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21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30대 직원 A씨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들은 A씨의 사망이 회사 내 강제 전보, 상사의 괴롭힘, 반복된 승진 누락 등 지속적인 직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며, 직장 내 괴롭힘이 사망에 이르게 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A씨는 2018년 협력사에서 현대제철 연구직으로 이직하며 새로운 시작을 꿈꿨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입사 두 달 만에 연구직이 아닌 품질팀으로 강제 발령을 받았고, 낯선 업무에 대한 부담과 함께 파트장의 인신공격성 질책에 시달렸다고 동료들은 진술했다. 이로 인해 A씨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 이어지는 직무 스트레스와 방치된 고통

A씨의 정신적 고통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정신과 진료를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기록에는 “하던 일과 너무 다르고, 학벌과 영어 성적 없다고 무시당함”, “회사 사람들과 먹기 싫어 점심 굶는 중” 등 당시의 힘겨웠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더욱이 A씨를 힘들게 했던 파트장은 오히려 팀장으로 승진하며 괴롭힘이 더욱 심화되었다. 이에 동료들은 팀장 교체나 팀원 전체 이동 등 조치를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아무런 개선 노력도 하지 않았다. 결국 팀원 6명 중 2명은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A씨는 쉽게 직장을 포기할 수 없었다. 팀을 옮겨 다니는 강제 발령이 반복되면서 그는 4년 연속 승진에서 제외되는 좌절을 겪었다. 70회 이상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사실이 사내에 알려져 오히려 그를 더 힘들게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 업무상 재해 인정, 현대제철의 책임 촉구
A씨가 남긴 기록에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는 절규가 담겨 있었지만, 현대제철은 사건 발생 직후 진상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고 유족 측은 호소했다. A씨의 배우자는 장례식 당시 회사 측으로부터 “산업재해는 우리와 무관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A씨 사망 8개월 만에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사망을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 즉 산업재해로 공식 인정했다. 공단은 부서 이동, 상사와의 갈등, 반복된 승진 누락 등 직무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은 고인의 억울함을 일부 해소해 주었지만, 우리 사회에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근로복지공단의 판정을 존중하며 근무환경과 조직문화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더욱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기업의 윤리적 책임과 근로자 보호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리고 있다. 현대제철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어떠한 개선 노력을 보일지 우리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