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의 실적 부진 과제를 안고 있는 신세계그룹이 정용진 회장의 주도로 진행한 여러 대규모 투자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보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조원대에 인수한 G마켓은 적자가 이어지고 있으며, 2022년 약 3000억원을 투입한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 투자도 최근 영업권 전액 손상 처리됐다.
그간의 공격적 사업 확장이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이번 10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역시 그룹 재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G마켓·SSG닷컴 적자 심화…투자 성과 ‘글쎄’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프라퍼티의 미국 자회사 스타필드 프라퍼티스는 미국 나파밸리 쉐이퍼 빈야드의 영업권 약 392억원을 지난해 말 전액 손상차손 처리해 장부상 0원으로 기록했다. 신세계그룹은 2022년 부동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목적으로 약 3000억원을 들여 해당 와이너리를 인수했다.
신세계그룹 측은 이를 글로벌 와인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흐름으로 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사업의 반등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009년부터 와인 사업을 본격 추진한 데 이어, 2016년 약 190억원을 투자해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소주 시장에도 진출했다. 그러나 두 사업 모두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제주소주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누적 영업손실 434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는 실적 개선을 위해 여러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약 670억원을 추가 투입했으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이후 제주소주는 이마트의 100% 자회사인 신세계L&B로 이관됐고, 국내 시장에서는 사업을 철수한 뒤 과일소주 중심으로 동남아 수출을 이어가다 결국 오비맥주에 매각되면서 주류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2021년 약 3조4400억원을 들여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이후 상황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마켓은 인수 직후인 2022년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된 뒤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지마켓 매출은 전년(약 9612억원) 대비 20% 이상 감소한 7405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영업손실은 674억원에서 121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커머스 사업의 또 다른 핵심 축인 SSG닷컴도 비슷한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SSG닷컴은 2025년 11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62% 적자 폭이 확대됐다. 최근 3년간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약 2934억원에 달한다. 그룹이 추진한 통합 유료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도 예상했던 시너지를 내지 못해 운영 방식을 조정하는 등 전략 수정이 이뤄졌다.
신세계그룹은 중국 알리바바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이커머스 사업 구조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협업 초기에는 고객 데이터 연계와 글로벌 사업 확대를 통해 시너지를 기대했으나, 해외 직구 시장의 위축과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점 등으로 인해 실제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적자 누적 속 10조원 ‘AI 승부수’…도약이냐, 그룹 전체 리스크냐
이 같은 상황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AI 커머스를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제시했다. 유통 전 과정에 AI를 적용해 상품 추천·검색·주문·배송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AI 인프라와 서비스를 양축으로 추진 중이다. 미국 리플렉션AI와 협력해 250MW 규모의 국내 최대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검토하고 있으며, 오픈AI와 손잡고 챗GPT 기반 쇼핑 서비스를 도입한다. 단기적으로 올해 안에 이마트 앱에 AI 쇼핑 기능을 넣고, 중장기적으로는 챗GPT 대화창에서 검색부터 주문·결제·배송까지 가능한 완결형 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오프라인에서도 점포 경쟁력을 강화한다. 대형 점포 6곳 이상을 몰 타입으로 전환하고, 맛집·체험 공간·키즈 카페 등 집객 요소를 확대해 체류형 매장으로 바꾼다는 구상이다.
다만 AI 전략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쿠팡이 물류·배송·멤버십으로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AI만으로는 경쟁 구도를 빠르게 뒤집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250MW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업계 추산 최소 1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등 상당한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며, 재무 부담이 변수로 지적된다. 신세계그룹은 초기 소규모 설비부터 가동해 수익을 내고, 이를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부진이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었을 뿐 아니라, 전략 전반에서 혁신성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과거 오프라인 중심 경쟁력은 강했지만 온라인 전환 과정에서 대응이 늦었다”며 “G마켓 인수나 멤버십 전략 모두 시점이 늦었을 뿐 아니라 내용 측면에서도 혁신성이 부족했다. 과거에는 가격 경쟁력이 중요했지만 현재 유통시장은 배송과 멤버십 중심의 서비스 경쟁으로 바뀌었는데 이에 맞는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지 못한 것이 패착이다”고 분석했다.
AI 전략에 대해서도 기대와는 달리 아직 가능성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향후 유통 경쟁력은 빠른 배송과 멤버십, 이를 연결하는 데이터 운영 역량에 달려 있다”며 “AI를 활용해 매장 재고와 고객 데이터를 결합하고, 물류센터와 연계한 퀵커머스(당일·1시간 배송)를 구현할 경우 충분히 승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마트가 점포를 몰 형태로 전환하는 전략도 나쁘지 않지만, 궁극적으로는 신선식품 중심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식품은 임대 매장으로 채우는 구조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