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안 소홀로 96억 과징금 ‘철퇴’… 회사는 비상인데 대표 상여금만 5,000만 원 늘어
– 조좌진 전 대표, ‘책임 사퇴’ 발표 후에도 법 규정 명분 삼아 3.5개월간 대표 권한 누려
지난해 대규모 해킹 사고로 금융권에 큰 충격을 주었던 롯데카드가 사고의 총책임자인 최고경영자(CEO)에게는 오히려 전년보다 더 많은 상여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를 선언한 CEO가 실제로는 수개월간 대표직을 유지하며 이사회를 주도하고 억대 보수를 챙긴 것으로 나타나 ‘진정성 없는 책임 경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 보안 패치 방치 대가는 ‘96억 과징금’… 고객 신뢰 ‘파산’
5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2025년 9월 17일 침해행위로 인한 고객 개인신용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했다. 정부 당국과 언론 보도에서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2017년 버전 오라클 웹로직 보안 패치를 적용하지 않은 관리 소홀로 지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체 회원의 약 31%에 해당하는 297만 명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28만 명은 카드번호와 CVC 등 민감한 결제 정보까지 털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롯데카드는 2026년 3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9,620백만 원(96억 2,000만 원)의 기록적인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현재 총 27억 3,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 8건이 진행 중이다.
■ 순이익 40.0% 폭락에도… CEO 상여금 인상률은 직원(7.3%)의 2배

경영 실적 또한 처참했다. 롯데카드의 2025년 당기순이익(별도 기준)은 814억 원으로, 2024년(1,353억 5,500만 원) 대비 무려 40.0%나 급감했다. 해킹 사고 수습 비용과 고객 이탈, 업황 부진이 겹친 결과다.
고객 기반에도 균열이 나타났다. 여신금융협회 집계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회원 수는 지난해 8월 말 947만 명을 웃돌았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기점으로 감소 흐름으로 전환됐다. 이후 같은 해 12월에는 935만4,000명까지 줄어들며 불과 넉 달 만에 12만 명 이상이 이탈했고, 올해 들어 937만 명 수준으로 소폭 회복했으나 사고 이전 규모에는 여전히 못 미치고 있다.

그러나 조좌진 전 대표이사의 보수는 거꾸로 치솟았다. 조 전 대표의 2025년 총보수는 12억 2,600만 원으로, 2024년(11억 7,700만 원)보다 약 5,000만 원(4.2%) 증가했다. 특히 성과와 연동되는 상여금이 3억 1,300만 원에서 3억 6,300만 원으로 5,000만 원(16.0%)이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직원들의 1인 평균 급여액 인상률(약 7.3%, 1억 1,000만 원 → 1억 1,800만 원)과 비교하면, 회사의 중대 사고를 초래한 CEO가 직원들보다 2배 이상 가파른 상여 인상 혜택을 누린 셈이다.
롯데카드 측은 임원 급여가 내부 임원보수규정에 근거해 책정되며, 같은 업권 내 보수 수준과 회사의 재무적 부담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상여금의 경우 기본연봉의 75% 이내에서 지급하도록 정해져 있으며, 영업이익 등 손익 지표와 핵심성과지표(KPI) 달성 여부, 금융소비자보호 실태 평가, 당시의 경영 성과와 시장 여건 등을 함께 반영해 산정했다고 밝혔다.
■ ‘꼼수 사퇴’ 논란… 사퇴 선언 후에도 이사회 출석 및 스톡옵션 고수
조 전 대표는 사고 직후인 2025년 11월 13일 “대표이사로서 마지막 책임을 지겠다”며 12월 1일 자 중도 사임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업보고서 주석 확인 결과, 그는 상법 제389조 제3항 등을 명분으로 후임 대표가 취임한 2026년 3월 16일까지 약 3.5개월간 대표이사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그대로 유지했다.
실제로 그는 사임일 이후인 2025년 12월 17일 이사회에도 ‘대표이사’ 자격으로 참석해 주요 보고를 마쳤다. 결국 대외적으로는 물러난 척하면서 내부적으로는 핵심 의사결정권과 급여를 모두 챙긴 셈이다.
또한 퇴임 직전까지 89만 6,881주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권리도 온전히 보존하며 실속을 챙겼다. 행사 가격이 23,201원임을 고려할 때 이는 향후 막대한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고수익 지분 카드’로 평가된다.
롯데카드 측은 조 전 대표의 보수 증가와 관련해, 2023년에 결정된 연봉 인상분이 2024년부터 급여에 반영됐고 이후 조정된 연봉 수준과 성과급이 함께 적용되면서 총보수 규모가 커졌다고 해명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300만 명의 정보가 털리고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린 해에 CEO의 상여금이 더 늘어난 것은 금융권 보수 체계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법적 의무를 핑계로 사퇴 시점을 미루며 연봉을 챙긴 행태는 고객들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