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신사업 전략 맡던 신동빈 장남, 바이오 각자대표로 사업 실행까지…수주를 생산·수익으로 연결해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가 그룹의 지원을 받는 바이오 사업을 스스로 돈을 버는 사업으로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찾던 전략 담당 임원에서 바이오 법인을 직접 이끄는 대표로 올라선 만큼, 이 사업의 성과가 후계 경영인으로서 역량을 가늠할 구체적인 성적표가 된 셈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 대표는 지난해 12월 1일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인 부사장을 겸하면서 전문경영인인 박제임스종은 각자대표와 함께 바이오 법인을 이끌고 있다. 신사업의 방향을 구상하는 역할에 더해 실제 사업을 운영하는 자리에 선 것이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은 제약사가 맡긴 의약품을 대신 개발·생산해 수익을 내는 사업이다. 생산시설을 갖추는 데 큰돈이 먼저 들어가고, 고객사와 계약을 맺은 뒤에도 기술이전과 생산 검증을 거쳐야 실제 공급으로 이어진다. 신 대표의 과제도 계약을 따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공장을 가동해 매출과 현금을 확보하는 데까지 이어진다.
현재 실적은 그 과제를 보여준다. 롯데지주 반기보고서의 자회사 요약 재무정보상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238억8900만원, 반기순손실은 1279억3200만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에서도 현금 971억7700만원이 순유출됐다. 공장 건설비와 별개로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현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투자활동에서 순유출된 현금까지 합하면 상반기 영업·투자 활동의 현금 유출은 3383억6500만원이다. 차입과 증자 등이 반영되는 재무활동에서 2170억원이 순유입됐지만 이를 충당하지 못해, 환율변동 효과를 반영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208억3800만원 줄었다.
신공장을 짓는 단계에서는 투자 지출이 앞서 발생한다. 이번 현금 감소에서 함께 살펴볼 대목은 시설 투자뿐 아니라 영업에서도 현금이 유출돼 외부 자금 조달이 계속 필요하다는 점이다. 수주가 실제 생산과 대금 회수로 이어져야 그룹의 지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조다.
기존 생산 거점인 미국 시러큐스 공장의 상반기 가동률은 16%였다. 생산능력 45배치 가운데 생산실적은 7배치로, 지난해 연간 가동률 74%보다 낮았다. 회사는 2027년 초까지 계획된 정기보수와 설비 고도화 작업으로 일부 제조라인을 제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계열사는 출자·대출 지원…신유열의 과제는 사업 수익화
그룹의 자금 지원은 이어지고 있다. 호텔롯데는 지난 8월 11일 바이오 법인에 486억8000만원을 추가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출자를 포함한 누적 출자액은 2917억800만원으로, 공시에 적힌 목적은 호텔롯데의 수익성 개선과 신성장동력 확보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하던 롯데렌탈 지분 61.17%의 매각은 지난달 30일 종결됐다. 기존 사업 지분을 정리하는 한편 바이오에는 투자를 이어가는 흐름이다. 롯데지주도 지난달 22일 바이오 법인의 대출 상환을 지원하는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하기로 했다.
약정 대상은 HSBC 등에서 조달할 예정인 대출 원금 2825억원과 이자·수수료 등 채무 전체다. 바이오 법인이 대출을 갚을 돈이 부족하면 롯데지주가 자금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의무기간은 2029년 11월까지로 예정돼 있다. 바이오의 자금 사정이 지주사의 추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롯데캐피탈도 운영자금 대출에 참여한다. 지난달 22일 양사 공시에서 롯데캐피탈의 참여분은 225억원, 금리는 연 5.7%로 제시됐다. 실행 예정일은 12월 22일이다. 출자뿐 아니라 사업 운영에 필요한 대출에도 계열사의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신 대표의 경영 성과가 중요해진 것과 지분 승계가 얼마나 진행됐는지는 구분된다. 올해 6월 말 신 대표의 롯데지주 보통주 보유량은 3만4490주로, 발행 보통주로 나누면 약 0.035%다. 최대주주인 신동빈 회장의 보통주 지분은 13.7%다. 현재 바이오에서 신 대표가 맡은 대표직과 사업 성과가 주목받는 이유도 경영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는 데 있다.
새 생산 거점인 송도 1공장은 지난 6월 사용승인을 받았다. 회사는 반기보고서에서 연내 가동을 목표로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는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비를 완공한 뒤 고객사의 의약품을 실제로 생산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남은 과제다.
최근에는 고객 확보 성과가 나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7일 알보텍과 장기 생산 협력을 발표하고, 미국 시러큐스 공장에서 복수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원료의약품을 생산해 세계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발표에서 계약금액과 확정 생산물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박제임스종은 대표는 이 발표에서 시러큐스와 송도 두 거점을 활용해 알보텍의 사업 확대를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실제 상업 공급에는 기술이전, 제조 적격성 검증과 관련 규제승인이 전제된다고 밝혔다. 계약 체결 이후 생산 준비와 승인 절차를 마쳐야 공급이 시작되는 단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