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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생활 SOC 확충 정책이 중요한 진짜 이유

이상구(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SOC(Social Overhead Capital)는 사회 간접 자본이라는 뜻이다. 산업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각종 기반 시설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교량. 항만, 도로, 철도, 공공 청사 등의 모든 건축 공사와 댐 건설, 상·하수도 설치, 간척 사업 등 토목 사업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리고 공원, 학교, 병원 건축 등도 넓은 의미의 SOC 사업에 포함된다.

도로, 항만, 공항, 상·하수도와 전기 등의 SOC 사업을 하면 제조업이나 철강, 정유화학 등 각종 산업이 발전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이를 통해 고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부터 시작하여 SOC 사업을 엄청나게 전개해 왔다. 지난 50년 동안 SOC 사업을 통해 고용률을 높이고 경제 발전에도 이바지 해 왔다.

이전 정부의 SOC 정책과 생활 SOC 확충 정책의 차이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고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더 이상 SOC 사업은 경제 성장이나 고용률 증가에 긍정적으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에 평가해 본 결과에 따르면, 이미 그 당시에도 철도나 항만 등 일부 부족한 분야가 있었지만, 도로 건설은 당장 건설을 중지해도 이미 140%나 과잉 설립돼 있었고, 공항도 국가적으로 필요한 것 보다 더 많이 건설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04. SOC 축적도에 관한 연구, KDI).

기존의 SOC 사업 외에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 그리고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은 박근혜 정부 때 주로 강조되었다. 하루에 차가 몇 대 다니지도 않는 도로가 4차선으로 확장돼 있거나, 지역 정치인들의 요구로 건설한 지방 공항들이 이용객이 적어 개점휴업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그럼에도 가덕도 신공항이나 흑산도 공항 등은 여전히 지역 정치인들의 민원 사항이 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토목이나 건설 사업을 해도 고용이 별로 늘지 않고, 실제로 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도 이전만큼 크지 않다. 오히려 불필요한 SOC 사업에 과잉 투자한 피해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SOC 과잉 투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민자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다. 추진 당시 정부의 조사 결과에도 도로 건설이 과잉돼 있어서 국가 재정으로 투자하기에는 필요성이나 타당성이 낮았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요구하고 건설업체가 로비를 하니 민간 자본으로 도로를 건설하게 하고, 대신에 정부는 관련 투자의 수익률을 보장하게 된 정책이 바로 민자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다.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와 천안-논산 고속도로, 그리고 광주 제2순환도로 등 멕쿼리 투자회사가 관여한 곳을 포함해 현재 운영 중인 민자 고속도로는 총 18개나 된다. 이들 도로는 통행량이 적은 곳에 무리하게 건설하고 투자 수익률까지 보장하다 보니, 결국 통행료를 높게 받고 추가로 정부가 운영 적자를 보전해 주어야 하는 등의 2중 부담을 지게 되었다.

2018년 6월 기준으로 이들 민자 고속도로들의 평균 통행료는 재정 고속도로 대비 1.43배나 높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의 82.8%가 민자 사업을 통해 건설된 SOC 사용료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민자 사업 인식도 조사, 2017년, KDI). 이전 정부에서 누군가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가 낮은 곳에 도로를 무리하게 건설하니, 결국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가 재정 고속도로에 비해 더 비싸게 되고, 국민들은 그것을 고속도로 통행료를 통해 체감하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운영 기간, 차입금 조달 금리, 건설 보조금 규모 등 재정 및 민자 고속도로 간의 구조적인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그래서 지난 8월 27일, 정부는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사업을 발표했다. 인천공항(2.28배), 천안논산(2.09), 대구부산(2.33), 인천대교(2.89), 서울춘천(1.50) 등 통행료가 재정 고속도로 대비 1.5배 이상(5개)인 노선을 대상으로 통행료 인하 효과가 큰 사업 재구조화를 추진한다. 운영 기간 연장 등 노선별로 적합한 재구조화 대안을 적용해서 통행료를 인하하려는 것이다.

또 통행료가 재정 고속도로 대비 1.2~1.5배 수준인 광주원주(1.24), 상주영천(1.31), 구리포천(1.23) 노선은 자금 재조달을 통한 통행료 인하를 추진한다. 교통량, 시장 금리, 자본금 감자 가능 여부 등을 고려해 민간 사업자와 협의해서 통행료 인하 추진하게 된다. 그리고 통행료가 재정 고속도로와 유사 수준(0.9~1.19배)인 10개 노선은 향후 통행료 인상 요인을 감안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통행료가 올라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런 정책은 지난 정부의 과오를 정상화하는 ‘적폐 해소’ 정책의 일환인 측면도 있지만, 민간 자본에게 맡겨 발생한 비효율을 정상화한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정책이다. 향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민영화했던 여러 가지 사업을 다시 공공화하는 시범 사업의 의미도 있다.

SOC의 새로운 대안은 생활 SOC 확충 정책이다

새 정부에서는 도로 건설이나 공항, 그리고 댐 건설 등 전통적인 SOC는 그 동안 지속적인 투자로 스톡(누적)이 상당 수준 축적되었다는 판단에 따라 신규로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완공 소요 위주로 투자를 하고, 기존 시설들에 대해서는 노후를 대처하는 등 안전 투자 등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도로나 댐 건설 등의 SOC는 한시적인 소규모의 고용 외에는 더 이상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고용을 창출하지도 못하고, 사업이 끝나면 고용이 지속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갑자기 이 분야의 사업을 줄일 경우 건설과 토목 등 관련 산업 분야에 피해가 크고, 종사하는 분들이 실업자가 되기 때문에 서서히 줄여나가고, 그 내용을 바꿔나가는 정책을 채택한 것이다. 2019년 전체 SOC 예산은 19조 원에서 18.5조 원으로 2018년 대비 소폭 축소했다. 그런데 지역 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서 도시 재생이나 공공 주택 건설 등 사실상 SOC 성격의 건설 투자는 오히려 확대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도시 재생이나 공공 주택 건설을 포함하면 전체 건설 투자 규모는 2018년 27조 원에서 2019년에는 27.9조 원으로 증가한다.

또 정부는 지난 8월 27일, 경제 관계 장관 회의를 통해 생활 SOC 확충 정책을 확정했다. 생활 SOC 투자를 통해 삶의 질 향상, 지역 일자리 창출, 그리고 지역 경제의 활성화라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목표로 하는 정책을 담아 국회에 제출된 정부 예산안에도 반영했다. 이 정책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생활 SOC 투자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 인프라를 확충해 삶의 만족도 제고하고,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여가 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며, 다양한 일상의 위험으로부터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생활 SOC 투자는 전국 단위가 아니라 기초지방자치단체 등 지역 단위의 투자 확대로 지역의 일자리 창출 기반을 확충하고, 생활 인프라 확충을 통해 관련 산업(서비스·건설업 등)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신산업 분야 투자로 지속 가능한 고용 창출 기반을 마련한다.

셋째, 생활 SOC 투자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투자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취약지역의 산업 기반을 확충·고도화해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고, 대도시·중소도시·농어촌 간 삶의 질 격차 완화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관련 분야에 투자하던 5.8조 원에 더해 신규로 약 3조 원을 투자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투자를 포함해 내년에만 약 12조 원을 생활 SOC 확충에 투자한다.

생활 SOC 확충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되게 하는 방법

고령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인들의 체육 활동 참여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 또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성인들의 체육 활동도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늘어나는 생활 체육 수요에 비해 체육 시설의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 이들 생활 체육 시설은 지역 주민들의 생활 권역별이 아니라 주요 거점 위주로 설립돼 있어 접근성이 낮다. 이번에 발표된 정책에는 우선 생활형 30개소, 장애인 체육센터 30개소, 근린생활형 체육센터 100개소 등을 추가로 설치해 생활 SOC 투자를 통해 ‘걸어서 10분 이내 거리’에 체육시설 접근이 가능하도록 국민체육센터를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전략이 포함됐다.

이번에 발표된 체육시설 확충 생활 SOC 투자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되려면 단순히 시설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을 늘리는 것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지역사회 스포츠 클럽 활성화 사업을 결합하거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민체육공단 등 공공기관에서 ‘생활 체육 지도자’를 이들 시설에 충분히 배치해 지역 주민들은 비용을 별로 들이지 않아도 원하는 종목의 운동을 배우고 시합도 하는 식으로 국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면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엄청나게 높아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 대비 도서관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공공 도서관 보급률은 도서관 1관 당 인구수로 비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도서관 하나 당 인구가 5만 명인데 비해 미국은 3.4만 명이고, 이웃나라 일본도 3.9만 명이다. 심지어 독일은 1.1만 명으로 우리나라 보다 인구 대비 도서관 숫자가 5배나 많다.

또 우리나라의 공공 도서관은 대부분이 대형으로 지어져 이용하기에 편리하지 않고, 최근에는 인터넷 검색 사이트나 유튜브 등 e-콘텐츠를 통해 정보를 취득하는 경향이 확산돼 기존의 도서관 활용도는 급속하게 저하되고, 독서실 등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래서 생활 SOC 투자를 통해 작은 도서관을 모든 시·군·구에 1개씩 설치해 기존의 16개에서 243개로 늘리는 정책이 발표됐다. 또 50개의 도서관을 대상으로 기존의 노후 도서관은 북 카페형 공간 등으로 리모델링하는 예산을 지원한다.

도서관 확충 정책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되려면 작은 도서관 숫자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도서관 사서를 많이 배치해 실제로 도서관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 어린이의 독서 능력이나 지적 수준, 그리고 관심 영역에 맞는 동화책을 권해 주거나, 성인의 경우 관심 분야 고전과 신간 도서를 소개하는 등 맞춤형 사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인문학을 부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11,300여 개의 전국 학교 도서관을 공공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하고 도서 구입비를 지원하고 사서를 추가로 배치한다면 국민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신도시가 만들어지고, 도서관과 복지관, 그리고 문화센터 등을 한 곳에 유치하면 토지 매입비 뿐 아니라, 주차장이나 편의 시설 등 건설비를 절약할 수 있고, 아이를 공공 놀이 시설에 맡기고 부모가 수영하러 갈수 있게 되는 등 지역 주민들의 이용 편의성도 높이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발표된 생활 SOC 확충 정책을 통해 우선 혁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18개소에 문화·체육·복지시설을 한 곳에서 누릴 수 있는 복합 커뮤니티 센터를 건립하겠다는 정책이 포함됐다. 도서관과 체육관, 노인 복지관, 공립 유치원이 한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면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도 편리할 것이다.

이런한 다양한 생활 SOC 투자 정책들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되려면 기초지자체마다 사회서비스인력공단(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면 된다. 전국 230여 개의 기초지자체마다 생활체육지도자, 공공사서, 사회복지사 등 사회서비스 인력을 고용해서 이들 시설에 파견해주는 사업이 같이 진행된다면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고용 증가, 그리고 각종 생활비용의 절감이 가능해진다.

생활 SOC 확충 정책의 성공 방안은?

전국적으로 이미 시행은 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들 정책을 지방정부에 자율적으로 맡겨두니 지역 간 격차도 발생하고, 효율성도 낮고,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가 있어 이번에 중앙정부가 생활 SOC 투자 정책을 통해 추진을 독려하고, 표준 모델 제시로 효율화하기로 한 것도 매우 의미 있는 결정이다. 특히 이들 대부분의 사업은 지방정부가 직접 나서주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회계연도 개시 직후 사업이 즉각 추진될 수 있도록 지자체 및 관계기관 등과 사전 절차를 미리 준비하고, 범부처 협의회를 구성하며, 사전 수요조사 등 공모 절차를 통해 사업을 배정하고, 사업설명회 개최 등 다양하게 지방정부와 협력해 진행하는 방안도 포함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국민의 삶의 질 개선 및 소득 증대와 연관된 중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다. 자신의 생활과 직접 관련된 정책임에도 아직 다수의 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문제다. 기자들도 그 의미와 내용을 잘 몰라 그냥 지금까지 하던 사업을 정부가 정리해서 발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정도로 가볍게 취급하고 있다. 국회나 지방정부 등 정치권에서도 단순히 지역구에 사업비를 가져갈 수 있는 사안이나 중앙정부의 예산을 조금 더 가져갈 수 있는 사업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생활 SOC 투자를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나 시도는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생활 SOC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다. 사회서비스 인력 확충 정책과 병행돼야 실질적 효과를 가질 수 있다. 경제 관계 장관 회의는 하드웨어를 건설하는 것은 잘 하는데, 이런 시설을 이용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데는 사회 관계 장관 회의에서 뒷받침을 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관련 분야의 사회서비스 인력 확충 정책이 동시에 발표되지 않은 것도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생활 SOC 확충 정책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일환임에도 정부 관계자들이 그런 내용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생활 SOC 확충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을 늘리는 것은 1) 민간의 영리시설 이용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도록 하는 것이며, 2) 직접적인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정책이고, 3) 궁극적으로는 민간시설에 대한 지원과 기능 보강, 인력 파견 사업 등을 통해 공공성을 강화함으로써 민간의 관련 사업도 동시에 활성화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일환이다.

이제는 ‘길 닦고 댐 건설하는 시’는 지났다. 생활 SOC 투자를 통해 국민들이 풍요롭고 여유 있는 삶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알고, 앞으로 정책 방향도 그렇게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도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서 꼭 챙겨야 할 내용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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