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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 축포 속 ‘0.18배 굴욕’… 한화생명·한화손보, 그룹 디스카운트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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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코스피 장중 5019.54 돌파… 사상 첫 5000선 터치 ‘대기록’

한화생명 PBR 0.18배·한화손보 0.33배… 증시 호황에도 ‘철저한 소외’

‘밸류업’ 외면하는 주주환원 정책… ‘그룹 디스카운트’ 고착화 우려

(뉴스필드) 진용준 기자 =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꿈의 지수’로 불리던 5,000포인트 고지를 밟았지만,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들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분출하는 동안에도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은 장부가치의 5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초저PBR(주가순자산비율)’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22일 개장 직후인 오전 9시 1분 전 거래일 대비 1.9% 급등하며 5,000선을 돌파했다. 장중 한때 5,019.54까지 치솟으며 1980년 지수 산출 이후 46년 만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러나 이 같은 역사적 축제의 순간에도 한화금융 계열사들의 존재감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 지수는 5,000인데 PBR은 0.18배… ‘상대적 박탈감’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22일 종가 기준 한화생명의 PBR은 0.18배에 그쳤다. 주당순자산가치(BPS)가 약 17,427원(2025년 3분기 공시 주석 기준 산출)에 달함에도 주가는 3,205원(22일 종가)에 머물러 있다. 이는 회사를 당장 청산했을 때 주주들에게 돌아갈 가치의 18%밖에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화손해보험 역시 PBR 0.33배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날 코스피가 반도체와 미래차를 중심으로 재평가(Re-rating)되는 사이, 한화 금융 계열사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선 ‘그룹 디스카운트’의 표본이 되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생명이 0.8배선에 근접하고 삼성화재가 1배 이상의 PBR을 유지하며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 실적 개선에도 굳게 닫힌 ‘배당 곳간’

시장은 한화 금융 계열사의 ‘자본 구조’와 ‘주주환원 의지’에 강한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한화생명의 경우 IFRS17 도입 이후 장부상 순이익은 대폭 늘어났으나,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등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배당 재원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숫자상으로는 부자지만, 주주에게 줄 실질 재원은 부족하다”는 논리가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소외를 부추기고 있다.

여성 특화 보험사로서 영업력을 강화하며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을 4.3조 원 수준까지 쌓아 올린 한화손해보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실적 개선 지표는 뚜렷하지만, 지난 2023년 한차례 배당 재개 이후 다시 배당이 중단되면서 ‘만년 저평가’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 “밸류업 없는 코스피 5000은 반쪽짜리”

결국 증시의 역사적 고점 돌파는 한화 금융 계열사들에게 오히려 ‘뼈아픈 성적표’가 됐다. 반도체 주도주가 지수 5,000 시대를 열었지만, 거대한 자산 규모를 갖춘 금융주가 여전히 0.1~0.3배 수준의 밸류에이션에 머무는 것은 시장의 자산 배분 구조가 정상적이지 않음을 시사한다. 특히 한화금융의 극심한 저평가는 단순히 업황의 문제가 아닌, 자본 효율성을 도외시해온 그룹 차원의 보수적 경영 관행이 시장의 불신을 키운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가 추진해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패 역시 이러한 소외주들의 변화 여부에 달려 있다. 전향적인 자사주 소각이나 파격적인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 변화 없이는 지수가 6,000을 돌파한다 해도 한화의 저평가는 상수(常數)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사상 첫 5,000포인트 시대라는 화려한 외형 뒤에 가려진 한화금융의 ‘0.18배 PBR’은 한국 증시가 해결해야 할 가장 아프고도 시급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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