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가 전국 사업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폭염감시단’ 활동 결과, 대부분의 사업장이 법정 폭염 대응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노동자들이 온열 질환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체감 온도가 40℃를 넘는 곳이 속출했으며, 노동자들의 생명과 직결된 ‘물, 그늘, 휴식’이라는 기본적인 폭염 대책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한 달간 전국 70여 개 사업장에서 진행됐으며, 급식실, 물류센터, 비닐하우스 등 다양한 업종이 포함됐다. 측정 결과, 31℃ 이하로 유지된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대부분의 사업장은 법정 휴식 시간이 필요한 33℃를 훌쩍 넘겼다.
특히, 비닐하우스와 소각장 등 실내 작업장은 물론 생활폐기물 수거, 도로보수 등 실외 작업장에서 체감 온도가 40℃를 초과했다. 공항의 경우, 아스팔트 온도가 무려 57℃까지 치솟아 복사열로 인한 열 스트레스가 극심한 수준이었다.
■ ‘물, 그늘, 휴식’ 기본 지침도 절반 이상 미흡
폭염 대응을 위한 기본 수칙인 ‘물, 그늘, 휴식’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17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체크리스트 조사에서 물 공급은 94.1%가 ‘예’라고 답했지만, 이동 작업자에게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늘과 휴게실이 가까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35%에 달했고, 특히 옥외·이동 작업자의 경우 23.5%만이 그늘과 휴게실이 있다고 답했다.
법에서 정한 ‘2시간에 20분 이상 휴식’이 보장되는 사업장은 58.8%에 불과했다. 35.3%는 휴식이 보장되지 않거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온습도계 비치율은 41.2%에 그쳤으며, 이를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기록하는 곳은 29.4%로 더 낮았다.
폭염 작업장 관리자 지정은 52.9%에 불과했고, 보고체계가 마련된 곳은 17.6%에 그쳤다. 온열 질환 교육은 64.7%에서 진행됐지만, 작업중지권 교육은 47.1%에 머물렀다. 냉방 조끼 등 특수 보호 장비 지급률은 17.6%로 매우 낮았다.
■ 폭염 대응, 여전히 ‘유급’보다 ‘무급’
폭염으로 인한 작업 중지 시 유급 보장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23.5%만 ‘유급’이라고 답했다. 41.2%는 ‘무급’으로 응답해 휴게 시간이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인력 추가 배치는 29.4%에 불과해 대부분 기존 인력으로 업무를 계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와 사업주는 폭염 대응을 형식적으로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자들이 실제로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휴게시간 유급 보장, 인력 충원, 이동·옥외 노동자에 대한 특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폭염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돋보이기도 했다. 공항 외곽 경비의 경우, 야외 대기 대신 실내 모니터링으로 전환했다. 주차 안내 등 일부 직종은 ‘1시간 근무, 30분 휴식’ 제도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동 노동자에게 음료 쿠폰을 지급하는 사례도 있었다.
노조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후속 조치와 제도 개선 요구안을 마련해 정부와 지자체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폭염 취약 노동자들의 현실은 정부와 기업이 안전 문제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보인다.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