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주는 237억 손실 처리한 법인 팔고 현금 154억…GRS는 인수 완료 반년 전부터 150억 보증
보증 결정 공시 없고 분기 보증표서 네 번 연속 빠져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와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도넛을 운영하는 롯데그룹 외식 계열사 롯데GRS가 모회사 롯데지주로부터 적자 법인 베트남 롯데리아를 사들이면서, 롯데지주가 서던 이 법인의 은행 빚 보증 1000만달러(약 150억원)까지 넘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GRS는 이 보증을 제때 알리지 않았다. 이사회를 감시해야 할 감사는 보증 연장 회의에 나오지 않았고, 그 감사는 롯데지주의 현직 팀장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2024년 베트남 롯데리아 지분 가치를 237억원 깎아 손실로 처리했다. 당시 롯데지주는 이 법인이 신한은행 싱가포르지점에서 빌린 1000만달러에 보증도 서고 있었다. 보증 기간은 2025년 4월 24일까지였다.

2025년 3월 11일 두 회사 이사회가 같은 날 열렸다. 롯데지주는 베트남 롯데리아를 팔기로, 롯데GRS는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롯데GRS 이사회는 이 법인의 빚보증 안건도 함께 통과시켰다.
롯데지주의 보증이 끝나기 1주일 전인 4월 17일, 롯데GRS의 보증이 시작됐다. 은행도 금액도 같다. 그런데 롯데GRS가 154억원을 치르고 베트남 롯데리아를 실제로 넘겨받은 날은 10월 1일이다. 5개월 넘게 아직 롯데지주 소유였던 법인의 빚을 대신 보증한 셈이다.
롯데GRS는 이 보증을 결정하고도 알리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 규정은 대기업집단에 속한 비상장사가 자기자본의 5%가 넘는 빚보증을 결정하면 공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보증은 롯데GRS 자기자본의 7.9%였다. 같은 날 결정한 지분 인수는 당일 공시했지만, 보증 결정은 신고하지 않았다. 규정을 어기면 과태료 대상이 되지만, 공정위가 이 건을 위반으로 판단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분기마다 내는 계열사 보증 현황표에서도 빠졌다. 2025년 6월 말부터 2026년 3월 말까지 네 번 모두 이 보증만 없었다. 같은 표에 롯데F&G베트남(약 35억원)과 미국 롯데리아USA(약 16억원) 보증은 빠짐없이 적혔다. 가장 큰 보증만 빠진 것이다. 이 보증은 지난 8월 말 낸 표에서야 처음 등장했는데, 롯데GRS 해외 보증 전체의 73%를 차지했다.

보증 사실이 아예 감춰진 것은 아니다. 롯데GRS의 2025년 5월 그룹 현황 보고서에는 이사회 안건 이름으로, 롯데지주의 같은 해 8월 반기보고서에는 금액과 기간까지 실렸다. 정작 보증을 선 롯데GRS 자신의 보증 목록에서만 빠졌다.
■ 연장 이사회에도 감사 불참…감사는 지주 현직 팀장
롯데GRS는 올해 3월 17일 이사회에서 보증을 2027년 4월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고, 이번에는 결정 사실을 공시했다. 보증액은 149억6000만원이다. 이 회의에 감사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인수 이사회에서도 당시 감사는 불참했다.
현 감사는 롯데지주 전략기획팀장을 겸하고 있다. 모회사와의 거래를 감시해야 할 자리에 거래 상대방의 현직 팀장이 앉아 있는 구조다.
넘겨받은 법인은 적자를 이어갔다. 베트남 롯데리아는 롯데GRS에 편입된 뒤 석 달 동안 25억8000만원의 순손실을 냈고, 2025년 말 부채비율은 482%였다. 롯데GRS가 선 보증액은 롯데GRS의 지난해 순이익 292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롯데지주는 손실 처리한 법인과 빚보증을 함께 넘기고 현금 154억원을 받았다. 다만 이 가격은 베트남 롯데리아의 장부상 순자산 161억원보다 7억원 낮아, 롯데GRS가 비싸게 샀다고 보기는 어렵다.
두 회사는 거래 이유로 ‘소유와 경영 일원화'(롯데GRS)와 ‘해외 법인 관리 효율화'(롯데지주)를 들었다. 베트남 롯데리아는 원래 옛 롯데리아(현 롯데GRS)의 사업으로, 2018년 지주사 전환 때 지분이 롯데지주로 넘어갔다가 이번에 돌아왔다.
지난해 3월 인수와 보증을 결정한 롯데GRS 이사회는 차우철 당시 대표 등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사외이사 2명은 모두 참석해 반대하지 않았다. 차 전 대표는 롯데지주 경영개선1팀장 출신이고, 이사회 의장인 신동권 사외이사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을 지냈다.
롯데GRS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신동빈 회장이 있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지분 13.0%를 가진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다. 롯데지주는 다시 롯데GRS 지분 54.44%를 가진 최대주주다. 나머지 지분도 호텔롯데(18.77%), 일본 L제12투자회사(15.50%), 부산롯데호텔(11.29%)이 갖고 있는데, 이들 세 회사는 롯데지주의 주주이기도 하다. 롯데GRS 지분을 사실상 전부 롯데 계열사가 쥐고 있어, 회사의 결정을 따져 물을 외부 주주가 없다.
이번 거래에서 신 회장은 파는 쪽에 있었다. 신 회장은 베트남 롯데리아 매각을 결정한 2025년 3월 11일 롯데지주 이사회의 사내이사이고, 지난해 롯데지주에서 보수 42억1000만원을 받았다. 다만 롯데GRS에서는 지분도 직위도 없어, 사는 쪽인 롯데GRS의 보증 결정과 보증 누락에 관여했는지는 공시로 확인되지 않는다.
롯데GRS는 보증을 알리지 않은 경위와 인수 전에 보증을 선 이유, 감사 불참 사유 등을 묻는 본지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