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주도로 추진된 대규모 M&A와 신사업 중 일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이마트 재무에 부담을 주고 있다. 3조 4,000억 원 규모로 인수한 G마켓은 알리바바와의 5:5 합작법인 설립으로 지배 구조가 변경됐으며, 쉐이퍼 빈야드 와이너리는 영업권 전액 손상 처리됐다.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적자도 이마트에 전이되면서 재무 리스크가 확대됐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2025년 이마트에서 58.5억 원의 보수를 수령해 ‘성과와 보수 괴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 3.4조‘ 승자의 저주’가 된 G마켓, 그리고 ‘취미 경영’의 상징 쉐이퍼 빈야드의 몰락
6일 공시된 이마트 사업보고서와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신세계그룹 e커머스 전략의 핵심으로 추진된 G마켓 인수는 한국 유통사에서 보기 드문 ‘승자의 저주’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마트는 자회사 아폴로코리아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지마켓(구 이베이코리아) 지분 100%를 현물출자 하고,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International)와 5대 5 합작법인인 ‘그랜드오푸스홀딩(Grand Opus Holdings)’을 설립하며 단독 지배력을 포기했다.
이는 3조 4,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인수에도 불구하고,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중국 자본과의 공동 경영으로 전환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이마트는 연결 재무제표상 G마켓 관련 무형자산 3조 3,346억 7,800만 원을 최종 제거했다. 회계적으로는 이미 전기 말(2024년 12월 31일 기준)에 해당 자산을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하며 지배력 변동을 예고했으며, 당기인 2025년 11월에 현물출자가 완료되면서 종속기업에서 제외되어 공동기업으로 재편됐다.
이로써 G마켓은 더 이상 이마트의 연결 실적에 포함되지 않게 되었으며, 이는 정용진 회장이 과거 강조했던 ‘e커머스 천하통일’ 전략이 본체의 재무적 부담을 덜기 위해 경영권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대폭 수정됐음을 보여준다.
더욱 심각한 리스크는 이번 합작 계약에 포함된 거액의 추가 자금 투입 약정이다. 아폴로코리아(이마트 측)와 알리익스프레스 양측은 현물출자일로부터 일정 기간 동안 총합 12억 7,500만 달러(약 1조 7,000억 원 이상)에 달하는 추가 출자에 동의했다.
비록 구체적인 분담 비율과 시기는 추후 합의 사항이나, 단독 경영권을 내려놓은 사업을 위해 여전히 조 단위의 잠재적 현금 투입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현재 이마트의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강등되며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과거의 공격적인 M&A가 리스크 분산이라는 명분 뒤에 ‘현금 추가 투입’이라는 새로운 재무적 족쇄가 되어 그룹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용진 회장의 개인적 취향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Shafer Vineyards)’ 투자는 결국 경영적 판단 미스로 귀결됐다. 평소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 정 회장이 즐겨 찾던 브랜드라는 점에서 인수 당시부터 ‘취미 경영’ 우려가 제기됐으나, 감성적 선호는 냉혹한 사업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마트는 2025년 말 결산 과정에서 쉐이퍼 빈야드 관련 영업권 391억 7,000만 원 전액을 손상차손 처리했다. 2022년 인수 당시 스타필드 프로퍼티(Starfield Properties Inc)를 통해 약 2,993억 원이라는 거액을 쏟아부었으나, 불과 3년 만에 해당 자산이 미래에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던 회계상 가치가 ‘0원’이 된 것이다. 이는 총수의 안목이 시장의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 신세계건설 ‘적자 폭탄’과 6,500억 족쇄… 이마트 본체 잠식하는 재무 독소

더욱 심각한 대목은 그룹의 재무적 ‘지뢰’로 부상한 신세계건설의 붕괴다. 신세계건설은 2025년 한 해에만 2,975억 1,900만 원이라는 기록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잠재 손실을 보수적으로 선반영한 결과지만, 자본 잠식 위기가 고조되자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을 100% 자회사로 편입시킨 뒤 2025년 2월 24일부로 상장폐지시키는 고육책을 택했다.
이는 부실을 시장의 감시망에서 격리하고 이마트의 내부 재원으로 메우겠다는 ‘부실 대물림’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마트는 본체의 재무 부담을 숨기기 위해 복잡한 우회 지원 구조를 활용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이 발행한 무보증사채를 취득한 에스이엔씨피닉스(제일차~제사차) 등 4곳의 특수목적법인(SPC)이 이를 기초자산으로 6,500억 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했고, 이마트는 이 SPC 발행 사채에 대해 자금보충의무를 부담하며 본체의 현금 흐름을 저당 잡힌 상태다.
결국 정 회장이 주도한 이러한 투자 실패의 독소는 연결 자산을 넘어 이마트 본업의 기초 체력까지 직접적으로 갉아먹기 시작했다. 이마트는 별도 재무제표상으로도 부실 자회사들의 지분 가치 하락을 반영해 총 1,322억 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하며 본체의 순이익을 대거 훼손시켰다. 구체적으로는 신세계건설에서 777억 8,000만 원, 이마트24에서 544억 6,600만 원의 가치를 깎아냈다.
결과적으로 총수의 ‘투자 승부수’들은 본업에서 어렵게 창출한 이익을 밑 빠진 독에 붓는 격이 됐고, 이마트 전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재무 리스크이자 ‘시한폭탄’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 신용도는 ‘AA-’ 추락, 이자 부담은 6,693억… 총수 일가는 ‘95억 보수 잔치’

이러한 경영 실책과 재무 리스크 확대의 결과는 시장의 냉혹한 평가로 이어져,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2024년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 (안정적)으로 낮췄으며, 2025년 정기 평가에서도 AA-를 유지했다. 이는 그룹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 압력을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의 연결 기준 금융원가 이자비용은 5,179억 7,500만 원이며, 여기에 리스부채 이자비용 약 1,514억 원을 더하면 실제 총 이자 부담은 6,693억 원에 달해 재무적 압박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용진 회장은 2025년 이마트에서만 급여 24억 4,500만 원, 상여 34억 500만 원 등 총 58억 5,000만 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회사가 재무적 위기를 겪는 와중에도 총수 개인에게 거액의 상여금이 지급된 것으로, 회사 측은 연결 영업이익 흑자 전환 등 ‘실적 개선’을 근거로 내세웠으나 2,463억 원의 당기순이익에는 스타필드청라 지분 처분이익 등이 반영되어 있어 실제 운영 성과로만 보기에는 ‘착시 현상’이 크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이 각각 수령한 18억 4,000만 원을 합산하면, 총수 일가가 이마트 한 곳에서만 챙긴 보수는 연간 95억 3,000만 원에 육박한다. 건설 부문의 기록적인 적자와 신용도 하락으로 주주 가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자산 매각을 통한 일시적 이익을 명분으로 거액의 보상 체계를 가동한 것은 책임 경영의 본질에서 벗어난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마트는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3,22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84.8% 증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으나, 그 이면에는 G마켓의 지배력 상실(JV 전환), 쉐이퍼 빈야드 영업권 전액 손상, 신세계건설 부실 전이 등 정용진 회장 주도로 추진된 투자 결정들의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다.
G마켓 연결 제외와 본업(할인점·트레이더스) 강화가 실적 개선에 기여했지만, 과거 대규모 M&A와 신사업에서 발생한 재무 리스크가 그룹 전체에 지속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은 화려한 실적 홍보를 넘어, 산적한 재무 부담을 어떻게 정리하고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할지에 대한 진정한 책임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 성과에 대한 진솔한 평가와 반성 없이 고액 보수를 유지하는 정용진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신세계그룹의 미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