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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현장…외신들 판문점에 뜨거운 관심

남북정상회담 앞두고 프레스투어…해외 기자 116명 참여

“한반도 평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모두의 관심사”

판문점 ‘자유의 집’ 앞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외신기자들이 앞다퉈 촬영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내리쬐는 봄 햇살이 따사롭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지난 10년간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남북정상회담까지 이어지는 등 올해 ‘한반도의 봄’은 특별하다.

‘2018남북정상회담’을 9일 앞둔 18일 국내외 기자들이 판문점 취재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울프레스센터 앞에 속속 모였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최초로 남측 지역인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려서일까.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가 마련한 이날 언론사 판문점 프레스투어에는 내신 111명, 외신 116명 등 총 227명이 참여해 열기가 뜨거웠다. 미국,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독일, 영국, 러시아, 대만, 스페인 등의 기자들까지 나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투어는 하루에 내외신 함께 진행한 탓으로 각각 2조, 총 4조로 나눠 실시됐다. 외신기자와 함께 판문점을 둘러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전 7시 45분 미팅시간까지 30분도 더 남았는데 외신기자들은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타 대기했고, 출발 15분 전에는 버스 2대 중 1대는 이미 꽉 찬 상태였다. 외신기자들은 판문점으로 향하는 길에 조금이라도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각자가 원하는 자리에 앉으려고 출발 전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출발한 지 1시간이 지났을까, 아직 통일대교도 보이지 않았지만 외신기자들은 버스 맨 앞 혹은 창가 쪽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10분 뒤 통일대교가 보이자 ENG카메라와 망원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들이 앞다퉈가며 버스 맨 앞으로 가 촬영에 들어갔다. 이번에 만난 외신기자들은 판문점을 적게는 2번, 많게는 셀 수 없을 정도로 가봤지만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직전이라 한 컷이라도 더 건지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D-9 판문점, 그곳은 어떤 분위기일까?

버스 옆자리에 앉은 일본의 와다 타카시 TV도쿄 서울지국장은 지난해 오청성 귀순 사건이 일어난 직후인 12월 프레스투어로 판문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와다 타카시 국장은 “당시 판문점에 갔을 때는 사건이 일어난 직후라 긴장 상태였지만 북한 병사가 한 명밖에 없어 의아했습니다. 오늘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직전이라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하네요”라고 말했다.

판문점에 도착하자마자 외신기자들은 JSA경비대대와 UN군 사령부 공보팀의 인솔하에 JSA안보견학관에서 6·25전쟁과 국내 정세, 안보 관련 브리핑을 받았다. 하지만 모두의 관심은 다음 코스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 악수할 자유의 집 앞 군사분계선(MDL) 지역과 회담이 열릴 평화의 집이었다.

특히 이날은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남북한 2차 실무회담이 열리고 있어 공동경비구역의 모습이 더 궁금했다. 안보견학관에서의 브리핑이 끝나기가 무섭게 외신기자들은 다시 분주히 버스에 탑승했고 드디어 군사분계선 바로 앞에 있는 자유의 집 도착했다. 과연 어떤 분위기인지 궁금한 기자들은 건물 내에서 경비대대의 안내에 따라 대기하고 있는 몇 분이 길게 느껴질 정도였다.

평소보다 많은 경비대대와 UN군 사령부의 경호 때문일까, 아니면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서일까, 떨리는 마음으로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곳은 숨소리 하나 안 들릴 정도로 고요했고 봄 햇살과 함께 평화로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판문점의 고요함은 외신들의 연사 소리와 리포팅 소리로 금세 깨졌다. 외신기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사진 촬영이 허용된 노란색 경계선 바로 앞 또는 MDL상에 있는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 안쪽에 자체 포토라인을 순식간에 만들었다. 취재 열기가 뜨겁다 못해 일부 경비대원과 기자 그리고 기자와 기자 사이에는 포토라인을 두고 약간의 실랑이도 있었다.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마지막 기회이다 보니 1분 1초가 아까웠고 1cm라도 더 앞에서 찍으려 했다.

북한 병사들은 북측 관광객이 없어서인지 MDL 가까이에는 없었지만, 자유의 집을 마주하고 있는 판문각 앞에 몇 명 모습을 보였다. 한 외신기자는 북한 병사가 초소에서 커튼을 열고 쳐다보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하라다 켄이치 지지통신 기자는 “두달 전에 판문점에 왔을 때는 북한 병사를 보지 못했는데 오늘은 볼 수 있어 신기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외신기자들에게 북측 판문점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의 스탄니슬라브 와리워다 기자와 스페인의 안드레스 산체스 브라운 EFE통신 기자는 판문점 남측 지역과 북측 지역을 모두 가봤다.

스탄니슬라브 기자는 “북측 JSA는 남측과 대체로 비슷하지만 좀 더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남측에서는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는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안드레스 기자는 “지난해 북측 지역에 갔을 때는 판문각 2층에서 남쪽을 향해 사진을 찍었고 김일성기념비가 있는 곳을 둘러 봤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두 기자는 여러 번 판문점을 왔지만, 분단을 상징하는 특별한 곳이라 올 때마다 남다른 느낌을 받았다. 스탄니슬라브 기자는 “특히 남북이 선 하나를 가운데 두고 대면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습니다”라고 말했다.

2018남북정상회담이 열릴 ‘평화의 집’은 지금 

외신기자들에게 이번 프레스 투어가 특별했던 것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평화의 집’을 둘러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여러 번 판문점을 온 외신기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부분이었다. 김도균 영국 로이터 통신 기자는 입사한 지 올해로 24년 차다. 김 기자는 “평균 한 달에 한 번꼴로 판문점에 왔지만, 그전까지 평화의 집은 버스 안에서만 보거나 촬영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3초소와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가지 못해 아쉽지만, 정상회담이 열리는 평화의 집을 직전에 촬영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보수공사를 통해 건물이 깨끗해졌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김 기자의 말처럼 평화의 집 주변 공동경비구역은 건물 보수 공사와 동선 체크를 하는 등 정상회담 준비가 한창이었다. 건물 1층 입구는 공사 중인지 비닐로 씌워져 있었고, 외신기자들이 도착했을 때는 대회의실이 있는 3층 외부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가 촬영을 할 때는 사라졌다. 또 건물 앞부터 자유의 집 가는 길 쪽 바닥에는 테이프 같은 줄이 길게 놓여 있었다. 건물 외관만 보는 거라 외신들이 실망할 줄 알았는데, 평화의 집 자체만으로 상징하는 바가 커서인지 반응은 예상외였다.

변찬식 TV도쿄 기자는 “이번 정부 들어서는 취재진을 위한 배려가 상당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외신들이 취재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을 보고 매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라면서 특히 “평화의 집을 정상회담 직전에 촬영해 현장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게 됐네요”라며 만족해했다.

평화 한반도,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한다면

몇몇 외신들은 이날 인터뷰를 응하는 것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개인의 이야기가 국가의 입장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남북정상회담이 단순히 남의 나라 일이 아니기 때문인 듯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 어렵게 말을 꺼냈다. 진 진저 중국 모 매체 기자는 “한반도의 정세가 안정되어야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이웃나라에서 전쟁이 나는 것은 반대하기 때문에 남북이 화해 모드로 가는 것은 중국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남북총리회담 등 남북회담이 열렸을 때 취재차 판문점에 온 적이 있다. 진 기자는 “노무현 대통령 정부 시절 남북의 관계가 좋았습니다. 남과 북이 한 집안 같은 분위기여서 회담뿐만 아니라 대성동 마을, 개성공단 등을 찾아 남북이 협력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도하면서 외국인이 입장에서도 보기 좋았죠”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그때 비해 이번 정상회담이 더 치밀하게 준비하고 소통도 많이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라며 일회성의 보여주기식이 아닌 앞으로 지속적인 교류가 있을 것을 기대했다.

김도균 로이터통신 기자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취재했다. 김 기자는 “그때도 남북관계가 좋은 편이었지만, 지금 북한의 태도와 분위기는 그때와 많이 다릅니다. 저뿐만 아니라 외신기자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라며 북한의 적극적인 태도에 약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는 “로이터에서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외신에서 일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상회담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외신 기자들이 현장에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몸소 느끼면서 앞으로 좋은 관계로 발전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분단과 통일을 경험했던 독일의 공영방송인 도이치벨레의 파비앙 크레츠머 기자는 한반도 분단이 남의 일 같지 않다. 판문점이 한반도의 분단을 상징한다면, 독일에도 분단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베를린 장벽’이 있다. 파비앙 기자는 베를린 장벽이 ‘독일 통일’의 상징적 기념물이 됐듯이 판문점에도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이번 프레스투어에 참여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과거 동서독 정상의 만남을 떠올렸다. “과거 동서독의 관계와 현재 남북한의 관계는 조금 다릅니다. 당시 동서독은 비록 분단돼 있었지만 경제적 협력을 비롯해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졌었습니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1970년에 개최된 제1차 정상 회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에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간의 소통이 활발해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운영방식이 세련돼졌다고 평가했다. 출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북한과 사전에 소통을 많이 한 결과 남한에서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을 열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앞으로 남북간 적극적인 상호 교류가 많아지면 한반도는 물론 주변국의 평화와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미 평양과 개성, 마식령을 다녀온 스페인의 안드레스 산체스 브라운 EFE통신 기자는 남북의 지속적인 교류가 자리 잡기를 바라면서 “왕래가 가능해진다면 북한의 서해위성발사장이 있는 동창리에 가서 광명성호가 발사된 로켓발사장을 가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평양냉면은 먹어봤지만, 큰 경기장이 있었는데 스포츠 경기를 보지 못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스포츠 경기를 보고 싶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와다 타카시 TV도쿄 서울지국장은 기자로서 사명감을 보였다. 그는 “북한 정부가 아닌 사람들을 취재하고 싶습니다. 북한의 장마당(시장) 같은 곳에 가서 그들의 삶을 더 가까이서 담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대동강 맥주를 마시고 싶습니다(하하)”라고 말했다. 북한과 붙어 있는 중국이 고향인 진 진저 기자는 자가용을 타고 서울에서 북한을 거쳐 중국에 가는 모습을 이야기했다. 그는 “아마 하루도 안 걸릴 것 같습니다”라며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연결된다면 물류 산업 역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오는 27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미국의 채승훈 ABC뉴스 기자는 “비록 아직은 긴장과 분단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판문점이지만, 이번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이 평화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돼 평화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곳으로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면서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아이들이 남북한의 군사적 대립과 제재 없는 안전한 나라에서 자랐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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