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국정감사 답변을 두고 국회에서 위증 지적이 나왔다. 퇴직 임원의 취업심사는 개인이 신청하는 일이라는 답변이 공직자윤리법 조문과 어긋난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언론사별 광고비 집행 내역을 내지 않은 데 대해서는 고발 요청이 나왔다. 강 회장은 증인 선서의 효력이 유지된 상태에서 위증 지적을 반박했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전날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의사진행발언에 나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지난 16일 국정감사 답변에 위증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그는 16일 국감에서 농협중앙회 퇴직 고위 임원들의 불법 재취업과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 위반 문제를 질의했다. 당시 강 회장은 취업심사는 개인이 신청하는 것이지 기관이 하는 게 아니고, 회장이 그 정도까지는 알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윤 의원은 전했다.
윤 의원은 인사혁신처를 통해 확인한 결과 공직유관단체인 농협중앙회 임직원이 퇴직 후 취업승인을 받으려면 반드시 퇴직 당시 소속기관의 장을 거쳐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요청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에 농협중앙회가 관여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을 개인이 알아서 하는 일이라고 답변한 것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위증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은 퇴직 임원이 취업승인을 신청하면 농협중앙회가 이를 접수해 감독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로 보내고, 농식품부가 검토 의견서를 붙여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요청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원장에게 강 회장 발언의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잘못 진술한 점에 대해 사과를 받아달라고 요구했다.
■ 강호동 국감 답변과 배치되는 공직자윤리법…’소속기관장 경유’ 명시에도 개인 책임 강조

공직자윤리법 조문을 확인해보면 윤 의원이 든 근거는 법에 그대로 있다. 같은 법 제18조 제2항은 취업심사대상자가 취업승인을 받으려면 “퇴직 당시 소속되었던 기관의 장을 거쳐”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청하도록 규정한다. 취업제한 여부 확인을 요청하는 제1항에도 같은 문구가 들어 있다.
다만 신청 주체가 퇴직자 본인이라는 강 회장의 설명도 조문과 완전히 어긋나지는 않는다. 조문의 주어는 ‘취업심사대상자’다. 신청은 개인이 하되 그 신청이 퇴직 당시 소속기관의 장을 반드시 거친다는 것이 법의 구조다. 쟁점은 그 절차에 기관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이 사실에 맞느냐다.
강 회장은 위증 지적에 반박했다. 그는 “윤준병 의원께서 하신 말씀에 대해서 제가 알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 말씀드렸다”며 “공직자 윤리 신고하는 등등도 회장이 구체적인 그런 방법을 알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도 받지 않았다며 “제가 알고 있는 사실 그대로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 제14조는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벌금형이 없는 조항이다. 서삼석 위원장은 이날 감사를 시작하며 지난 기관별 국감 때 받은 증인 선서가 종합감사에도 그대로 유효하다며 추가 선서를 생략했다. 강 회장의 22일 해명 역시 선서의 효력 아래에서 나온 진술이라는 뜻이다. 강 회장이 “알고 있는 사실 그대로”를 강조한 것은 자신의 기억이나 인식과 다른 진술을 하지 않았다는 반박으로 읽힌다.
■ 농협 광고비 자료 제출 거부에 고발 요청…’의혹 기사 차단 1억원·홍보예산 195억원 전용’ 논란

윤 의원은 고발도 요청했다. 그는 16일 국감에서 2023년부터 2026년 8월까지 농협중앙회의 언론사별 광고비 집행 내역을 요구했지만 농협중앙회가 거부할 법적 사유가 없는데도 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증언감정법 제12조 제1항의 서류 제출 요구 거절에 해당한다며 “고발 조치하여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같은 법 제2조는 국정감사와 관련해 서류 제출 요구를 받으면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법률에도 불구하고 누구든지 따르도록 규정한다. 제12조 제1항은 서류 제출 요구를 거절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광고비 자료는 앞서 윤 의원이 제기한 의혹과 맞닿아 있다. 윤 의원은 16일 국감에서 정부 합동 특별감사 결과를 들어 회장 관련 의혹 기사를 막으려고 중앙회 임원이 1억원을 썼다고 지적했다. 같은 자리에서 홍보예산으로 전용된 돈이 3년간 195억원에 이른다고도 주장했다.
강 회장은 이날 반박 발언에서 광고비 자료 미제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고발이 실제로 이뤄지려면 위원회 차원의 결정이 필요하다.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는 위원회가 죄를 범했다고 인정하면 고발하도록 하고, 고발은 위원장 명의로 하도록 규정한다. 위원장이 거부하면 재적위원 과반수의 연서로 고발할 수 있다.
서 위원장은 윤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에 대해 “절차에 따라서 진행을 할 것이고, 또 전체 의사를 물어야 할 경우라면 여야 간사 간의 협의를 통해서 진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감사가 끝날 때까지 고발 의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 위원장은 감사를 마치며 위원별 지적 사항을 정리하면서 윤 의원의 요구를 농협 임직원의 퇴직 후 취업승인 절차 준수 주문으로 소개했다.
강 회장은 선거로 뽑힌 농협중앙회 회장이다. 회원조합이 출자한 협동조합 중앙회인 농협중앙회에는 지배 주주가 따로 없고, 선출직 회장이 조직의 정점에 있다. 퇴직 임원의 재취업 절차와 홍보예산 집행 모두 회장이 이끄는 중앙회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