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호중공업에서 또다시 사내하청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2월 20일, 현대삼호중공업 2도크 헤드 4PE장 LPG V31S 탱크 내부 작업장에서 배관 취부 작업을 하던 정재길씨(48세)가 아르곤 가스 누출에 따른 질식사로 숨졌다.

고인은 탱크 중간 높이에서 작업을 하던 중, 용접 작업자의 아르곤 가스 주입량을 늘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바닥으로 내려갔다가 30분 만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사고 당시 고인을 후송한 직후 회사 안전관리자, 노동조합, 작업자가 입회하여 아르곤 가스를 주입하여 바닥을 산소농도 측정기로 가스 누출 실험을 하자 1분도 안 되어 경보가 울려 누출을 확인하였다.

사고 원인은 아르곤 가스 호스와 배관 연결 부위를 밀봉한 종이테이프가 헐거워져 가스가 누출되고, 환기장치가 없어 환기되지 않는 밀폐공간에서, 산소측정기도 없이 바닥에서 작업하다가 산소결핍에 따른 질식사로 추정된다.

이번 사망사고는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올해만 발생한 세 번째 중대재해다. 지난 2월에는 송기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하던 노동자가 쓰러진 채 발견되어 뇌사상태에서 2주 만에 숨졌고, 지난 8월에는 선박 블록 탱크 용접 후 기밀테스트 중 터져 날아온 지그판에 맞아 늑골, 대퇴부 골절로 수술을 받았지만 3일 만에 숨졌다.

이처럼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이유는 조선업종의 고질적 병폐인 다단계하도급 구조와 위험의 외주화 때문이다. 정규직이 기피하고 외주화한 위험작업에서 사고가 난 것이다.

이번 사고 소식을 들은 정규직 직원들은 환기장치도 없는 밀폐공간이라면 아예 작업하러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탱크에만 작업중지를 권고했으나, 동일한 아르곤 가스 용접작업에 대해서는 작업중지 명령을 할 수 없다며 방치하고 있다. 현장조사에서도 사측과 하청업체 작업자 위주로 의견을 청취할 뿐 노동조합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이의를 제기하면 소극적으로 반영할 뿐이다.

금속노조는 28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대삼호중공업에 대한 특별감독관 안전보건진단을 실시하여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 처벌법 개악을 중단하고 실효성이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고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게 해야 한다. 조선업 다단계하도급 구조 및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근본적 개선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고 사고 진상규명, 원하청 사용자의 공식 사과와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원하청 사용자는 유가족이 조속히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책임 있게 나서야 할 것이다.

금속노조는 “우리는 유가족과 함께 이번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 및 공식사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및 책임자 처벌, 유가족 배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현대삼호중공업과 노동부를 상대로 싸워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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