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중공업 사내 협력업체 5곳이 공사대금으로 인건비와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총 138억원의 채무를 떠안았다며 하도급 거래 조사를 요구했다. 과거 대금 결정과 계약서 발급 문제로 거듭 제재받은 삼성중공업의 거래 관행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25일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과 삼성중공업 협력업체들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 거래 실태 조사와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특히 원청이 정한 공사대금에 실제 작업량과 투입 비용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협력업체 5곳이 주장한 채무는 청용기업 50억원, 우담기업 26억원, 하온기업 25억원, 청운산업 20억원, 엠알엘엔지 17억원 등 총 138억원이다. 업체들은 공사대금으로 인건비와 운영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금융권 대출과 대표 개인 재산으로 부족한 자금을 메우면서 채무가 누적됐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실이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서는 202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사내 협력업체 17곳에 지급된 대지급금이 84억8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가가 체불 임금과 퇴직금 일부를 대신 지급한 금액으로, 앞서 5개 업체가 주장한 채무 138억원과는 대상과 성격이 다르다.
삼성중공업은 23일 관련 법령과 상호 합의된 기준, 정당한 계약 절차에 따라 공사대금을 산정·지급해 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기된 사안의 세부 내용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향후 정당한 절차를 통해 소명하겠다고 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 5981억원을 냈다. 하도급 결제조건 공시상 같은 기간 현금결제비율은 100%, 30일 이내 지급 비중은 99.64%다. 다만 이는 지급된 대금의 결제 방식과 속도를 보여주는 수치로, 실제 작업량과 비용을 대금에 충분히 반영했는지와는 다른 문제다.
■ 반복된 하도급 제재…계약 개선과 현장 적용은 별개
25일 삼성중공업 반기보고서와 정부 발표자료를 보면 회사는 2020년 서면교부 위반·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부당한 위탁 취소로 과징금 36억1400만원 등의 처분을 받았다. 관련 형사사건은 2021년 벌금 5억원이 확정됐다. 회사는 지난 8월 제출한 반기보고서에서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소송으로 다투고 있다고 밝혔다.

2019~2020년 거래를 다룬 별도 사건에서도 계약서 미발급·지연 발급으로 2023년 과징금 3600만원을 부과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4년 5월 고발을 요청하면서 수차례 처분에도 업무 관행 개선 없이 위반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올해 6월에는 또 다른 서면 지연 발급 사건의 동의의결 절차가 시작됐다. 삼성중공업은 계약관리 시스템 개선, 표준하도급계약서 전면 사용, 원·하청 상설협의체 구성과 113억원 규모 상생방안을 제시했다. 동의의결 절차 개시는 위법 여부를 확정한 처분은 아니다.
공정위는 이 동의의결 대상 사건에서 서면 지연 발급 외에 신고된 부당한 대금 결정, 신고를 이유로 한 계약 해지, 수정·추가공사 대금 미지급에 대해서는 심사절차 종료 또는 무혐의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재신고도 심사불개시 결정됐다. 이는 해당 신고 사건에 대한 판단이다.
거래 지속 여부를 좌우하는 협력사 평가제도도 검증할 대목이다. 삼성중공업의 2026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사내 협력사를 연 2회 종합평가하며 생산·품질·안전·경영 외에 ‘협조도’를 평가 항목에 포함하고 있다.

평가 결과 우수 기준에 미달한 협력사는 누적 벌점 수준에 따라 물량 축소, 계약 해지, 계약이행보증금 담보 확대, 금융지원 대상 제외 등 네 가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회사는 2025년부터 평가에 따른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모든 평가 항목과 기준을 사전에 공유하고 매년 3월과 9월 평가체계를 재검토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우수 협력사에 대해서는 시상금과 상패를 제공하며, 지난해 지급한 시상금은 10억200만원이라고 밝혔다.
협력사 관리에 대한 경영진의 감독 체계도 회사가 직접 공개했다. 사내 협력사 관리는 조선소장이 책임지고 경영지원실장이 지원하며, 대표이사가 참여하는 경영임원협의체가 지난해 공급망 관련 안건 13건을 검토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은 최성안 부회장이 겸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삼성중공업 최대주주는 지분 15.23%를 보유한 삼성전자다. 최대주주 지분 연결은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며, 삼성물산 최대주주는 보통주 21.81%를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다.
반복된 하도급 제재 이후 계약 개선을 내세워 온 삼성중공업은 실제 작업량과 비용을 대금에 어떻게 반영했고, 협력사 평가와 계약종료 기준을 어떻게 적용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 설명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산정·평가 기록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