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이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600일 만인 29일 마침내 땅으로 내려왔다.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이 노사교섭 개최와 외국인투자기업의 ‘먹튀’를 방지하는 입법을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금속노조 주최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고공농성장에서 오후 3시에 열렸다.
일본 닛토덴코가 전 지분을 소유한 외국인투자기업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2022년 10월 공장 화재 이후, 그해 11월 일방적인 법인 청산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2023년 2월 노동자들은 집단 해고됐다. 이 회사는 화재보험금으로 최소 525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닛토덴코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청산했음에도 사업은 계속 유지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물량을 또 다른 한국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로 이전해 생산을 이어갔다. 한국니토옵티칼은 2022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156명의 신규 노동자를 채용했지만, 해고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는 한 명도 없었다. 물량을 흡수한 한국니토옵티칼의 매출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1조 5000억 원, 영업이익은 33% 상승한 754억 원을 기록했다.
자본은 손실을 보지 않았지만, 노동자에게만 모든 피해가 전가됐다. 이 같은 부조리를 사회에 고발하고자 박정혜, 소현숙 노동자는 2024년 1월 8일 고공에 올랐다. 이 중 소현숙 노동자는 건강 문제로 고공농성 476일째인 2025년 4월 27일 먼저 땅으로 내려왔다.

지난 5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측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4억 224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들은 금속노조를 통해 일본 닛토덴코가 OECD 다국적기업 기업책임경영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보고, 지난해 9월 한국NCP와 11월 일본NCP에 진정을 넣었다. 각국 NCP는 이 사태가 가이드라인 적용 범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조정 절차에 착수했다.
■ 정부·여당·대통령실의 약속과 노동자의 투쟁
지난 6월 13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게 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공식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자본은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의 고통은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난 정부의 역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고공농성이 장기화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서야 정부, 여당, 대통령실이 나서서 교섭을 주선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제2의 박정혜 노동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외국인투자기업을 규제하는 입법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 새로운 시작, 노동자의 투혼과 승리
이번 약속은 옵티칼 노동자 투쟁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을 비롯한 옵티칼 노동자들의 투혼을 이어받아 금속노조는 땅에서 더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궁극적으로는 해고된 노동자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싸워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금속노조는 사회적 연대를 통해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번 정부의 약속이 단기적 미봉책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질지 면밀히 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