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측, 가해자 징계 전 ‘피해자 의견 청취’ 법적 의무 이행 여부 함구
카카오가 사내 성추행 가해자에게 ‘정직 3개월’이라는 처분을 내린 이후, 해당 사건의 피해 여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가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 명시된 ‘피해자 의견 청취’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6일 뉴스필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일 한 중앙 일간지는 카카오가 지난해 11월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 B씨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고, 피해자인 여직원 A씨는 12월 28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카카오 관계자를 인용해 “카카오 동료 직원들이 가해자의 행위에 공분하고 있다”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직장에서 일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내부의 목소리를 전한 바 있다. 현재 해당 기사는 삭제된 상태이며, 카카오 측은 “유족 측이 보도되는 것을 원치 않아 해당 일간지도 스스로 삭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정직 3개월’ 논란… 피해자 의견 청취 의무 준수 ‘쟁점’
문제는 카카오가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했느냐는 점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5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의 조치를 해야 하며, 이 경우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강행 규정으로 명시돼 있다.
보도 내용이 전부 사실이라면 고인의 사망 시점이 사측의 ‘정직 3개월’ 처분이 내려진 이후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과연 이 징계 수위가 피해자가 납득하고 동의한 결과였는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사내 성추행 사건에서 정직 3개월은 해임이나 파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로 인식될 수 있어, 피해자가 이에 대한 절망감이나 2차 가해의 두려움을 느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뉴스필드는 카카오 측에 ▲징계 수위 결정 전 피해자 의견 청취 여부(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준수 여부) ▲해임·파면이 아닌 정직 3개월을 내린 근거 ▲가해자와 피해자의 실질적 분리 조치 여부 ▲사망 전 회사에 지속적 피해 신고 접수 여부 등을 질의했다.
그러나 카카오 측은 유족 측이 보도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며, 법적 의무 준수 여부를 포함한 모든 핵심 질문에 대해 “확인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징계 매듭 전 가해자 퇴사 수리?… 해소되지 않는 의혹들
더욱이 가해자 B씨의 퇴사 시점도 논란이다. B씨는 지난달 5일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징계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되기도 전에 사측이 자진 퇴사를 수리한 것인지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통상 징계 절차 중 사표 수리는 ‘징계 회피’ 논란을 불러올 수 있어, 기업 인사 실무상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이 사안을 최초 보도한 해당 중앙 일간지는 인터넷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A씨는 직장에서 상사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해왔던 것으로 안다”며 “A씨는 장기간 휴가 중이었는데 우울감과 수치심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정신아 카카오 대표 역시 사내 메신저를 통해 고인에 대한 추모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사측의 대응 과정 전반에 의문이 커지는 이유는 현행법이 성희롱 사건 발생 시 사업주에게 부여한 의무가 매우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조사 기간 중 피해 근로자 보호를 위한 근무장소 변경 및 유급휴가 명령(제14조 3항) ▲성희롱 사실 확인 시 피해자 요청에 따른 적절한 조치(제14조 4항) ▲징계 결정 전 피해 근로자의 의견 청취(제14조 5항) 등을 사업주의 의무사항으로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카카오가 이번 사건 처리 과정의 적법성 여부 확인을 거부하고 있어, 실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의무 조항을 제대로 지켰는지에 대한 의문은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