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사외이사 국세청·검찰 등 74%가 관료 출신… 기업 투명성 위협
주요 대기업 이사회, ‘관료 쏠림’ 심화…다양성 부족 우려 고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이사회가 전직 관료 출신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전문 역량이 법률 및 정책 분야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신세계는 사외이사 23명 중 17명이 관세청,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료 출신으로 나타나 이 같은 편중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이사회 역량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국제적 추세와 역행하는 것으로,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및 기업 가치 제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237곳의 사외이사 856명을 분석한 결과, 관료 출신 비중이 전년 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근 기업 경영의 핵심 과제로 부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전문 역량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신세계, 관료 출신이 74%…CJ·삼성도 높은 비중
특히 신세계는 사외이사 23명 중 무려 17명(73.9%)이 국세청, 관세청, 검찰,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료 출신으로 드러나 이사회 구성의 편중성이 두드러졌다. CJ그룹 역시 사외이사 26명 중 15명(57.7%)이 관료 출신이었으며, 삼성은 지난해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19명 중 13명을 관료 출신으로 채우면서 전체 관료 출신 비중이 30.5%에서 46.0%로 급증했다.
국제적 흐름과 역행…BSM 도입 필요성 제기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사회의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 역량 지표(BSM, Board Skill Matrix)를 도입하는 추세다. BSM은 이사회의 능력, 자질, 다양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로, 뉴욕시 연기금 등의 권고에 따라 S&P500 기업들이 공시를 시작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의무화되기도 했다. 사외이사의 전문 역량이 다양할수록 지배구조 투명성이 높아지고 기업 가치 제고에도 유리하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과는 달리, 관료 출신에 편중된 이사회 구성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번 조사 결과, 법률 및 정책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는 전체의 29.8%로 전년 대비 4.3%p 증가한 반면, ESG 관련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는 4.4%에 불과했다.
여성 사외이사 증가에도 ‘다양성’ 한계
상법 개정으로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처음으로 20%를 넘어섰지만, 이들 역시 법률 및 정책 분야에 치우친 전문 역량을 보여 다양성 확대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이사회가 기업을 효과적으로 감독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역량, 전문성, 경험의 다양성이 필수적”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BSM 도입 등을 통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30대 그룹 계열사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237개 기업의 사외이사 85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사외이사의 주요 경력은 학계, 관료, 재계, 법조, 세무회계, 정계, 공공기관, 언론 등으로 분류되었으며, BSM을 발표한 기업은 기업경영, 금융투자, 재무·회계, 법률·정책, 기술, 마케팅, ESG 등 8개 분야를 기준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