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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건설기계 울산캠퍼스 전경 및 최철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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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건설기계의 ‘민낯’… 주주 환원에 600억 쏟으면서, 직원은 ‘폭언·지역 비하’

HD현대건설기계 울산캠퍼스 전경 및 최철곤 대표이사.
HD현대건설기계 울산캠퍼스 전경 및 최철곤 대표이사.

(뉴스필드) 진용준 기자 = 지난달 통합 법인으로 공식 출범한 HD건설기계가 6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등 파격적인 주주 환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신입사원 얼차려’로 대변되는 구태 의연한 조직 문화 논란이 확산하고 있어, 경영진의 ‘주주 중시’ 행보가 조직 내 ‘사람 중심’ 가치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609억 원 규모 자사주 소각 결정…주주가치 제고 총력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건설기계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47만 9천905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소각 예정 금액은 약 609억 원 규모로, 이는 이사회 결의 전일 종가(12만 6천900원)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회사는 이를 위해 오는 10일부터 8월 10일까지 6개월간 KB증권을 통해 자사주를 취득한 뒤 지체 없이 소각할 계획이다. 이번 소각은 배당 가능 이익 범위 내에서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방식이어서 자본금 감소는 발생하지 않는다.

◇ 주식 소각 수혜는 누구…최대주주 지배력 강화 효과 ‘뚜렷’

HD건설기계의 이번 주식 소각은 표면적으로는 주당 가치 제고를 통한 주주환원 성격을 띠지만, 실제 구조를 들여다보면 최대주주에게 유리한 지배력 강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9월 30일 기준 HD건설기계의 최대주주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로 보통주 652만4,628주(37.59%)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아산사회복지재단(2.74%), 아산나눔재단(0.70%), 계열사 임원 지분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총 41.06%에 달한다. 반면 소액주주는 전체 주주 수의 99.87%를 차지하지만, 지분율은 41.88%로 분산돼 있다.HD건설기계 최철곤 대표

이번 소각은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보유 주식 수는 변동이 없지만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드는 구조다. 이에 따라 HD현대사이트솔루션을 비롯한 최대주주 측의 지분율과 의결권 비중은 자동으로 상승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소액주주에게는 주가 방어 및 주당 가치 상승 효과가 있지만, 최대주주에게는 추가 자금 투입 없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를 아우르는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라는 점에서, 이번 소각은 단순한 주주환원을 넘어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안정화 전략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최상위 지배회사인 HD현대㈜는 정몽준 이사장(26.60%)과 정기선 수석부회장(6.12%) 등이 주요 주주로 포진한 순수지주회사로, 건설기계·조선·정유 등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HD건설기계의 주식 소각은 지배구조 최상단으로까지 간접적인 영향이 미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 신입사원 환영회서 ‘얼차려’ 논란…조직 문화는 ‘시대 역행’

이런 가운데 현장의 조직 문화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지난 2일 인천에서 열린 신입사원 환영회에서 팀장급 관리자 A씨가 신입사원들에게 폭언과 함께 군대식 얼차려를 가한 사건이 발생해 고용노동부 등 관계 기관의 주시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지난달 1일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합병해 ‘HD건설기계’로 새 출발 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벌어졌다. 통합 법인의 첫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만취 상태의 관리자가 특정 지역 비하 발언과 가혹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600억 원의 주식 소각보다 시급한 것은 현장의 인권 보호”라는 성토가 터져 나오고 있다.

◇ 사측 “보직 해임 등 즉각 조치”…직원들은 “고질적 악습” 성토

논란이 확산하자 HD건설기계 측은 해명에 나섰다. 사측은 “회식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회사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즉각 필요한 조치를 했으며, 보다 정확한 진상 조사를 거쳐 상응하는 추가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기 밝혔다. 또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물의를 일으킨 관리자는 현재 보직 해임 및 업무 배제 처분이 내려졌으며, 곧 인사위원회에도 회부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일이 단순한 일탈이 아닌 조직 문화 전반의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과거에도 상습 폭행을 당해 면담까지 진행했으나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갔다”며 “나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생기지 않길 바란다”는 폭로 글이 올라와 공분을 사고 있다.

◇ 최철곤 대표 임기 만료 앞두고 리스크 관리 ‘시험대’

조직 안정화가 시급한 시점에 수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HD건설기계 최철곤 대표이사(사장)의 임기는 오는 2026년 3월 27일로 만료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있다.

최 대표는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 등 건설기계 업계의 주요 요직을 거친 베테랑 경영인으로, 현재 보통주 5,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2021년 11월 선임 이후 통합 법인 출범까지 이끌어왔으나, 임기 말에 터진 이번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향후 연임 여부나 경영진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HD건설기계 최철곤 대표

◇ 통합 후 계열사 내부 거래 급증…실적 성장 속 사법 리스크 상존

HD건설기계는 통합 법인 출범 이후 그룹 내 계열사와의 거래 규모가 대폭 확대되며 외형적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5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당분기 전체 특수관계자와의 재화 매입액은 6,755억 원으로, 전분기(5,738억 원) 대비 약 1,0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특히 차상위지배기업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의 거래 비중이 압도적이다. 당분기 HD현대사이트솔루션으로부터의 재화 매입액은 4,382억 원에 달하며, 재화 판매 수익 역시 전분기 162억 원에서 당분기 216억 원으로 늘어났다. 그 밖의 특수관계자인 HD현대인프라코어차이나 등 글로벌 법인과의 거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내부 거래 확대는 통합 법인의 공급망 효율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특정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 심화와 일감 몰아주기 등 거버넌스 리스크에 대한 면밀한 관리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실적 면에서도 지난해 구(舊) HD현대건설기계(매출 3조 7,765억 원)와 HD현대인프라코어(매출 4조 5,478억 원)는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다만 미국 내 제조물 책임 소송(5천만 달러) 및 배기규제 위반 손해배상 청구(4,890만 달러) 등 조 단위 글로벌 소송 리스크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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