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필드) 이시현 기자 = 정부와 여당이 쿠팡의 독점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추진 중인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에 대해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12일 오전 10시, 서울 청와대 대통령실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이 노동자의 생명권과 골목상권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정부가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제3차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면서 한편으로는 야간 노동을 조장하는 새벽배송 허용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관망하는 정부와 쿠팡의 공세 속에 고통받는 노동자 및 중소상인들을 형상화한 퍼포먼스를 진행한 뒤,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중단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 야간노동 확대로 인한 노동자 건강권 침해 및 과로사 위험 증폭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이 단순히 배송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새벽배송을 위해 상품을 피킹하고 패킹하는 수많은 마트 노동자들이 심야 노동으로 내몰리게 되며, 이는 유통업계 전반의 건강권과 휴식권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산재 사고 10건 중 8건(81.3%)이 오전 0시에서 5시 사이인 ‘초심야 시간’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로사의 주요 원인인 심장·뇌혈관질환 산재 승인 사례의 70.2%가 이 시간대에 집중되어 있다.

노동계는 쿠팡이 1·2차 사회적 합의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산재 은폐와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을 자행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규제하기는커녕 ‘또 다른 쿠팡’을 만드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택배노조와 마트산업노조 관계자들은 “정부가 할 일은 유통생태계를 교란하는 거대 자본의 속도 경쟁을 규제하는 것이지, 노동자를 사지로 모는 야간노동 확대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다크 스토어’화 통한 골목상권 약탈적 경쟁 및 법적 취지 무색
시민사회와 중소상인들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이 전국 400여 개의 대형마트 매장을 도심 물류 거점인 ‘다크 스토어(Dark Store)’로 변모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단순히 쿠팡과의 경쟁이 아니라, 동네 슈퍼마켓, 전통시장, 편의점이 담당하던 ‘즉시 배송’ 시장인 퀵커머스(Quick Commerce) 분야를 대형 자본이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도심형 물류센터가 들어선 지역의 인근 편의점 매출은 8.4%, SSM 매출은 9.2%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상인들은 대형마트가 이미 도심 요지에 확보한 부동산 권력을 이용해 온라인 기동성까지 독점하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 경쟁’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2012년 법제처 유권해석과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2018년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을 근거로,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온라인 배송 규제는 노동자 건강권 보호와 중소유통업과의 상생발전이라는 중대한 공익적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형마트가 노리는 진짜 타깃은 쿠팡이 아니라 온라인 대응력이 취약한 골목상권의 파이”라며 약탈적 경쟁의 중단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