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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기자회견] 전국특성화고노조(본부), 구의역 김 군 7주기 추모행동

“‘지금 소희들은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싸우겠습니다”
“우리는 일하는 기계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주 69시간 노동시간연장 폐기하라!”
“양질의 안전한 고졸일자리, 정부가 보장하라!”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노동자성 보장하라!”

일시 : 2023년 5월 27일(토) 오후 12시 ~ 오후 2시
장소 : 건대입구 롯데백화점 앞 광장 ~ 구의역 9-4 승강장

승리하는 우리노동조합 전국특성화고본부(이하 특고노조)는 오늘(27일) 오후 12시,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 전국 조합원들과 함께 7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열차에 치여 숨진 특성화고 졸업생 김군을 추모하고, 주 69시간 노동개악 폐기를 촉구하는 캠페인 및 구의역 9-4 승강장까지 행진을 진행했습니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 군이 2인 1조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세상을 떠난 지 7년이 흘렀지만, 한해 산업재해로 2,223명이 사망하였습니다. 산업재해와 직장 내 괴롭힘이 존재하는 노동현장이 있는 한 ‘지금 소희’는 계속될 수 있습니다. ‘다음 소희’ 영화 이후, 특성화고 학생과 현장실습생들의 현실이 재조명 되었지만 ‘지금 소희’들은 현장실습 중에 ‘노동자’가 아니란 이유로 죽지 않기 위해 노동자로서 싸울 수도 없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죽지 않기 위해 싸우는 건설노조를 탄압하고 있습니다. 구의역 김군이 너무 바빠 사발면 하나도 먹지 못하며 일하고 있는 현실은 여전한데, 주 69시간 노동시간 연장을 하려고 합니다. 또 작년 윤석열 정부는 2차 추경에서 ‘고교취업연계 장려금’과 ‘현장실습 지원 예산’까지 대폭 삭감시켰습니다. 산업재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은 줄여주고 특성화고 학생, 졸업생들에 대한 예산은 삭감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특고노조는 시민들에게 구의역 김군 7주기를 알리고 양질의 안전한 고졸일자리를 정부에게 요구하고, 주 69시간제 폐기를 알리는 플래시몹과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발언과 행진을 진행했습니다.

행진에서는 ‘양질의 안전한 고졸일자리, 정부가 보장하라!’, ‘우리는 일하는 기계가 아니다! 주69시간제 폐기하라!’, ‘현장실습생 노동자성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내걸고 행진합니다.

이날 추모행동에서는 현장실습을 끝내고 여전히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기업에서 근무하는 졸업생 조합원들이 발언했습니다. 이하 발언문 전문과 현장 사진입니다.

○ 발언 [최서현 승리하는 우리노동조합 전국특성화고본부장]

우리노조 전국특성화고본부 위원장 최서현입니다. 구의역 김 군이 세상을 떠난지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데 구의역 김군의 죽음을 슬퍼 하는 비 같습니다.

7년 전 구의역 9-4 승강장은 눈물바다였습니다. 부모님에게 보탬이 되려고 고등학교 3학년부터 취업하고 정규직을 꿈꿨던 19살 청년이 왜 지하철에 치여 죽어야 하나 모두가 분노했습니다. “인건비 아끼려다 19살 청년이 죽었다, 하청 비정규직이라 죽었다.” 그 당시 스크린도어에 붙었던 추모 포스트잇입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뛰어다녔던 김 군의 가방엔 컵라면과 수저가 들어있었습니다.

구의역 김 군은 특성화고 졸업생이었습니다. ‘구의역 김 군’의 후배들은 김 군 사망 직후 구의역 스크린도어 9-4 승강장 앞 포스트잇에 “선배의 죽음의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적었습니다. 7년이나 지난 지금, 우리의 일터는 특성화고 졸업생들, 고졸 노동자들의 일터는 안전해졌나요?

올해 초 영화 ‘다음 소희’가 개봉했습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현장실습을 나가서 어떻게 기계로 대해지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영화를 함께 본 졸업생들이 영화 속 소희가 마치 나 같았다, 내가 겪었던 일과 똑같았다고 말했습니다. 구의역 김 군, 영화 ‘다음 소희’의 이야기들이 여전히 지금도 있습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다쳐서 두 번이나 병원에서 꿰매야 했던 조합원은, 자기 동기가 작업대가 무너져 6개월 입원하는 걸 보고 유서를 써놓고 일했습니다.

부당해고도 많이 당합니다. 현장실습 기간에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근로기준법 적용 안 받는다고, 3개월 안 지났으니 해고할 수 있다라고 협박을 당하고, 현장실습 기간이 끝나면 이제 학교 보호 못 받으니 막대하겠다며 협박당합니다. 잘못한 게 없는데 하루아침에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고의 근거를 만들고 자릅니다. 그 졸업생은 혼자 노무사를 찾아가고, 노동청을 찾아가서 부당해고라는 걸 밝혀야 했고 이후에도 공황장애로 고통받아야 했습니다.

결국 정부가 양질의 안전한 고졸일자리를 책임지지 않는 이상 구의역 김군의 죽음, 영화 ‘다음 소희’의 죽음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특성화고노조가 앞장서서 양질의 안전한 고졸일자리를 보장하도록 투쟁하겠습니다.

○ 발언 [박동균 전국특성화고본부 인천지부 조합원]

고졸, 비정규직 노동자, 컵라면, 나무젓가락 1개, 스테인리스 숟가락 1개, 월급 144만원, 그리고 쉼 없이 쏟아지는 작업과 공구들. 이 말들은 모두 구의역 김군을 뜻하는 말입니다. 수 많은 공구들 속에 천 원도 안 되는 작은 사발면과 그 위에 놓인 스테인리스 숟가락을 처음 봤을 때 참았던 눈물이 쏟아젔습니다. 3분이면 익고도 남는 사발면 하나 먹을 시간이 없던 김군의 뒷모습이 그려졌고, 혹여 여유가 있으면 국물이라도 떠먹으려고 넣어둔 스테인리스 숟가락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구의역 사고가 있던 당시 특성화고에 다니던 저도 2년 뒤에는 현장실습과 취업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두려움과 무서움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제가 나갔던 현장실습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강남의 한 중소기업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현장실습을 진행했습니다. 아침 11시 출근, 새벽 5시 퇴근. 프로젝트가 밀리는 날이면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출근해야만 했습니다. 하루에 19시간, 주에 95시간, 거기에 주말 출근이 있는 주에는 주 100시간을 넘어가는 말도 안 되는 노동시간입니다. 퇴근 후 자취방에 들어오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씻고 출근하는 것의 반복이었습니다.

하청의 재하청, 그랬기 때문에 최소한의 현장실습 매뉴얼조차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2년이 지났지만 현장실습이어서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현실도 상황은 똑같았습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습니다. 고졸 출신 노동자들을 만나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바뀐 것 없다는 걸 느낍니다. 특고노조 조합원 중 한명은 인테리어 업체에서 일하는 데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일한다고 합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조합원 중 한명은 매일 성한 곳 없이 다처오지만 늘 괜찮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다음날 또 일을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한 조합원은 회사에서 사고가 너무 많아서 미리 유서를 써놓고 일을 했다고 합니다. 이 현장에서 일하다가 죽을수도 있겠다는 두려움 때문이랍니다. 후배는 비행기 날개를 정비하기 위해 날개의 판넬을 열어서 오른손을 넣고 작업하고 있었는데 비행기의 발전기가 돌아가며 오른손이 압착사고를 당할 뻔 했다고 했습니다. 위험한 현장을 뉴스에 알린 후배 조합원은 회사에서 눈칫밥을 먹다 결국 그만두고 군대를 갔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더 일을 해야 한다며 주 69시간 노동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여러분 멀쩡히 존재하고 있는 노동법도 지켜지지 않는데, 주 69시간 노동을 하고, 장기휴가를 받는다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고졸 노동자에게 주 69시간 노동은 주 100시간 노동과 같습니다. 노동법을 지키지 않는 자본가들에게 면죄부를 쥐어주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저희는 ‘다음 소희’에 나왔던 소희들 입니다. ‘지금 소희’들은 회사에 당하지 않고, 일하다가 죽지 않기 위해 현장에서 싸우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구의역 7주기를 맞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 열심히 저희도 투쟁하겠습니다.

○ 발언 [신은진 전국특성화고본부 경기지부 조직국장]

안녕하세요.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경기지부 조직국장 신은진입니다.

2016년 5월 28일, 김 군이 돌아가신 지 7년이 지났습니다.

구의역 김 군의 죽음은 가장 밑바닥 노동에 몰린 특성화고의 문제를 발견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우리가 김 군 죽음을 기억하고 행동하는 것은, 그를 추모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자는 다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제주 이민호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님, 불과 2년 전 여수 홍정운 님까지, 우리 사회가 지켜내지 못한 안타까운 일들은 또 다시 발생했습니다.

추모 발언을 준비하면서, 5주기 추모행동에서 김군 에게 썼던 편지를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죽음을 헛되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얼마나 걸리든 안전한 일터를 꼭 만들겠다고. 그 말은 계속되는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 앞에 쓸쓸하게 남겨졌습니다.

본질은 안전한 양질의 일자리입니다. 안전 메뉴얼을 제대로 지키고, 관리, 감독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특성화고 설립 취지에 맞게 양질의 안전한 고졸 일자리를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정부는 언제나 기업의 편입니다. 산재 사고가 발생해도 솜방망이 처벌이고, 오히려 더 많이 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안전한 사회에 살고 싶습니다. 일하다 죽지 않고, 놀다가 죽지 않는고, 폭력에 죽지 않는 안전한 사회에 살고 싶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그런 사회를 기다리고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끊임 없이 말하고, 기억하고, 행동하면서 멈추지 않고 싸울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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