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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의연대 논평] 횡령 등 대구은행·KB국민은행 대형 금융사고,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 절실하다

고객 몰래 계좌 1000여개 만든 대구은행, 실적압박 등 구조적 문제
경남은행의 562억원 규모 대출 횡령 사고, 국민은행의 127억원 횡령
내부통제 안되는데, CEO에 책임 물을 수 없는 현행 지배구조법의 한계

횡령, 불법통장 등 시중은행들의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은행이 2021년 10월부터 다수의 증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직원들이 고객 문서를 위조하여 불법으로 계좌 1,000여 개를 개설한 사실이 지난 6월30일 민원제보를 통해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뒤늦게 긴급검사에 착수했지만, 내부통제 부실로 발생한 사건임에도 현행 금융사지배구조법 상 경영진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어 법 개정이 절실하다.

대구은행의 경우 고객들이 연결계좌로 예금·연금·증권 계좌를 만들 수가 있는데, 고객들이 증권계좌를 만들면 은행이 고객 몰래 서류를 위조하여 다른 증권사 계좌를 만들었다. 결국 6월 말 한 고객이 몰래 개설된 계좌를 발견하고 대구은행에 민원을 접수하면서 사건이 드러났지만, 금융실명법 위반임에도 대구은행은 늦장 보고를 했고 금감원도 8월8일이 되어서야 뒤늦게 긴급 점검에 나섰다.

대구은행 뿐만이 아니다. KB국민은행은 직원들이 상장사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27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국민은행 증권대행 부서 소속 직원들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1개 상장사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무상증자 규모 및 일정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한 다음 본인과 가족 명의로 해당 종목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챙겼다. 5백억 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했던 경남은행 또한 직원들이 가족 명의 차명계좌로 억대의 주식거래를 하여 자본시장법을 위반하였고, 고객 실명 확인 없이 계좌를 개설하였으며 사모펀드 불완전판매까지 적발되었다.

직원들이 징계와 해고 사유임을 알고도 이러한 중대범죄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이유는 실적압박밖에 없다. 따라서 이는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 금융회사 내부통제 부실과 경영진을 처벌할 수 없는 현행 법 등 구조상의 문제로 보는 게 마땅하다. 실적압박에 내몰린 직원들은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문제가 터지면 문책을 당하고, 이는 금융소비자의 피해로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구조적 원인을 만든 CEO가 면죄부를 받는다면 금융사고가 재발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사지배구조법을 개정하여 CEO의 책임을 명시하여야 한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내놓긴 했지만 실효성에서는 의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중대 사고가 아니면 처벌할 수가 없고, 중대 사고라고 할지라도 노력(?)했다면 내부통제 부실의 책임자인 경영진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자칫하면 꼬리자르기식 처벌로 끝날 수도 있다. 은행 과점 체제를 혁신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추진한 은행 경쟁 촉진 정책 또한 실패한 것과 다름없다. 시중은행들의 사고가 끊이지 않고 내부통제가 안 된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음에도, 이를 처벌할 대책 없이 자율경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금융회사에 면죄부를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구은행과 같이 내부통제가 안 되는 시중은행이 늘어나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훼손하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를 방지하는 방법은 금융회사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제재밖에 없다. 법 개정을 통해 대형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CEO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여야 한다. 또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CEO의 적격성을 박탈하고 해당 금융회사에 대한 금전적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감독기관 또는 정치권 출신 낙하산 감사의 이해충돌 문제와 독립성 없는 준법감시인 등에 대한 문제해결도 필요하다.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금융사고는 사모펀드 사태로 이미 충분히 예견되었다. 더 이상 금융사고로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키워서는 안된다. 따라서 법 개정을 통해 경영진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확정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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