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필드

노동·인권 전문지

건강하게 살아남을 권리

김 우(두레생협연합 조합원교육활동센터 운영위원)

술집에 가면 서비스 안주로 작은 철판에 옥수수구이가 나오는 곳이 있다. 안 먹는다. 100% GMO(유전자 변형 생물 또는 식품. 이하 지엠오) 옥수수이기 때문이다. 치즈까지 얹은 달콤한 구이를 동석한 지인에게 먹지 말라고 하니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 뭐.” 그런다.

우리나라는 식용 지엠오 작물 수입 1위 국가다. 수입량이 더 많은 일본도 있지만, 일본에선 대부분 사료용으로 사용한다. 사료용이나 식용이나 ‘엎어 치나 매치나’지만 사람 입에 바로 직접 들어가는 거라는 미세한 차이는 존재한다.

대두, 옥수수, 면화, 유채, 사탕무 등이 광범위하게 국내 유통 중이다. 마트에서 파는 지엠오 콩으로 만든 식용유(콩기름), 된장, 간장, 고추장, 두부, 콩나물의 밥상이니, 수입 옥수수로 만드는 옥수수유와 전분당, 수입 유채로 만드는 카놀라유가 가공식품에 속속들이 들어있으니, ‘다른 것도 마찬가지’라는 지인의 말은 슬프지만 맞는 얘기다.

지엠오 관련 찬반 논란은 이어지는데 사람들은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자신이 먹고 있는 줄도 모르며 지엠오를 먹고 있다. ‘더 좋은 개량을 위한 자연교배와 다를 게 없다, 전통적인 육종방법이 안전하다면 유전자 변형과 조작 역시 안전하다, 인체에 해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여러 저명한 과학자들이 이런 찬성의견에 줄을 서기도 한다. 상반된 가설 속에 과학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특히 개별 과학자들은 객관 중립의 위치에 서 있지도 않다.

기업과 정부는 돈을 풀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과학자며 학자들을 통해 도출해 내곤 한다. 지엠오 특허 90%를 소유하고 세계 작물 종자 사용권의 67%를 소유하고 있는 다국적 종자기업 몬산토 역시 과학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종자시장에서 70여 개 품목의 종자 판매권을 보유하고 있는 몬산토코리아 역시 그러하다.

몬산토는 DDT, 사카린, 폴리염화비페닐, 아스파탐, 소성장호르몬 등을 개발하고 고엽제를 개발하며 돈을 번 화학회사다. 이제 몬산토‘답게’ 일관성 있게 세계 최대 종자회사로 지엠오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심각성을 깨달은 미국의 한 엄마로 시작한 ‘몬산토에 반대하는 행진’은 전 세계적으로 2013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제초제를 뿌리면 다른 풀은 다 말라죽는데 혼자만 살아남는 콩. 제초제를 독점적으로 팔려고 퍼뜨린 그 콩이 건강할까. 돈을 벌려고 하고 더 많은 돈, 더욱더 많은 돈을 벌려는 기업. 이윤을 위해 생태계를 파괴하고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기업에 우리의 생명을 내어 맡기지 않을 자유를 얻고 싶다.

지엠오는 동물실험에서 이미 유해성이 드러났다. 쥐의 평균수명인 2년 동안 실험용 쥐에 지엠오를 사용했더니 조기 사망과 대형 종양과 중요 장기 손상의 결과가 나왔다. 반면 몬산토는 보통 90일간만 실험한다. 사람에게 안전하다는 검증 없이 인류가 마루타가 되어 지속적인 인체실험을 하는 것은 비단 지엠오에 그치지 않는다.

몬산토 등의 회사가 개발해서 광범위하게 수십 년 사용하다가 금지된 여러 화합물이 그러하다. 베트남에서 미군이 사용한 에이전트 오렌지라는 고엽제는 풀만 말라죽게 하는 게 아니라는 건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다. 가습기를 청결하게 해줄 거라 선전하며 숱한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역시 그러하다.

이윤만 생각하는 기업이 과학의 이름을 빌려 안전으로 포장한 채 치명적인 위험성과 영향이 널리 알려지기 전까지 돈을 번다. 그사이에 아프고 죽어 나가는 것은 사람이며 파괴되는 것은 생태계다.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개인의 안전은 절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너무 좋은 게 지엠오라면 알리라고, 표시하라고 요구한다. 지엠오를 먹을지 먹지 않을지를 판단하고 선택할 자유는 우리가 가져야 한다. 지엠오인지 아닌지, 지엠오를 원료로 했는지 아닌지 완전 표시제를 요구하는 것이다. 괜히 지엠오에 대한 혐오감을 줄 수 있다며 우리 농민들의 생산물에 NON GMO 표시조차 못 하게 하는 실정이다.

한 입 한 입 우리 몸에 차곡차곡 쌓여갈 반생명을 드러내 표시하라.

선택할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과한 요구가 아니라 상식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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