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의 지속적인 일탈, 정부 책임 없는지 살펴봐야”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24일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틀 만에 다시 발생한 SPC그룹 계열사 샤니 성남 공장 산재사고에 대한 입장문 발표했다.
공동행동은 입장문을 통해, 언론 앞 대국민사과와 구체성 없는 장기대책 말고, 반성과 성찰을 통한 SPC그룹의 근본적인 경영방침 전환을 촉구했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그룹총수가 언론 앞에서 대국민 사과를 진행하는 동안, 정작 현장의 노동자들은 사고 이후 추가적인 안전설비 보강 및 안전대책 강구도 없는 상태에서, 사망사고가 난 기계와 비슷한 기계에 투입되어 생산을 하고 있다. 오히려 SPC 계열사들은 SPL 평택공장에서 중단된 생산물량을 채우기 위해 작업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공동행동은 “SPC그룹이 지금처럼 생산량을 최우선에 두고 노동자들의 안전과 인권을 뒤로 한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면 언론 앞에서 사과를 한 후 문제를 덮는 위선적인 방식의 경영으로는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SPL 평택공장 사망사고 문제,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문제 등 그간 SPC그룹이 사회적 문제에 대응해 온 방식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진정한 문제 해결’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SPC그룹 전체 계열사 및 제과제빵업계 긴급 안전점검 시행하고, 안전대책 수립 전까지 생산속도 늦춰 사고 예방해야
SPL 평택공장 산재사망 사고로 제과제빵산업의 노동안전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같은 그룹사, 동종업계의 산재사고에도 불구하고, 업계 차원의 자성을 통한 안전대책 마련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제과제빵 생산공장은 거의 대부분 이번 SPL 평택공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배합기를 이용한다. 크기와 투입되는 원자재가 다를 뿐 반죽을 만들기 위해서도, 소스나 토핑을 만들기 위해서도 배합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SPC 계열사 뿐 아니라 제과제빵업계 전반적인 안전장비 도입, 추가 인원 배치, 안전교육 등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여전히 제과제빵업계들은 생산량을 우선에 둔 경영으로 일관하고 있다.
SPC그룹은 평택공장 배합기 사망사고에 대한 기계적 원인, 안전관리 문제점 등이 아직 해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던킨, 삼립 등 계열사에서 배합공정을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3년간 1천억을 들여 안전문제를 살피겠다는 대국민사과만 있을 뿐, 현장에서는 안전조치 강화 없이 생산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국내 최대 생산공장인 SPL 평택공장의 생산이 차질을 빚자, SPC 계열사 공장들에서는 물량이 늘어나 안전대책 수립 없이 노동강도만 높아져 산재위험이 더 높아지고 있다.
동종업계의 문제도 심각하다. 동종업계는 비슷한 기계, 비슷한 공정으로 비슷한 상품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추가적인 안전진단이나 안전대책을 수립할 계획도 나오지 않고 있다.
SPC 불매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늘어나자 현장에서는 생산량이 늘어나며 노동강도가 높아져, 동종업계 생산 노동자들의 산업안전도 위협을 받고있는 상황이다. SNS에서는 업계 2위 업체 T 프렌차이즈 생산공장, 매장의 생산량이 늘어나 노동강도가 너무 높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동종업체들을 SPC와 달리 추가적인 안전진단, 대책수립 계획도 없으며, 이 상태에서 노동강도만 높아진다면 이는 산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관련 당국은 지금이라도 제과제빵업계에 대한 안전점검에 나서야 하며, 제과제빵업체들은 지금 당장 생산현장의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게 공동행동의 입장이다.
검찰, SPC그룹 일감 몰아주기 과징금 647억 2년간 방치, 고용노동부, 불법파견 과태료 162억 면제해주고 5년간 후속 점검도 안해
SPC그룹의 불법행위들에 대해 검찰과 고용노동부 등 관련 당국이 제대로 된 수사와 점검을 하지 않은 채 수백억이 넘는 과징금과 과태료를 사실상 면제해주고 있다.
23일자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0년 공정위는 SPC그룹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총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허 회장과 조상호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 3개 제빵계열사(파리크라상·SPL·BR코리아)를 검찰에 고발했다. SPC그룹에 부과된 과징금은 부당지원 혐의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최고액이었다.
하지만 지난 2년여 동안 검찰 수사는 ‘공회전’만 거듭했다. 한차례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기각되자 검찰은 재시도도 하지 않았으며 소환조사는 SPC 일부 직원만을 참고인 신분으로 부른 게 다였다. 편법 승계에 관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총수 일가에 대한 소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 공정위 처분 이후 SPC그룹 계열사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처분 불복소송’의 재판이 시작되자 검찰은 조사를 사실상 멈췄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파리바게뜨가 5300여명의 제빵기사 등을 불법파견으로 고용했다며, 이들을 직고용할 것을 지시했으며, 파리바게뜨가 이를 지키지 않자 162억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후 회사와 화섬식품노조 그리고 시민단체와 정당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고, 화섬식품노조가 자회사를 통한 고용으로 고용형태를 양보하고, 회사가 3년내 자회사와 임금과 복지를 동일하게 적용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합의를 이루어냈다.
고용노동부는 이 합의를 근거로 162억의 과태료를 면제하며 합의사항 이행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합의의 당사자인 화섬식품노조는 이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지켜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으며, 5년째 논란이 이어지자,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위원회’가 구성되어 올해 검증을 진행한 결과 임금복지 동일적용과 부당노동행위 중단 등 핵심사항을 포함한 다수의 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검증했다.
고용노동부는 후속 점검이나, 합의 불이행에 대한 과태료 재부과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5천명이 넘는 대규모 불법파견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SPC가 5년 전 역시 대국민 사과를 통해 한 문제 해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음에도, 고용노동부는 162억의 과태료만 면제해주고 아무런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과태료 162억 면제 이후 사회적 합의 이행점검, 문제 해결 역할을 했냐는 질의에, ‘(합의이행에 대한) 양 노조의 입장이 다르다’며 SPC그룹 측의 주장과 입장을 대변했다. 사회적 합의 이후 생긴 현재의 피비파트너즈 복수노조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일했던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이다.
2021년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SPC그룹의 노조파괴 사건도, 노동부가 1년을 수사하고, 검찰이 수사보강 등을 이유로 또 6개월을 끌며 수사 결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
2017년 5300여명 불법파견, 2020년 오너일가 일감 몰아주기, 2021년 노조파괴 공작, 올해의 연이은 산재사고까지 SPC그룹의 계속되는 일탈에 대해 관련 당국의 책임이 없는지 살펴볼 때다.
파리에서도 SPC 문제에 주목
SPC그룹 주력 프렌차이즈인 파리바게뜨가 도시명을 따온 파리, 프랑스에서도, SPC그룹의 문제들이 알려지며 반향을 얻고 있다.
프랑스노총인 CGT는 10월 20일 파리 샤틀레점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파리바게뜨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약 15명의 CGT조합원들이 항의 집회에 함께 했으며, 지난 6월에 이은 두 번째다. 이 집회를 조직한 CGT 아시아협력국장인 실뱅 골드스타인은, 얼마 전 기후정의행동에 참석차 방한 중에 양재동 파리바게뜨 천막을 찾아 함께 1인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CGT 조합원들은 파리바게뜨가 속한 SPC그룹이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박탈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노동환경을 방치하며, 인권유린과 여성차별은 물론 상식적인 국제 노동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임을 전했다.
집회에서는 프랑스 거주 중인 목수정님이 마이크를 잡고 15일 SPL에서 발생한 산재사망사고를 설명하기도 했으며, 집회를 보고 샤틀레 매장에서 빵을 산 고객이 “나는 이 빵을 먹을 수 없다”고 항의를 하기도 했다고 CGT는 전해왔다.
한편,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르몽드는 기사를 통해, 21일 허영인 회장의 대국민 사과 소식을 전하며, 보이코트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10월 20일 프랑스노총(CGT)가 파리 샤틀레점에서 집회를 한 소식을 함께 전했다. 르몽드는 이번 사망사고 이전에도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이 53이간 단식을 하며 기본적인 노동권 준수를 요구했다는 내용 등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