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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SK하이닉스 용인시 반도체클러스터 고시에 법에 없는 수상한 ‘배관포함’ 문구

용인시가 6월 3일 고시한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계획 38쪽. SK하이닉스 공장 부지(A15)에 대해 교육환경보호법 제9조를 근거로 배관까지 학교 반경 200m 밖으로 이격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해당 법률에는 배관을 금지 대상으로 명시한 조항이 없어, 용인시가 어떤 법적 근거로 ‘배관포함’ 문구를 추가했는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출처=용인시 고시 제2026-337호)
용인시가 6월 3일 고시한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계획 38쪽. SK하이닉스 공장 부지(A15)에 대해 교육환경보호법 제9조를 근거로 배관까지 학교 반경 200m 밖으로 이격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해당 법률에는 배관을 금지 대상으로 명시한 조항이 없어, 용인시가 어떤 법적 근거로 ‘배관포함’ 문구를 추가했는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출처=용인시 고시 제2026-337호)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인근 학교 앞에 고압 LNG 배관이 매설되자 주민과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안전과 생존권을 내걸고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정작 SK하이닉스 공장 부지에는 국가 법률에도 없는 ‘배관 200m 이격’ 규정이 추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앞을 지나는 배관은 같은 산단 SK이노베이션 발전소에 가스를 대는 14㎞ 고압관이다. 이달 10일 좌항초 앞에서는 주민·학부모 3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공사 중단과 노선 우회를 요구했다. 이 배관에 적용되는 법 기준은 건축물과 1.5m 거리다. 공장 안 배관에는 법에도 없는 200m를 적어 넣고, 학교 앞 배관에는 법대로 1.5m만 적용한 셈이다.

30일 뉴스필드가 확보한 용인시 고시 제2026-337호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계획(10차 변경) 승인고시’ 에 따르면 용인시(시장 이상일)는 6월 3일 SK하이닉스 부지(A15)에 대해 “「교육환경보호에 관한 법률」 제9조에 규정하는 금지행위 및 시설물(배관포함)이 교육환경보호구역(반경 200m)에 저촉되지 않도록 실측거리 기준으로 이격”하라고 고시했다. 7월 31일 11차 변경 고시에서도 이 문구는 그대로 유지됐다.

왼쪽은 교육환경보호법 제9조 원문이다. 학교 반경 200m 안에서 막는 가스 시설은 제조·충전·저장 시설뿐이고 배관은 없다. 오른쪽 용인시 고시 제2026-337호는 같은 조항을 근거로 들면서 SK하이닉스 부지(A15)에 ‘배관포함’을 적어 넣었다. (출처=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용인시 고시 제2026-337호)
왼쪽은 교육환경보호법 제9조 원문이다. 학교 반경 200m 안에서 막는 가스 시설은 제조·충전·저장 시설뿐이고 배관은 없다. 오른쪽 용인시 고시 제2026-337호는 같은 조항을 근거로 들면서 SK하이닉스 부지(A15)에 ‘배관포함’을 적어 넣었다. (출처=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용인시 고시 제2026-337호)
교육환경보호법 제8조. 학교 경계에서 200m까지를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정했다. 이 구역 안 금지시설을 정한 제9조에 가스 배관은 없다. (출처=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교육환경보호법 제8조. 학교 경계에서 200m까지를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정했다. 이 구역 안 금지시설을 정한 제9조에 가스 배관은 없다. (출처=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고시가 근거로 든 법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맡는 교육환경보호법이다. 이 법 제9조는 학교 반경 200m 안에 들어설 수 없는 시설을 정하는데, 가스와 관련해서는 고압가스·도시가스·액화석유가스를 “제조, 충전 및 저장하는 시설”(14호)뿐이다. 가스를 실어 나르는 배관은 어디에도 없다.

법을 맡은 교육 당국도 같은 답을 내놨다. 경기도용인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뉴스필드와 통화에서 “교육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은 저희가 소관하는 게 맞다”며 해당 조항은 “가스를 제조를 하거나 충전을 하거나 저장하는 시설”이고 “배관은 안 써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시의 ‘배관포함’ 문구에 대해서는 “저희가 넣은 게 아니다”라고 했다.

교육 당국은 학교 인근을 지나는 고압 LNG 배관이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시설인지 확인하기 위해 산업통상부에도 문의했다. 교육환경보호법은 학교 주변의 가스 제조·충전·저장 시설을 금지하고 있어, 배관도 여기에 해당한다면 규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부는 배관이 해당 시설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교육지원청은 뉴스필드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도 관련 문서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정보 부존재를 통지했다.

법을 맡은 교육청도, 가스를 맡은 산업통상부도 배관을 금지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법에 없어야 할 ‘배관’이 SK하이닉스 공장 부지 규정에만 들어가 있는 것이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용인시 고시가 규제 대상을 고압가스 배관으로 한정하지 않고, 종류를 가리지 않은 채 ‘배관포함’이라고 명시한 점도 짚었다. 교육환경보호법에는 배관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는데도, 용인시는 모든 종류의 배관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문구를 포괄적으로 작성한 것이다.

■ 용인시 “문서 없다”→산업부 26일 끌다 용인시로…질문만 돌고 돈다

뉴스필드는 지난달 30일 이 문구를 넣은 기관과 근거, 산단 안팎에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한 이유를 밝혀 달라며 용인시·용인교육지원청·산업통상부·한국가스안전공사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LNG 배관의 학교·주택 200m 이격 규정과 관련한 정보공개청구 처리 내역. 용인시와 경기도용인교육지원청은 관련 자료가 없다며 정보 부존재를 통지했고, 산업통상부는 청구를 다른 기관으로 이송했다. (출처=정보공개포털 화면 갈무리)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LNG 배관의 학교·주택 200m 이격 규정과 관련한 정보공개청구 처리 내역. 용인시와 경기도용인교육지원청은 관련 자료가 없다며 정보 부존재를 통지했고, 산업통상부는 청구를 다른 기관으로 이송했다. (출처=정보공개포털 화면 갈무리)

고시를 낸 용인시 반도체일반산단과는 이달 6일 “우리 기관에서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라며 정보 부존재를 통지했다. 자기 부서 이름으로 공고한 규정의 출처를 묻는 질문에 ‘문서가 없다’고 답한 것이다. 용인시가 넘긴 청구를 받은 처인구 건설과도 이튿날 부존재를 통지했다.

배관 공사계획을 승인한 산업통상부는 답 대신 시간을 끌었다. 도시가스사업법 제39조의2는 이런 배관의 공사계획 승인권을 산업부 장관에게 준다. 산업부 가스산업과는 처리기한인 이달 15일을 넘긴 26일에야 청구를 용인시와 가스안전공사로 넘겼다. 접수 26일 만이다. 정보공개법은 다른 기관 소관 정보의 청구를 받으면 “지체 없이” 이송하도록 정하고 있다.

가스안전공사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기술기준의 열람 경로만 알려줬다. 공사는 이달 6일과 28일 두 차례 부분공개 결정을 내리면서 학교·주택과 배관 사이 거리와 매설 깊이를 적은 문서 등은 ‘법인 등의 경영·영업상 비밀'(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용인시와 산업부가 배관 노선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용인시는 주민 민원 31건에 대해 “관로 노선변경 또한 산업통상부 소관”이라고 답했지만, 산업부는 “세부 노선에는 전혀 관여하지도 않고 언급할 법적 조항도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번 정보공개청구 역시 산업부를 거쳐 다시 용인시로 이송되면서 담당 기관을 둘러싼 혼선이 반복되고 있다.

용인시의 새로운 정보공개 처리기한은 11월 6일이다. 그러나 30일 현재 배관 200m 이격 규정의 법적 근거와 학교 인근 배관에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한 이유에 대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 3조원대 SK하이닉스용 발전소…발전소는 현대ENG, 배관은 SK에코엔지니어링

배관 끝에 있는 것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 전기와 열을 대는 1050㎿급 LNG 열병합발전소다. SK이노베이션 E&S와 한국중부발전이 50%씩 출자한 특수목적법인 용인열병합㈜이 사업을 맡는다. 한국중부발전 이사회 안건 기준 총사업비는 3조3027억원으로 알려졌고, 올해 12월 착공해 2030년 상업 운전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발전소 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 9월 약 1조7526억원 규모의 설계·조달·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14㎞ 배관 공사는 SK에코플랜트 자회사 SK에코엔지니어링이 맡았고, 관로 공사 일부는 세보엠이씨가 약 240억원에 하도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m 규정이 담긴 산단의 시행자 용인일반산업단지㈜도 SK 계열이다.

SK에코플랜트는 뉴스필드에 학교 인근을 지나는 고압 LNG 배관에 대해 “해당 노선은 공사가 완료된 구간”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이 요구한 국도 17호선 우회안에 대해서는 2025년 1분기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심의 결과, 도로 본선 굴착 불가와 기존 지장물과의 간섭, 국도 확장 계획(2026년 말 예정) 등의 이유로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2026년 10월 28일 경기 용인시 남사읍 학교저수지 앞에서 열린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공사 중단 촉구와 천막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주민과 시민·환경단체 관계자들이 공사 중단과 사업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에도 반대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2026년 10월 28일 경기 용인시 남사읍 학교저수지 앞에서 열린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공사 중단 촉구와 천막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주민과 시민·환경단체 관계자들이 공사 중단과 사업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에도 반대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주민들이 제기한 환경영향평가 회피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앞서 주민들은 양지 공급관리소(M/S)에서 발전소까지 이어지는 고압 LNG 배관의 전체 길이가 14㎞를 넘는데도, 사업자가 공사 구간을 7.7㎞씩 나눠 인허가를 받는 방식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SK에코플랜트는 “분할 인허가를 신청한 사실이 없다”며 “LNG 관로공사 14.3㎞에 굴착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 인근 배관 노선과 안전대책에 대해 교육 당국이 어떤 의견을 제시했고, 이를 설계와 시공 과정에 어떻게 반영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원삼면지역발전협의회와 체결한 지역발전기금 협약에 대해서는 “주민 불편사항에 대한 상호 협력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체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비밀유지 의무에 따라 세부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금 배분 과정에서 주민 민원을 제한하는 서약서가 작성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에는 “당사는 LNG 관로공사의 시공 역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준공 이후 관련 사항은 사업 시행 주체인 SPC가 관련 법령에 따라 관리·운영하게 된다”고 답했다.

문제의 고압 LNG 배관은 제일초·좌항초·원삼초·원삼중 등 4개 학교 인근과 주거지역을 지난다. 주민과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안전과 생존권을 내걸고 공사 중단과 노선 변경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교육환경보호법은 가스 배관을 학교 주변 금지시설로 명시하지 않고 있으며, 도시가스 관련 기술기준(KGS FS451)에도 건축물과 1.5m 이상 이격하도록 하는 규정은 있지만 학교 주변 대구경 고압 가스관에 대한 별도의 이격 기준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처럼 학교와 주택가를 지나는 지름 76㎝의 고압 가스관에 대한 안전 규제의 사각지대가 드러난 가운데, 용인시는 정작 SK하이닉스 공장 부지에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배관포함’ 문구를 추가해 학교 반경 200m 밖으로 이격하도록 했다. 그러나 해당 조건을 추가한 법적 근거와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는 제시하지 못했다.

발전소와 LNG 배관 사업의 시행 주체는 SK이노베이션과 한국중부발전이 각각 50%씩 출자한 용인열병합㈜이다. SK이노베이션 대표는 추형욱 사장이며, 최대주주는 지분 52.09%를 보유한 SK㈜다. SK㈜의 최대주주는 지분 17.90%를 보유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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