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현대차 왜 눈 감았나”…특별승인 경위 공개 요구
현대자동차 협력사인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가 현대차의 사전 승인 없이 중국산 부품을 썼다는 의혹이 노조에서 제기됐다. 노조는 현대차가 이미 납품된 물량을 뒤늦게 ‘특별승인’으로 처리했다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29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지회장 신시연)에 따르면 지회는 이날부터 정 회장 자택 앞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발레오전장의 중국산 부품 사용 경위와 현대·기아차의 사후 승인 과정을 밝히라는 요구다.
지회가 문제 삼은 부품은 중국산 LLD 다이오드와 CW 리어 베어링이다. 지회는 발레오전장이 현대차의 ‘4M 승인’을 받지 않고 이 부품을 썼다고 주장했다. 4M은 사람(Man)·설비(Machine)·자재(Material)·공법(Method)의 머리글자로, 협력사가 이 가운데 하나라도 바꾸면 완성차 업체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품질관리 절차다.
지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미 납품받은 물량은 특별승인으로 인정했다. 앞으로 납품할 물량은 정식 4M 승인을 받기 전까지 원래 쓰던 부품으로 되돌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회는 특별승인이 충분한 품질·안전성 검증을 거쳐 이뤄졌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전 승인 절차를 어긴 책임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지회는 지난 9월 18일 현대차에 면담을 요청했다. 이어 10월 6일부터 23일 동안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면담 요청 뒤 41일이 지나도록 충분한 답변과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 지회의 설명이다. 시위 장소를 그룹 총수의 자택 앞으로 옮긴 이유다.
■ 노조엔 ‘법과 원칙’, 고객사 승인 절차는 건너뛰었다는 비판
발레오전장 노사는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늦어지고 노조 탄압 의혹이 불거지면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지회는 회사가 노조에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정작 고객사의 품질관리 승인 절차는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중국산 물량을 둘러싼 노사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회는 지난 7월 쟁의행위 기간에 회사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들여온 제품으로 고객사 납품을 메웠다며, 파업 중 대체생산을 금지한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회사를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이 회사의 노사 갈등은 뿌리가 깊다. 회사는 옛 발레오만도 시절인 2010년 파업에 직장폐쇄로 맞섰다. 2017년에는 당시 대표이사가 금속노조 지회를 와해하려 한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발레오전장은 경북 경주에 본사를 둔 프랑스 발레오그룹의 한국 법인이다. 올해 4월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배회사는 프랑스 법인 발레오 매니지먼트(Valeo Management)다. 그룹 정점에는 파리 증시 상장사인 발레오(Valeo S.E.)가 있다. 감사보고서에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사람은 얀 빠트릭 가브리엘 깨로드렌, 서상해 두 명이다.
지난해 매출은 6035억원으로 전년 6406억원보다 5.8% 줄었다. 영업손실은 47억원으로 전년 374억원에서 크게 줄었지만 2년 연속 적자다. 같은 해 독일 발레오 계열사 등에 낸 기술사용료 220억원과 경영자문 수수료 167억원이 비용으로 잡혔다.
지회는 현대·기아차가 중국산 부품 사용과 특별승인 경위, 품질·안전성 검증 여부, 책임 소재를 조사하고 결과와 후속 조치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회는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가 나올 때까지 정 회장 자택 앞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