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청 노동자 1200명 본사 앞 총파업 결의…원청 노조도 3.9% 인상안 거부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의 올해 상반기 보수가 지난해보다 154% 증가한 반면, 인터넷·IPTV 설치와 수리를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가 2분기에만 3445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둔 가운데, 노동자 1200명이 본사 앞에서 총파업을 결의하며 임금 격차 해소를 요구했다.
24일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과 LG유플러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는 전날 오후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전국 홈서비스 노동자 등 1200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자회사 유플러스홈서비스와 협력사들은 올해 임금교섭에서 원청으로부터 임금 인상 재원을 확보하기 어렵고 안전비용이 늘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거부했다.
반면 홍 사장의 보수는 크게 늘었다.
LG유플러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홍 사장의 올해 상반기 보수는 18억1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억1400만원보다 11억200만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약 154.3%다.
보수 증가분의 대부분은 상여금이었다. 홍 사장은 올해 상반기 상여금으로 10억8900만원을 받았다. 급여는 지난해 7억1400만원에서 올해 7억2600만원으로 약 1.7% 증가했다. 상여금은 해킹 사고가 난 지난해의 재무성과 등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지급됐다.
회사 실적 역시 개선됐다.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444억72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45억600만원보다 약 13.1% 증가했다.
공공운수노조 엄길용 위원장은 원청이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현장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 대표 상반기 18억…평균 근속 13년 설치·수리 노동자 월 기본급은 200만원대

현장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김진억 본부장은 결의대회에서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기간이 13년에 이르지만 기본급은 여전히 20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금액은 기준이 다르다. 홍 대표의 18억1600만원은 급여와 상여를 합친 6개월치 보수이고, 노동자들의 200만원대는 각종 수당을 뺀 한 달 기본급이다. 홍 대표의 상여를 빼고 급여 7억2600만원만 6개월로 나눠도 한 달 약 1억2100만원이다. 반기보고서는 이 급여가 기본급과 직책수당으로 이뤄진다고만 밝혀, 대표의 기본급만 따로 확인할 수는 없다.
또 자회사 전환 이후에도 원청과 자회사 노동자 사이의 임금·복지 격차가 크다며 단계적인 격차 해소를 요구했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제유곤 지부장은 회사가 통신비 인하 정책과 안전기준 강화에 따른 비용 증가, 신사업 실패 등을 임금 인상 거부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안전 확보를 위한 비용과 경영상 부담을 현장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장 노동자들은 인터넷과 IPTV 설치·수리 과정에서 지하 터널 작업과 사다리를 이용한 고소작업 등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원청과의 처우 격차는 여전하다고 호소했다.
■ 하청은 임금 인상 거부, 원청 노조는 3.9% 인상안 거부…교섭 잇따라 결렬

LG유플러스 원청 노동조합도 회사의 임금 인상안에 반발하고 있다.
희망연대본부 한마음지부 강민규 지부장에 따르면 한마음지부와 민주유플러스지부는 공동교섭단을 구성해 회사와 임금교섭을 진행했으나 지난 22일 열린 13차 본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했다.
두 지부는 회사가 최종 제시한 3.9% 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김석우 희망연대본부 공동본부장은 LG전자가 올해 임금을 4% 인상한 사실을 언급하며 LG유플러스의 임금 인상 수준을 비판했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의 임금 인상 요구도 4%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하청 노동자들의 요구는 임금 인상뿐 아니라 원청과의 실질적인 교섭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는 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라 원청과 교섭을 시작했으나 회사가 정부 시행지침을 근거로 교섭 의제를 노동 안전에만 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작업환경과 작업방식, 임금·수당,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 실질적인 노동조건 전반에 대해 원청이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LG유플러스가 2차 원청교섭 이후 정규직 노동자 250명을 파업 대체인력으로 모집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앞서 지부는 지난달 28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을 받은 뒤 29일과 30일 이틀간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당시 전체 현장지부의 95%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의대회에는 전국 14개 소상공인(SOHO) 서비스센터 노동자 약 600명이 지난 15일 설립을 공개한 LG유플러스SOHO비정규직지부도 참여했다. 이들은 일부 센터의 불투명한 임금 산정과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불이익 의혹을 제기하며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 같은 날 국감 나온 홍 사장, 위약금 면제 전례엔 “잘 모르겠습니다”
결의대회가 열린 23일 홍 사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해킹 은폐 의혹에 대한 질의를 받았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번호이동 위약금을 면제하면 대상이 얼마나 될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홍 사장은 “전체 고객 수는 알고 있습니다만 그 범위가 얼마나 되는지는 지금 현재 판단하기는 좀 어렵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SKT가 그때 얼마나 했죠?”라고 다시 묻자 홍 사장은 “죄송합니다. 제가 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해킹 사고 뒤 번호이동 고객의 위약금을 면제했다.
같은 자리에서 홍관희 LG유플러스 정보보안센터장(전무)은 해킹 의심 서버 2대가 같은 정보를 유지하도록 묶인 ‘이중화 구조’라는 사실을 조사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미리 알리지 않은 것을 인정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위를 거듭 묻자 홍 센터장은 “이중화 구조 관련해서는 사전에 아마 설명 드리지 못했지만”이라고 답했다.
LG유플러스는 두 서버 가운데 1대만 복사해 분석해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는 취지로 국회에 답변했는데, 그동안 서면 답변으로만 알려졌던 내용을 회사 보안 책임자가 국감장에서 직접 인정한 것이다. 홍 센터장은 해킹 서버에 관한 국회의원의 서면 질의 답변을 누가 검토했느냐는 질문에는 “저희 대관 쪽에서 검토해서”라고 답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4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공동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는 임금 인상과 의제 제한 없는 원청교섭이 이뤄질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 대표 상여 승인한 이사회…의장은 사외이사, ㈜LG 경영전략부문장도 이사로
홍 대표의 상여를 포함한 집행임원 성과인센티브 지급안은 지난 3월 24일 이사회에서 의결됐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남형두·김종우·엄윤미·송민섭 사외이사와 이상우 기타비상무이사가 찬성했고, 홍 대표와 여명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의결권이 제한됐다.
이사회 의장은 남형두 사외이사(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이사회는 같은 날 그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홍 대표는 이사회 추천으로 사내이사에 올라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사회에는 최대주주 ㈜LG의 사람도 있다. 이상우 기타비상무이사는 ㈜LG 경영전략부문장이다. 권봉석 기타비상무이사가 지난 3월 24일 사임한 뒤 이사회에 합류했다. 홍 대표 역시 LG유플러스로 오기 전 ㈜LG 경영전략부문장을 지냈다.
이 고리의 끝에는 구광모 LG 회장이 있다.
LG유플러스의 최대주주는 지주회사 ㈜LG로 6월 말 기준 지분 38.74%를 갖고 있다. ㈜LG의 최대주주는 보통주 16.60%를 보유한 구 회장이다. 구 회장이 지배하는 ㈜LG가 LG유플러스 지분을 쥐고, 이사회에는 ㈜LG 경영전략부문장이 앉아 있으며, 대표이사도 같은 자리를 거쳐 왔다.
정작 구 회장 본인은 LG유플러스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다. 대표의 상여를 승인한 이사회 결의에도,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한 회사의 답에도 구 회장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