형성되면서, 쌍용건설의 재무 전략이 그룹 전체의 유동성 관리 계획에 종속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적법한 절차를 거친 자금 대여라 할지라도, 이러한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쌍용건설은 ‘성장’보다 ‘그룹 유동성 공급’이라는 역할에 묶일 공산이 크다. 인수 4년 차, 숫자로 증명된 흑자 뒤에는 모회사로 향하는 자금 파이프라인이라는 또 다른 숫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이에 대해 글로벌세아 측은 “쌍용건설로부터의 차입 규모는 이익 수준에 비춰 과도하지 않아 경영활동이나 성장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며 “쌍용건설은 그룹 핵심 사업의 한 축으로, 글로벌세아는 쌍용건설의 미래 성장을 위한 그룹 차원의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