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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3사 부품기업, 현대·기아 전속 부품기업에 밀려 위기의 문턱

23일 국회의원회관 6간담회의실에서 중견3사(르노코리아, 한국지엠, KG모빌리티) 자동차산업 공급망 위기 극복과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홍석범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원장이 중견완성3사 전속 부품기업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심도 깊은 분석을 내놓았다.

홍석범 원장은 “중견3사의 전속 부품기업들이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중견완성3사의 생산량 비중은 12.6%에 불과하지만, 전체 1차 협력업체 중 중견3사 전속 부품기업 비율은 35.8%에 이른다. 이들 전속 부품기업의 고용규모 비율도 17.8%로,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홍 원장은 “거래관계가 다각화된 부품기업까지 고려하면 전체 1차 협력업체 노동자 중 5분의 1 이상이 중견3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홍 원장은 중견3사 전속 부품기업들이 현대기아 전속 부품기업에 비해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187개 전속 부품기업 중 약 75%가 특정 완성차 회사와의 거래에만 의존하고 있으며, 완성차 생산량 대비 부품기업 수가 많고 고용규모도 영세하다. 또한, 중층적 공급관계로의 전환이 지체되면서 생산제품의 수익성도 낮은 편이다. 이는 중견3사 전속 부품기업들의 내재적 요인보다는 이들이 전속적으로 거래하는 완성차 부문의 물량 변동, 기술 및 투자 지체 등 거래관계 환경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분석했다.

경영성과 측면에서도 중견3사 전속 부품기업들은 현대기아 전속 부품기업에 비해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매출실적에서 현대기아 전속 부품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판데믹 이후 영업이익률에서도 현대기아 전속 부품기업들이 더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매출마진율이나 영업이익률의 변동성 또한 중견3사 전속 부품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더 나아가 중견3사 전속 부품기업들은 미래차 전환에서도 더딘 상황이다. 현대기아 전속 부품기업의 사업재편 승인 비율이 14.1%를 기록한 데 반해 중견3사 전속 부품기업의 사업재편 승인 비율은 6.3%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가 주도하는 기활법의 사업재편제도가 중견3사 전속 부품기업들에게 차별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홍 원장은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의 부품산업 지원 정책이 ‘승자승 원칙에 입각한 산업구조조정 관점’에서 ‘적극적 조치에 입각한 포용적 산업전환 관점’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기아 전속 부품기업들은 이미 중견3사 전속 부품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전환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사업재편 승인제도를 통해 미래차 체제로 진입한 비율도 높다. 그러나 전환역량이 부족하고 영세한 중견3사 전속 부품기업들은 사업재편 지원제도의 허들을 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부품기업 자체를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지원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부품산업은 소재-단품-기능부품-모듈-완성차로 이어지는 산업구조의 특성상 수요기업인 완성차 부문과의 긴밀한 연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견3사 전속 부품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중견완성3사의 성장과 전환, 그리고 이들과의 연계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원장은 “부품기업들의 자립성과 전환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 정책이 없는 한 부품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20년 자동차산업노사정포럼의 조사에 따르면 일정 수준의 교섭력을 확보한 하청 부품기업은 원청기업으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유인해내며, 이러한 지원은 부품기업의 경영성과 향상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중견3사 전속 부품기업들의 자립성과 교섭력을 강화할 수 있는 포지티브한 성격의 직접적인 부품기업 지원·육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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