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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사회복지의 인류사를 새로 쓰게 될 ‘사회보장 플랫폼’

장봉석(복지국가소사이어티 커뮤니티 케어 위원장)

몇 년 전 서울의 모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과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이들의 첫 번째 질문은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사회복지사의 일자리도 줄어들까?’라는 것이었다. 나는 인터뷰에 앞서 물어볼 것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우리 인류에서 사회보장과 사회복지는 현재 몇 차 산업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하는가?”였다. 먼저, 이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4차 산업혁명과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위치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가, 혹은 실제로 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을 대변하는 용어들이 있다.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ICT(정보통신기술), CPS(사이버물리 시스템), ES(전문가 시스템), Big-Data, Cloud, 로봇, 모바일, 블록체인, Smart City(스마트 도시), Crypto City(크립토 시티)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용어들이 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해줄 수 있을까, 이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좀 더 쉽게 풀어보자. 기계화와 증기기관 등을 배경으로 하는 1차 산업혁명, 컨베이어 벨트와 전기에 의한 2차 산업혁명, 그리고 컴퓨터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3차 산업혁명까지는 나름대로 뚜렷한 경계를 갖는다. 하지만 AI 등과 같은 기술들은 3차 산업의 연장 내지는 부산물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아무튼 지금 우리 시대에서 사회보장과 사회복지는 어디쯤에 있을까. 이런 논의를 위해서는 사회보장과 사회복지의 개념과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할 지도 모른다. 때문에 점차 사회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돌봄’으로 시야를 좁혀 살펴보는 게 좋겠다. 이 영역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컴퓨터와 인터넷뿐만 아니라 여러 관련 프로그램들을 이용한다. 하지만 그것이 돌봄 자체가 가지고 있는 현재의 산업 단계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즉, 1차부터 3차 산업까지를 통해 얻어진 결과물, 그중에서도 극히 일부를 이용하는 것에 불과한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 보자.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후의 일관된 특징은 인간이나 동물의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데 있다. 이를 돌봄에 적용해보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이 수행하던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무엇인가에게 대신하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돌봄 영역이 1차 산업혁명 안에 진입한 것만은 분명하다. 다음으로 전기와 컨베이어 벨트 등에 의한 2차 산업 단계이다. 나는 특히 컨베이어 벨트에 주목하는데, 그 이유는 공정에 있다. 1908년 헨리 포드가 자동차 제조에 도입하면서 본격화된 컨베이어 벨트는 업무의 분화와 프로세스를 가속화했는데, 이는 돌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회서비스는 의료·복지·요양 등으로 분야가 나뉘고 직군도 세분화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다. 바로 프로세스이다. 프로세스는 일의 순서인데, 이를 돌봄 서비스에 대입해보면 접수(intake) → 사정(assessment) → 계획 수립(plan) → 서비스 제공(실행) → 모니터링·재사정·평가 → 변경된 계획 수립과 재실행 → 종결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접수, 사정, 계획 수립, 서비스 제공 등 각각의 단계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프로세스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프로세스가 존재하는지, 더불어 만일 존재한다면 어떻게 구체화·규격화·표준화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로세스는 존재한다. 다만, 그동안 그것들이 제시돼 있지 못했다. 프로세스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곧 3차 산업의 컴퓨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구체화·규격화·표준화된 업무 프로세스는 컴퓨터 기술의 등장에 의해 자동화된 업무를 가능하게 한다. 이른바 사무 자동화(office automation)가 그것인데, 이는 제조 공정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무·행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돌봄 분야에서는 우리가 피부로 느낄만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3차 산업 사회는 AI, IoT, ICT, CPS, ES, Big-Data, Cloud, 로봇, 모바일, 블록체인, Smart City, Crypto City 등을 가능하게 하는 기초가 된다. 모두 컴퓨터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AI 등을 비롯한 모든 기술은 컴퓨터라는 장치에 의해 제어되거나 확장된다. 그리고 이때의 컴퓨터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로서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 또한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작금을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부르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아무튼 이 지점에서 ‘우리 인류에서 사회보장과 사회복지가 현재 몇 차 산업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판 뉴딜에서는 스마트 의료 플랫폼, 헬스 케어, 라이프 케어, 비대면 의료서비스, ICT융합 헬스, 디지털 돌봄 시스템 등과 같은 정책을 발표했다. 모두 사회보장·사회복지와 관련돼 있으며, 특히 돌봄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때문에 혹자는 이 분야도 당연히 4차 산업 단계에 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언급한 바와 같이 돌봄 자체는 각각의 산업 단계에 따라 발전돼 온 것으로 ‘이런 정책들이 3차 산업 단계로부터 이어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 나는 3차 산업을 통해 얻은 결과물 중의 일부를 이용하는 것에 불과한 지도 모른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사회보장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사회보장 플랫폼(Social Security Platform; SSP)은 내가 처음 사용한 용어인데, 이는 ‘출산·양육·실업·노령·장애·질병·빈곤·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소득과 서비스를 보장하는 사회보험·공공부조·사회서비스 등 사회보장과 관련된 여러 기능들을 동시적·공통적으로 실행할 뿐만 아니라 모든 사용자가 그런 서비스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및 기술 등의 시스템과 관련된 요소의 집합 내지는 핵심 모듈’이다. 혹은 이를 ‘IT 등 4차 산업기술을 이용해 사회보장과 관련된 여러 기능들을 동시적·공통적으로 실행할 뿐 아니라 모든 사용자(User)가 그런 서비스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내지 모듈’로 정의해도 좋겠다.

즉, 4차 산업 사회에서 사회보장·사회복지, 특히 돌봄에 관한 플랫폼은 예컨대 우리나라의 사회보장기본법에서 사회적 위험으로 열거하고 있는 출산·양육·실업·노령·장애·질병·빈곤·사망 등에 대응해 사회보험, 공공부조, 복지·보건의료·교육·고용·주거·문화·환경 등의 분야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상담·재활·돌봄·정보의 제공, 그리고 관련 시설의 이용, 역량 개발, 사회참여 지원 등의 사회서비스 지원 체계를 시스템 안에 모두 담아낼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 이것이 핵심이다. 앞서 각 산업 단계별로 다른 특징을 다룬 바 있는데, 이 분야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회보장과 사회복지, 특히 돌봄의 1차 산업 단계에서 알아야 할 주요 내용은 ① 공공사무에서 대부분의 행위(일)는 수행해야 할 순서(프로세스)와 주기(시기)가 있고, ② 공공사무에서 모든 행위(일)는 기록해야 하며, ③ 공공사무에서 모든 행위(일)는 수행해야 할 담당자가 있고, ④ 사례관리에서는 계획(Plan)과 자원이 더 중요하며, ⑤ 대인 서비스에서는 6하 원칙에 더해 누구에게(whom)가 추가된 7하 원칙이 적용되며, ⑥ 규정과 그 규정에 따른 정보·행위·돈이 결합된 서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장기요양을 예로 들면, 약 35개의 규정과 245종의 서식이 있고, 그것들이 서로 긴밀하게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그림 1] 장기요양의 규정 및 서식 체계

위 그림을 전제로 하면, 다음과 같은 서비스 흐름 체계가 도출된다.

[그림 2] 장기요양의 업무 흐름 체계

보는 바와 같이 사회보장·사회복지 체계는 일반 행정, 종사자, 이용자, 재무회계라는 총 4가지 분야로 구성되어 있고, 해당 분야에서 각각의 업무와 그에 따른 흐름이 나타난다. 그런데 사실 이용자를 뺀 일반 행정, 종사자, 재무회계는 사회보장·사회복지 영역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나 위의 그림이 장기요양을 예시로 들고 있지만, 아동·장애인·노숙인·노인 등 이용자 그룹이 누구냐에 따라 블록처럼 바꾸기만 하면 어느 분야라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2차 산업 단계로 확장이 가능해진다. 즉, 각각의 업무에 따른 프로세스(컨베이어 벨트)가 형성되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그림 3] 프로세스의 예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사실 단순하다. [그림 3]은 [그림 2]의 이용자에서 이용 개시 후 14일까지 장기요양기관이 이용자 측에 수행해야 할 업무를 순서도로 나타낸 것이며, 여러 숫자들은 그 업무에 따른 서식번호를 나타낸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식은 그 자체보다는 정보와 (각 담당자의) 행위 그리고 돈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모든 업무를 프로세스화 하고, 여기에 더해 7하 원칙을 함께 적용하면 3차 산업 단계에서는 컴퓨팅이나 사무 자동화로 구현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플랫폼 안에서 AI, IoT, ICT, CPS, ES, Big-Data, Cloud, 로봇, 모바일 등과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접목이 모두 가능해지며, 다음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Smart City나 Crypto City로 확장이 가능해진다.

[그림 4] 스마트 시티로 확장

사회보장 플랫폼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주변 사람들이 물어볼 때마다 곤혹스러운 것 중의 하나가 사회보장 플랫폼이 다른 시스템들과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설명해 달라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상상하는 것이 무엇이든 다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고 대답한다. 사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기관이나 종사자 측면, 이용자나 보호자 측면, 정부·지자체 등 관리자 측면, 커뮤니티 케어나 온택트(비대면) 케어 측면, 그리고 다른 분야로 접목 가능한 측면 등에서 종래의 것과 다른 매우 다양한 특징과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정보·행위·돈의 결합뿐만 아니라 행동 설계, 행위 패턴 인식, 서식 파괴, 역발주 등과 같은 새로운 용어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독자들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입소형·종사자형·가정형·이용자형의 일부를 가상의 사례로 들어 장차 사회보장·사회복지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를 살펴보는 게 더 유익할 것이다. 다음과 같다.

사회복지사 A는 출근 후 한 번도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있어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업무는 App으로 구현되며, 입소(입원) 계약 등도 휴대전화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무는 각각의 행위별로 정해진 주기·시간 그리고 해당 담당자에 의해 제공되도록 미리 설계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신규 입사자에는 서비스 제공 시의 요령도 동영상을 통해 보여주기 때문에 요양보호사든 간호사든 로봇이든 업무가 서로 중복되는 일이 없고, 사회보장·사회복지 업무 Process와 사무 자동화 방식에 따라 ‘제 시간에’, ‘알아서’, ‘정확히’ 제공된다.(설계된 계획은 요청에 따라 보호자 등에게 매일매일 미리 송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 제공 결과를 확인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A가 출근해서 하는 일은 이용자 곁에서 생활의 어려움이나 욕구 등을 확인하고 해결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상담도 음성 인식 시스템(TTS; Text to Speak and STT; Speak to Text)을 활용하기 때문에 컴퓨터에 앉아 다시 기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없다 즉. Key-Word만 찾아서 서비스 제공 계획에 반영해주면 된다.(물론 매크로 기능을 활용하면 Key-Word를 직접 찾아내야 하는 일도 거의 없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거나 보호자에게 송출하고 알려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급여정산·수가청구·공문수발 등과 같은 행정 업무들도 대부분 시스템이 스스로 찾아내서 자동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App이 알려주는 날짜에 확인만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간혹 새로운 업무가 발생한 경우, 시스템 Schedule에 반영돼 있는 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시스템이 알려주는 월별·주간별·일별 등의 기관 업무 Schedule은 나름 꼼꼼히 챙기는 편이다. 지도점검이나 중복급여·허위청구 문제로 시청이나 공단에서 방문하고 연락하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관리감독기구의 담당자가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행정, 종사자, 이용자, 재무회계 등과 같은) 거의 모든 일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평가나 지도점검과 관련된 준비도 주로 이용자의 만족도 제고나 서비스 질 향상과 환경 개선 등에 집중하는 편이다. 굳이 서류를 들여다 볼 필요가 없다. 미처 놓친 일이 있더라도 수행하기 전까지는 모니터에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주로 보호자와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특별한 요구가 있는 경우라면 즉시 반영하고 해결한다. 이용자에게 제공될 예정이거나 제공된 서비스는 담당 종사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App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가능하다. 오늘의 식단도 보호자에게 전송된다. 의사 선생님이 매월 두 번씩 오시기는 하지만 보통은 마찬가지의 방법(원격의료, 인트라넷 처방과 약 조제 등)으로 해결한다.

얼마 전에 돌봄 로봇을 몇 대 구입했는데, 머리 감는 데 욕실까지 안내해 주거나 샴푸와 수건을 준비해주는 등의 보조 업무도 수행할 수 있다 보니, 요양보호사도 무척 좋아하신다. 욕창이 심한 이용자를 위해 입력해 놓은 시간 간격으로 체위 변경을 해주는 로봇도 구입했다. 다른 종류의 돌봄 로봇도 곧 구입할 예정이다. 늘 마음을 무겁게 하던 자동 개폐 장치도 떼어냈다. 이제는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연말이 다가와도 조급함은 없다. 결산서·사업계획서·예산서 등의 할 일이 많았는데, 이젠 정말 손쉬워졌다.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에 입력해야 하는 게 일이라면 일이다. ‘공단 청구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시간적 여유 때문인지 이용자들을 만나는 것도 예전만큼 부담스럽지 않다. A가 근무하는 기관의 여러 이용자들에 관한 정보(개인정보, 행위정보 등)는 이용자들의 동의를 얻어 이전에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관으로부터 받은 것들이다.(물론 이용자들의 동의도 이전 기관에서 미리 받아놓은 것이 대부분이다) 충분한 정보가 있다 보니, 어떻게 하면 보다 잘 대응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있다.

6시를 가리킨다. 퇴근이다.

또 하나의 예상되는 사례를 살펴보자.

입구에 요양 로봇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니 ‘안녕히 주무셨느냐’고 안부를 묻는다. 식사 준비나 음식 섭취에 대한 안내와 정보도 제공한다. 로봇에 장착되어 있는 모니터를 통해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의료기관에 가지 않아도 된다. 의사의 처방전은 인트라넷을 통해 약사에게 전달되며, 조제된 약은 즉시 집이나 시설로 배송된다. 또 의사의 처방에 따라 먹어야 할 약의 종류와 시간도 정확히 알려준다. 평소에는 로봇이나 스마트 밴드에 의해 Vital Check나 수면 패턴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조금의 이상 신호라도 감지되면 즉시 의료기관이나 시설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신속 대응이 가능하다.

가정에 혼자 있지만 사회복지사에 의해 설계된 일상생활 계획(행위 패턴 인식)이나 요양보호사·생활지원사 등의 방문 및 서비스 제공 계획, 치매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 계획 등(행동 설계)을 로봇이나 휴대전화를 통해 일정시간·일정간격으로 제공받고 있고, 이런 정보는 시청 등 관리감독기구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는 보호자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되며, 그 결과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즉, 가정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행동 설계 기반의 ‘사회보장 플랫폼’에 접속해 노인에게 다양한 계획과 정보 등을 보내줄 수 있다.

또 노인이 시스템 활용에 동의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식사와 투약은 제때 했는지, 집안은 청결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세면·취사 등의 일상생활 활동에 문제가 없는지, 사회적·정서적 고립은 없는지, 작성해 준 프로그램이나 활동들은 정해진 때에 하고 있는지 등의 각종 정보도 항상 확인할 수 있다. 시스템 등록과 활용은 전적으로 클라이언트가 결정하겠지만 자신의 임종 이후에 발생할 문제까지도 관리해 달라고 하는 경우라면,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예전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아질 것이다. 시스템이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세세한 것들은 사람이 직접 챙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말벗과 같은 정서 지원도 가능하다. 외출이 필요한 내용과 시간·장소 등도 저장돼 있다면 깜빡 잊어버릴까 염려할 필요도 없다. 치매가 있는 사람이 예정에 없이 집 밖으로 나가는 상황이 발생한 때에는 로봇이 이를 감지해서 경찰서나 119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 등으로 즉시 알려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격교통 상황 제어도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실종 노인이 발생할 여지나 사고 발생의 위험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밤이 되면 노인의 건강상태에 맞춰 적당히 조도가 맞춰진 전등을 켜주거나 숙면 또는 야간보호와 같은 일들을 소화해내는 것도 가능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병원·사회복지시설 등 자신을 도와주는 관리기관의 Safety-Net을 통해 상시 대응 체계도 가동되므로 응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불안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119 등이 출동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노인에 대한 각종 필요 정보를 취득하고 있으므로 보다 신속하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지역 자원도 마찬가지이다. 노인은 App 등을 통해 필요한 자원과 직접 연결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연계 상황은 실시간으로 관리된다. 물론 사회복지사나 의료인 등이 면접(Intake)이나 사정(Assessment)을 통해 적절한 자원을 연계해 놓긴 했지만, 때로는 개인적 필요나 사정 등에 의해 노인이 직접 자원을 연계할 수도 있다. 이 자원은 노인이 생활하는 거주지를 중심으로 반경을 넓혀가며, 커뮤니티 내에 자원이 없을 때에는 인접 커뮤니티의 자원을 활용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른바 플랫폼에 나타난 정보 기반의 비대면·원격 디지털 지역케어회의나 사례관리가 가능해져 보다 효율적으로 노인을 관리·지원할 수 있다.

노인이 더 이상 집에 혼자 지낼 수 없는 상태가 되면, 클라이언트를 가장 적합한 시설이나 병원으로 옮겨주기 위해 사회복지사는 시스템에 접속해 ‘사회보장 플랫폼’에 등록한 때로부터 지금까지 노인에 관한 각종 데이터를 추출·분석할 수 있다. 연명의료나 임종 시에 발생할 상속·유품처리·장례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일들은 돌봄과 관련한 모든 정보와 행위(행동 설계, 행위 패턴 인식)가 ‘Big-Data화’ 돼 있기 때문에 가능하고, 이용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유사한 사례에 대한 정보도 활용할 수 있으며, 국가적·인종적·지역적·문화적·관습적 특성에 따라 각각 대응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사례는 사회보장 플랫폼이 갖는 특징 중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변화의 한복판에서 더 나은 변화를 기대하며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전개 과정과 주요 내용을 보면, 다분히 분절적·평면적·단편적 형태로 진행돼 왔고, 이용자 또한 서비스의 주체이기보다는 객체에 가까웠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불러온 새로운 상황은 우리 사회에서 체계적인 사회보장·사회복지 제도와 통합적 시스템의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또 이와 함께 이용자 또한 더 이상 서비스의 객체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즉, 작금의 코로나19 시대는 종래의 사회보장·사회복지에 관한 개념이나 실천체계·전달체계에 관한 문제, 지역사회의 개념·범위에 대한 재검토, 자원의 목적과 기능에 관한 문제, 이용자 스스로 사회보장·사회복지와 관련된 지역사회 자원을 발굴하고 연계하는 것, 보건·의료·복지·요양을 비롯해 주거·영양·재활·법률 등의 다학제·다분야·다기능 서비스의 통합적 제공 및 관리에 관한 문제, 가정 중심의 서비스에 필요한 로봇·M2M·IoT·CPS·ES 등의 통합 플랫폼과 결합 가능한 4차 산업 기술과 전통적 사회보장·사회복지 인프라와 결합에 관한 문제, 이런 일들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나 일자리 창출에 관한 문제 등이 중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원격의료나 커뮤니티 케어 형 도시재생 등과 같은 문제도 포함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써야 하는데, 이 글이 어려운 것인지 쉬운 것인지, 나 스스로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름 최대한의 노력을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개발한 사회보장 플랫폼이 지금껏 유사하거나 혹은 이에 버금가는 이론이나 실체에 관해 유래가 없는 것으로 세계 최초로 개발된 프로세스이자 시스템이며, 통합 플랫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에서 이 플랫폼이 얼마나 받아들여지고 활용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국형 뉴딜, 디지털 뉴딜과 같은 정부의 정책을 볼 때마다 한편으로는 기대감이, 다른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 의료 플랫폼, 헬스 케어, 라이프 케어, 비대면 의료서비스, ICT융합 헬스, 디지털 돌봄 시스템과 같은 국가의 정책은 분명히 변화를 모색하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각각이 아니라 하나의 뿌리에서 이어져 있는 가지들에 불과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획기적으로 더 나은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사회보장·사회복지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인류의 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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