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부채 22조 원에 육박하는 재무 위기에 직면한 한화솔루션이 주주들을 대상으로 2조 4천억 원 규모의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다.
경영 실책으로 쌓인 빚을 주주들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실적 악화 속에서도 오너 일가는 역대급 보수를 챙기고 향후 추가 증자를 위한 법적 토대까지 마련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 주주 지분 41% 희석…성장 투자 아닌 ‘빚 돌려막기’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 26일 약 2조 3천976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번 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7천200만 주로, 기존 발행 주식 수의 41.27%에 달하는 막대한 물량이다. 증자가 완료되면 기존 주주들은 막대한 현금을 추가로 투입하지 않는 한 지분 가치가 절반 가까이 희석되는 피해를 보게 된다.
더욱 큰 문제는 자금의 사용처다. 조달 자금의 약 62%인 1조 4천899억 원이 산업은행 시설자금, 회사채, CP 등 기존 차입금을 갚는 데 사용된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아닌, 사실상 ‘빚 돌려막기’를 위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셈이다.
증자 이후에도 차입금 잔액은 약 13조 8천억 원, 부채총계는 20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여 재무 구조의 근본적 개선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오너 경영 5년 만에 부채 ‘폭발’…책임론 부상
시장에서는 이번 재무 위기가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의 경영 복귀 및 장악력 확대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동관 당시 부사장은 2020년 1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합병을 주도하며 전략부문장으로 경영 전면에 등장했고, 같은 해 10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며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이어 2021년 3월, 과거 배임 혐의로 취업 제한을 받았던 김승연 회장이 제한이 풀리자마자 한화솔루션의 ‘미등기 임원(회장)’으로 복귀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회사는 김동관 부회장의 야심작인 미국 내 태양광 생산 거점 구축(솔라 허브)과 차세대 탠덤 셀 개발 등을 명분으로 수조 원대 차입 투자를 쏟아부었다.
중국 업체들의 무차별적인 공급 확대로 글로벌 모듈 가격이 폭락했고, 기대를 모았던 미국 시장마저 판매 부진과 가격 회복 지연으로 적자 늪에 빠졌다.
캐시카우였던 기초소재(화학) 부문은 중국의 경기 둔화와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 해상운임 상승 등 비용 압박에 직면했다. 그 결과 2025년 기준 기초소재 부문에서만 2,491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무리한 투자의 흔적은 자산 손실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고순도 크레졸 시설 투자를 철회하고 중국 치동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2025년 한 해에만 1,513억 원 규모의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무리한 확장의 결과는 ‘부채 폭발’이었다. 2025년 말 연결 기준 한화솔루션의 총부채는 21조 9,590억 원이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실제 갚아야 할 총차입금은 14조 9,773억 원에 달하며, 부채비율은 196.32%까지 치솟아 재무 건전성은 이미 임계치를 넘었다.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에 이르자, 회사는 결국 소액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키는 2조 4,0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경영 실패의 책임을 주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해결하겠다는 선언이다.

■ ‘적자 늪’에도 오너 부자는 보수·주식 잔치
이런 상황에서도 오너 일가는 막대한 현금 보수와 주식 보상을 챙겼다.
김승연 회장은 경영 복귀 이후 2021년부터 2025년까지 한화솔루션에서만 약 155억 원 이상의 현금을 수령했다. 특히 6천억 원대 순손실을 기록한 2025년에도 50억 4천100만 원을 받아 보수 총액이 오히려 늘었다.
김동관 부회장 역시 같은 기간 약 116억 원의 현금 보수와 더불어 총 97만 2천622주에 달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확보했다. 이는 주가 하락과 상관없이 향후 일정 시점에 주식을 무상으로 받는 구조로, 주가 폭락의 고통을 겪는 일반 주주들과는 대조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지적이다.
■ 정관 변경으로 ‘추가 증자’ 길 터…주주 견제는 무력화
지난 24일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정관 변경안은 향후 주주들에게 더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회사는 발행예정주식 총수를 기존 3억 주에서 5억 주로 대폭 확대했다. 이번 증자 후에도 이사회 결의만으로 현재 주식 수보다 많은 2억 5천만 주를 언제든 추가로 발행할 수 있는 ‘법적 실탄’을 장전한 것이다.
또한 ‘재무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한 제3자 배정 증자 요건을 유지하면서, 소수 주주들의 방어권인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은 대주주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사회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지속하게 되면서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에 대한 견제 장치는 사라진 셈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금융감독원은 즉각 심사 강화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상증자 규모가 1조 원 이상이고, 주가가 18% 하락하는 등 소액주주의 보호를 위해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증자를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해 증자 당위성과 의사결정 과정, 이사회 논의 내용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년여간 재무구조 개선을 지속해 왔으나 글로벌 산업 환경 악화라는 외부 변수로 인해 신용등급 방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실탄 확보 차원에서 유상증자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