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의료원 해고자 70미터 고공농성 212일째… “한재숙 영남학원 재단 이사장 사태 해결 즉각 나서라”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20일, 김진경 지부장 16일째 단식 농성 지속, 박문진 지도위원 70미터 고공 농성 212일째 계속
보건의료노조와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영남대의료원노조 정상화 범시민대책위원회는 28일 오후 2시 영남대의료원 호흡기 센터 옆에서 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재숙 영남학원 재단 이사장이 사태 해결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은 영남대의료원에서 해고된 박문진 해고자가 70미터 고공에서 농성을 시작한지 212일이 되는 날이다. 또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단식농성 20일째, 김진경 영남대의료원 지부장은 단식 농성 16일째를 맞는 날이다.
이정아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나순자 위원장은 “박문진 지도위원의 고공농성이 200일을 맞이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단식 농성에 함께 해줬다. 영남대의료원 문제가 대구 지역의 최대 현안 문제로 부상했다. 그 결과 의료원장과 2차례 면담을 진행했고 노사는 설 전에 해결하자는 데 합의를 이뤘고 세부사항을 더 조율해 잠정합의까지 하자고 분명히 약속한바 있다. 그러나 세부 사항 논의중 의료원측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노조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안을 제시했고 결국 합의가 무산됐다. 영남대의료원장은 사적 조정을 수용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발언했지만 결국 조정안을 거부했다. 이처럼 영남대의료원은 두 번씩이나 약속을 어긴 것이다. 과연 영남대의료원이 이 사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의료원장은 노사합의를 가로 막고 장기화를 유도해서 노조를 무력화시키겠다는 노조 파괴 혐오 세력인 강경파들에게 발목이 잡혀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전혀 없으므로 영남학원 재단 이사장이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의료노조는 2월 3일 여리는 중앙집행위원회와 12일부터 13일 진행되는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더 큰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백현국 영남대의료원노조정상화촉구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적어도 설 전에 영남대의료원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 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영남대의료원 안에 노동자를 무시하고 사람을 차별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영남대의료원 창립 40주년이라고 자랑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병원을 만들고 운영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부디 부탁 한다, 노동자를 무시하지 말라, 노동자의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 노동자에 대한 존중이 조금이라도 갖고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며 재단이 나서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은 “우리 노동자들에게 설은 언제 오는가? 설에도 의료원로비를 떠나지 못하고 단식하는 우리들, 저 고공에 매달려 있는 박문진 동지에게는 내년 설이라도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본부장은 “도대체 사람을 살리고 의술을 가르친다는 의사들이, 대표자들 간에 한 이야기를 고작 몇 시간 후에 번복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영남대의료원이 이 사태를 해결할 의사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비정상 운영을 조장하고 있는 영남대재단이 그 배후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더 이상 재단은 의료원 뒤에 숨지 말고 당당히 앞으로 나와서 이야기하라”고 강조했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고공농성, 단식하는 동지들 걱정도 많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대구지역 동지들, 진보정당 동지들,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함께 단식하는 모습은 처음 있는 일이며 자랑스러운 일이기도 하고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재단이 나서야 하고 정부와 노동부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민주노총도 2월 17일 정기대의원대회가 열릴 예정인데 민주노총은 특별 투쟁결의를 통해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민주노총과의 전면전을 선택할 것인지,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영남대의료원은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조탄압 기획의 주도자들이 법적 처벌을 받았는데도 노조탄압에 희생당한 해고자 복직을 거부하고, 7개월간의 고공농성과 20일이 넘는 단식농성을 외면하고, 사적 조정안을 수용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을 번복하고, 노사 대표자간 합의를 무산시켜버리는 영남대의료원의 모습은 지극히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이며, 철저히 반인권적이고, 반사회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설 명절 전 노사 대표자간의 교섭을 통해 어렵게 만들어낸 합의조차 무참히 뒤집히는 모습을 보며, 영남대의료원의 잘못된 노사관만이 아니라 영남대의료원 내부 의사결정구조의 문제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노사 대표자간의 합의사항을 파기하라고 종용하는 세력이 있거나 극단적 대결을 부추기는 세력이 있다면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복직문제 해결은 요원하고, 대립과 갈등은 일파만파 확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영남대의료원을 실질적으로 관장하고 있는 학교법인 영남학원 한재숙 이사장이 직접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복직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대구지역의 노조·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은 설 연휴 전까지 영남대의료원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동 단식투쟁을 완강하게 진행하였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1월 9일 단식에 돌입하였고,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과 김진경 영남대의료원지부장이 13일 단식 돌입, 장태수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과 황순규 민중당 대구시당 위원장이 16일부터 단식 돌입,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가 1월 17일부터 단식돌입, 김승무 인권실천시민행동 대표가 20일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또한 1월 13일부터 매일 대구지역 노조대표자,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동조 단식으로 합류하여 23일까지 단식농성을 함께 진행했다.
이에 영남대의료원 노사는 지난 17일부터 실무협의를 시작하였다. 21일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김태년 영남대의료원장이 면담을 통해 설 전 타결하기 위해 해고자 복직과 정상적이고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확립에 대해 큰 틀에서 의견을 접근하였다. 23일 재차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영남대의료원장은 면담을 통해 해고자 복직과 발전적인 노사관계를 위한 주요사항에 대부분 합의하였고, 남은 쟁점은 실무교섭에서 조율하여 최종 잠정합의하기로 하였다. 이후 실무교섭을 거듭하며 남은 쟁점을 좁혀가던 중 사측이 입장을 돌변하여 노조가 도저히 받기 어려운 양보를 요구하였다. 사측의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 변화로 결국 설 전 노사 합의가 무산되었다.
보건의료노조는 27일부터 다시 농성 투쟁을 강화하기 위해 하루 동조 단식을 재개했으며, 28일부터는 단식 농성단을 대폭 확대 해 나갈 방침이다. 28일에는 정해선 부위원장, 박민숙 부위원장, 김경규 부위원장, 한미정 사무처장, 최희선 서울지역본부장, 원종인 인천부천지역본부장이 하루 동조 단식에 함께 하고 있으며, 대구지역 노조 간부들도 릴레이 동조 단식 농성을 다시 시작했다.
또한 26일부터 매일 2호선 대구은행역 앞에서“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해결 촉구! 영남학원 한재숙 이사장이 책임져라!”라는 피켓을 들고 한재숙 영남학원 재단 이사장이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현수막 시위를 시작했다. 이제 영남학원 재단에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전면적인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2월 3일 중앙집행위원회, 2월 12일-13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영남대의료원 문제해결을 위한 7만 2천 조합원의 전 조직적인 투쟁을 결의할 것이며, 2월 17일 100만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영남대의료원 투쟁승리를 위한 전체 노동운동 연대투쟁을 2020 핵심 투쟁사업으로 결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