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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세월호 참사 해경 지휘부 무죄 확정…유가족 ‘분노’

대법원은 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지휘부 9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검찰은 해경 경비정이나 헬기 등 구조세력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기 전과 후로 해경지휘부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고 봤다. 김 전 청장 등은 사고에 유감을 표하고 사과하면서도 법리적으로는 죄가 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구조세력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상황에 대해선 제한적 정보만 알고 있었으며 이런 정보를 근거로 세월호 침몰이 임박해 즉시 퇴선이 필요한 데도 승객들이 선내 대기중이란 사실을 쉽게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전 청장 등이 승객들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고 그 결과를 회피할 조치가 가능했는데도 못한 점이 입증돼야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하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이날 “원심 판단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지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정부 해경 지휘부 전원은 모두 무죄를 확정받았다.

유가족들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이날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가 어떤 지시도 구조 계획도 세우지 않아 생명이 무고하게 희생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선례를 사법부가 남기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지휘부가 상황을 몰랐다는 것 자체가 책임의 문제”라며 “재판부는 ‘몰랐다’고 면죄부를 줄 것이 아니라 ‘왜 파악하지 않았는지’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종기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300여명이 억울하게 희생됐는데 현장에 출동한 해경 정장에게만 죄가 있고 정작 해경을 통제하고 지시하는 지휘부는 죄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지금은 (해경 지휘부를) 처벌하지 못했지만, 반드시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 처벌받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도 “여전히 좁은 시각으로만 해석하고 면죄부를 주는 사법부와 행정부, 입법부 때문에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가 벌어진 것”이라며 “사법부는 법을 만들고 집행해온 이들의 잘못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고 비판했다.

한편, 사고 직후 퇴선 방송을 제때 한 것처럼 보고서를 꾸민 혐의(허위공문서작성 등)로 기소된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목포해경 소속 3009함의 이재두 전 함장에게는 1·2심 모두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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