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노인연령, 노인복지, 지금 공론화가 필요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꺼낸 ‘정년연장’을 둘러싸고 정치사회적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 논의의 파급력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공식적인 대응에 나섰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정년연장과 같은 정치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에 대해서는 당·정·청이 반드시 사전조율을 거치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어쨌든, 집권 여당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중요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은 지극히 정당하고 옳은 것이다. 이제 정부의 경제·사회 부처들뿐만 아니라 집권여당까지 나섰으니, 이 이슈는 정치사회적 공론화의 길로 접어든 셈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인구정책 범정부 태스크포스’와 정부·여당의 움직임
6월 19일 민주당 의원들로 구성된 ‘저출산 고령화 및 인구변화 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 윤관석, 간사 기동민 의원)’가 1차 회의를 열고, 기획재정부 제1차관으로부터 ‘인구정책 범정부 TF’의 논의 상황을 보고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언급된 ‘인구정책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인구절벽’의 사회·경제적 여파를 분석하고 분야별 정책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지난 3월 구성된 범정부 조직이다.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국방부, 금융위원회의 고위공무원(1급)들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9개 국책연구기관들이 이 범정부 TF에 참여하고 있다.
인구정책을 다루는 ‘범정부 태스크포스’에서 정년연장 및 노인연령 이슈는 핵심 중의 핵심 사안이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지난 30여 년 동안 합계출산율 1.7 미만의 ‘저출산’ 상황을 이어왔고, 특히 지난 20년 동안에는 거의 매년 합계출산율 1.3 미만의 ‘초저출산’을 기록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인구정책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우리 사회의 경제와 복지 체제가 ‘지속 가능’하도록 하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이런 내용들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정년연장과 노인연령이 핵심적 사인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만 60세인 정년을 연장하도록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정년연장 이슈를 직접 거론했다. 홍 부총리는 5월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년 문제 등 고령화와 재고용 관련 이슈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고, 또 6월 2일에도 “정년연장 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정부가 인구구조 개선 대응 TF 산하의 10개 작업반 중의 한 곳에서 정년연장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리고 6월 2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열리는 ‘경제활력대책회의 및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인구정책 범정부 태스크포스(TF)의 검토 결과를 상정한다. 이 회의는 정년연장 관련 사안을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첫 번째 장관급 회의다.
그리고 7월 중순까지 잇따라 관련 논의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정부의 관련 연구용역도 6월 중으로 착수해서 9월까지 신속하게 마무리할 예정인데, 여기에서 임금 구조 개편 방안까지 검토된다고 한다. 홍 부총리는 “연공서열 형의 임금 구조인 호봉제, 경직된 고용 형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고령자 고용이 쉽게 늘기 어렵다”면서 “임금 체계와 고용 형태의 유연화 등 노동시장 제도의 개선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의 이런 공식 발언을 고려해볼 때, 앞으로 진행될 정년연장 논의에서 임금 구조 개편 논의는 빠질 수 없는 주제가 될 것 같다. 또 언론보도에 의하면, 고령자를 고용하는 기업에게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 등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리하자면, 기획재정부가 앞장서 호봉제 개편을 비롯해 정년연장과 관련된 전반적 논의를 공론화하고 있고, 여당도 적절한 정치적 개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옳을 것이다. 이제 이 논의는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이미 정치사회적 공론화의 경로에 올라선 것이다.
정년과 정년연장의 의미, 그리고 이 논의가 중요한 이유
정년제도는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이르면 노사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인데, 그 일정한 연령이 바로 정년이다. 이 내용은 <고용 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에 잘 나와 있다. 이 조문의 제1항을 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 말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는 것은 자유지만, 60세 미만으로 정할 경우에도 법률적으로는 60세가 정년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4월 <고용 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다만, 법률의 시행과정에서 유예기간을 두었다. 기업의 부담과 시행과정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즉 제도 시행의 여력이 있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6년부터 시행했고, 300인 이하 사업장은 2017년부터 60세 정년 시행을 의무화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57세였던 정년이 60세 정년제로 바뀐 지 2~3년 정도 된 것이다. 만 60세로 정년이 연장된 지, 현재로서는 채 3년도 지나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왜 이렇게 조급하게 또 정년연장 논의가 제기되는 것인지, 그 절박한 배경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인데,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인구구조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14.3%로 이미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올해는 15%가 전망되고, 2025년이면 20%가 돼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고령사회(2018년 진입)에서 초고령사회(2025년 진입 예정)로 가는 데 7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록이다. 그리고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중이 2030년엔 25%로 예측된다. 앞으로 11년 후면, 우리나라 인구 4명 중 1명은 노인이라는 뜻이다. 2050년엔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하고, 2070년이면 46.5%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급속한 고령화 추세는 여러 가지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데,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 3,765만 명을 정점으로 올해부터 감소하는데, 지난해보다 5만5천 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상황이 급속하게 나빠지는데, 생산연령인구가 내년엔 23만2천 명 감소하고, 2025년에는 42만9천 명이나 감소한다. 그리고 2030년대 초반까지 10년 동안 매년 30만~40만 명씩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든다. 이렇게 노동 인구가 감소하면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정부 재정의 제약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복지수요 증가를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그만큼 지속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심각한 저출산·고령화와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복지 체제의 지속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정년연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30여 년 동안 저출산 상태를 방치해왔고, 특히 지난 20년 동안 거의 매년 합계출산율 1.3이라는 초저출산 기준선 아래에 머물렀다. 이런 나라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 앞으로 최악의 인구구조로 인해 경제사회적 고통을 계속 당하게 될 텐데, 이것은 상수로 주어진 상황이다. 생산연령인구가 내년엔 23만 명 넘게 감소하고, 이후 매년 평균 30~40만 명씩 감소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2021~2030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로 줄어들고, 이후에는 1.0%대로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약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10년 후 0%대 경제성장률 시대를 맞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심각한 병에 걸린 상황이다. 암 환자에게 항암제 투여가 필요하듯, 우리 사회는 병든 인구구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 먼저 출산율 제고를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프랑스나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인구 위기를 선포하고 대통령이 앞장서서 인구대통령을 선언하고 인구특임장관으로 하여금 인구대통령을 대신해 정무·정책적 차원에서 인구 정책을 총괄하도록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여성과 청년이 행복한 역동적 복지국가의 비전을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또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드는 데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경제·노동 정책으로 여성과 청년의 노동력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만으로 경제성장률의 하락세를 막기 힘들다는 사실은 명확해 보인다. 그러므로 고령자의 경제 활동 기간을 늘려야 하는 바, 정년연장은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정년연장, ‘몇 년’이나 그리고 ‘언제까지’ 완료할 것인가?
그렇다면 몇 년이나 정년연장을 해야 할 지, 이게 중요할 것이다. 먼저, 외국의 사례부터 좀 살펴보자.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정년연장이 세계적 추세라는 사실이다. 독일·프랑스·스페인 등에서는 기존의 65세 정년을 67세로 연장하는 중이다. 일본은 2013년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늘렸는데, 올해 다시 70세로 늘리는 방침을 사실상 결정했다. 또 연령에 따른 고용 차별을 막기 위해 미국과 영국은 각각 70세와 65세였던 정년을 아예 폐지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정년연장을 몇 세까지로 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언제까지 정년연장 작업을 완료할 것인지,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57세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지 3년도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급하게 정년이 또 다시 연장되면 기업의 부담이 커지는 문제와 함께 청년들의 일자리 걱정이 생길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나는 이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정년연장을 거부하는 논리가 돼선 안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중병에 걸린 환자와 같은 처지이기 때문이다. 다소간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항암제 치료를 해야 하는 것처럼 인구구조의 위기에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바, 정년연장은 그 대책의 핵심적 사안이다.
그렇다고 3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당장 정년을 연장하자는 건 아니다. 이와 관련해서 중요한 정책적 실마리 하나를 제시할 수 있겠다.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바로 그것이다. 2019년 현재 수급 개시 연령은 62세인데, 2033년이 되면 65세가 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목표는 2033년 이전에 65세 정년제가 확립되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나라든 선진복지국가들은 모두 정년 시점을 공적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과 맞춘다. 그래야 소득 공백 기간(소득 크레바스)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기간을 좀 번 것이다. 그렇다고 논의할 시간이 무한정 길게 남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시급하게 정치사회적 논의를 마치는 게 좋다. 실제로 선진국들도 정년연장 논의를 할 때 10년 이상의 시간적 여유를 두고 미리 계획을 확정한 후 이것을 입법으로 추진했다. 독일의 경우도 67세로 정년을 연장한다는 결정은 이미 2012년에 내렸지만, 실제 정년연장의 시한은 2029년까지이다.
우리나라에서 2013년 <고용 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개정에 따라 60세 정년제를 실시했을 당시에 3~4년의 준비기간만 주어졌던 것과 비교해볼 때, 65세 정년제를 2033년까지 완료하게 된다면 앞으로 10년 이상의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 더 충실하게 관련 준비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다고 이 기간이 그렇게 긴 것만도 아니다. 정치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결정과정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제도의 시행을 위해 준비해야 할 내용들이 매우 많이 때문이다. 당장 기업들이 정년연장을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이유에 해당하는 부분을 적절하게 해소하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정책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정년연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까지 공론화해야!
인구구조의 위기 상황 때문에 정년연장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는 기업들도 공감하고 있다. 다만, 기업의 부담이 커지는 문제와 함께 청년 고용의 축소 우려 때문에 비판적 견해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 측은 정년 60세 연장 당시에 임금피크제 도입 등의 보완장치를 마련했듯이 65세로의 단계적 정년연장 과정에서 보다 근본적인 보완책들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기존의 호봉제를 대체하는 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 개편과 노동의 유연성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주장에 대해서는 홍남기 부총리도 견해를 같이 했다.
정년연장, 즉 노동자의 근로 능력과 의사에 따라 은퇴 여부를 결정하는 유연한 시스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데 본질적으로 반대하는 쪽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정년연장의 전제 조건으로 생산성의 향상과 함께 노동자의 역량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임금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호봉제를 대신한 직무급제가 이런 주장에 가깝다. 성과에 따른 보상과 함께 해고가 쉽도록 노동시장을 유연화하자는 주장이다. 직무급제는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하에 업무의 성격과 난이도, 책임 정도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존의 호봉제는 매년 일정 퍼센트의 기본급 인상이 이뤄지지만 직무급제는 직무 단계가 높아져야 임금이 올라간다. 직무의 난이도와 책임 정도에 따른 보수제도인 직무급제는 각 직위의 직무가 가지는 상대적 가치를 분석·평가해 보수액을 결정하게 되는데, 문제는 평가요소의 선정과 각 요소의 비중을 결정하는 방식, 그리고 평가의 결과와 보수를 결부시키는 방식에서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 자의적으로 보수 수준을 결정하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논의 과정에서 이런 논란들이 쟁점을 형성하고 타협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것이다. 결국, 임금 체계의 성과적 요소와 고용의 유연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갈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반드시 함께 가야할 게 있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매진하는 보편적 복지와 적극적 복지가 제도화된 ‘노동 존중 복지국가’의 건설이 그것이다. 즉, 임금 체계는 기본적으로 생산성과 역량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인데, 이와 함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직업의 안정성과 함께 업무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복지국가 방식의 근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일부에선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년연장을 하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분야도 있고, 아닌 분야도 있다. 직종별로 다르다는 것인데, 가령 서울시 버스 기사들의 경우 정년 이후에는 호봉을 인정하지 않고 임금을 줄여서 1년씩 재계약을 한다. 여기서는 노동자들과 고용주도 만족하고, 청년 일자리도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공무원이나 공기업 등의 일자리는 상황이 다르다. 여기선 청년 일자리를 줄일 개연성이 크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65세 정연연장 완료 목표 시점이 2033년이라는 사실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내년부터 2033년까지 매년 평균 30~40만 명씩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지금의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고용주가 구인난을 겪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책적 노력으로 정년연장을 추진하면서도 청년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하는 방안을 충분히 강구할 수 있다.
정년연장은 항암제를 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부작용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가야할 길이므로 우리는 조속한 정치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왜곡된 인구구조에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행스럽게도 정년연장에 대한 국민 여론도 일단은 우호적이다. 우리 국민 3명 중 2명은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60대 이상은 물론이고, 20~30대 청년층까지 정년연장을 지지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65세 정년 연장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이 66.4%로 ‘반대한다’는 응답 27.5%에 비해 2.4배 이상 높았다.
정년연장, 노인연령 기준 그리고 노인복지, 어떻게 할 것인가!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2019년 20.4명을 기록한 노년부양비(15~64세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인구수)는 2030년 38.2명이 되고, 2050년엔 77.6명, 2065년 100.4명까지 늘어난다. 노인복지 부담과 관련해서 우리 사회가 앞으로 지속 가능하겠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대목이다. 노년부양비가 20명인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2.4%이다. 그런데 10년 남짓 후인 2030년대 초반이면 우리나라의 노년부양비는 40명으로 지금의 2배가 된다. 그리고 2050년엔 노년부양비가 78명이나 된다. 아무리 생산성이 높아지는 시대가 오더라도 이런 인구구조에선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긴 어렵다.
한 가지 방법은 우리 사회가 인구구조에 서서히 적응하는 것이다. 정년 60세인 지금, 15세부터 64세까지를 생산연령인구로, 65세 이상을 노인인구로 설정해 노년부양비를 계산한다. 최악으로 달라진 인구구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정년을 65세로 늘리고, 이럴 경우 15세부터 69세까지를 생산연령인구로, 70세 이상을 노인인구로 설정해서 노년부양비를 계산해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2028년 노년부양비가 20.5명으로 나온다. 이 수치는 기존 방식에서 도출된 2019년 노년부양비 20.4명과 같은 수준이다. 노인인구 부양 부담을 9년쯤 늦춰주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인구변화에 대응할 시간을 벌게 되는 셈인데, 이 방법 외에 우리가 쓸 수 있는 다른 정책 수단은 없을 것 같다.
결국 제도적 차원에서 정년이 5년 연장되면 현행 만 65세인 노인연령 기준도 5년만큼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정부의 노인복지를 위한 재정 지출도 일정하게 줄일 수 있게 된다. 현재 전체 노인 중에서 65세~69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1%를 차지하는데, 결국 각종 노인복지 지출의 일정 부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대다수 노인들은 노인연령 기준 65세는 타당하지 않다고 여긴다. 결국, 정년연장과 함께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에 대한 정치사회적 논의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67세는 이제 노인이 아니’라거나 ‘생산연령인구의 상한은 64세가 아니라 69세’라는 말은 수용되기 어려울 것이다. 65세가 노인연령 기준이라는 오래된 인식과 습관은 변하기가 쉽지 않고, 국제적으로도 이 기준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즉, 노인연령 기준을 70세로 올림으로써 65~69세는 이제 노인이 아니라는 식의 획일적인 결정은 옳지 않다. 그러므로 65~69세를 ‘초기 노인’, 70~80세를 ‘중기 노인’, 그리고 80세 이후를 ‘후기 노인’으로 분류하고, 각 연령 구간별 노인 인구에 대해 경제·복지 대책을 달리 세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노인 일자리, 소득보장, 사회서비스 필요가 연령 구간별로 비슷하게 구획되고, 각각에 부합하는 정책 패키지를 효과적으로 마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충분한 공론화와 국민의 뜻을 모으는 절차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그래서 경사노위 같은 기존의 노사정 대화기구를 통한 공식 논의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 작업이 필요하다. 여야 정치권이 이런 성과를 모아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하되, 2033년까지 65세 정년제를 완성하는 계획을 확정하고 최대한 조기에 입법화하는 게 옳을 것이다. 나는 논의 과정에서 일본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게 좋다고 본다. 일본에서는 노동자들이 희망하면 누구라도 만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강제했는데, 그 방법으로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것과 계약직으로 65세까지 재고용하는 방안을 동시에 허용했다. 그랬더니 계약직 재고용이 약 80%를 차지했다. 또, 일본은 지난달 노동자가 희망하면 만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법안을 내년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인데, 당장은 ‘노력 의무’을 부과하고 장기적으로 모든 기업에게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