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주주 지분 5.11%로 축소…인수기업 범한산업도 지난해 224억원 순손실
종합상사 STX의 경영권이 정영식 범한그룹 회장이 최대주주인 범한산업으로 넘어갔다. 범한산업은 680억원을 투입해 STX 지분 94.89%를 확보했지만, 인수대금 대부분이 기존 채무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어서 향후 영업 정상화를 위한 자금 확보가 과제로 남았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TX는 전날 유상증자 정정공시를 통해 증자 전 발행주식총수를 146만5804주에서 146만5787주로 변경하고, 범한산업의 최종 지분율을 94.89%로 확정했다. 주식 수 변경은 감자 과정에서 발생한 단주를 정리한 결과다.
STX는 철강과 에너지, 이차전지 소재 등 원자재·산업재 무역을 주력으로 하는 종합상사다. 이번 유상증자는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9월 16일 인가한 회생계획에 따라 진행됐다.
인수기업인 범한산업은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둔 산업기계 제조업체다. 선박과 잠수함 등에 사용되는 고압 공기압축기를 주력으로 생산하며,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충전소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2019년 수소연료전지 사업부를 분할해 코스닥 상장사인 범한퓨얼셀을 설립했다.
범한산업은 STX 보통주 2720만주를 주당 2500원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는 한국산업은행에서 범한산업으로 변경됐으며, 기존 주주 전체의 지분율은 약 5.11%로 축소됐다. 산업은행의 지분율도 증자 전 33.36%에서 증자 후 1.71%로 낮아졌다.
■ 680억원 중 669억9800만원 채무상환…범한산업도 지난해 적자
이번 증자대금 680억원 가운데 669억9800만원(98.53%)은 회생담보권과 회생채권 등의 변제에 사용된다. 나머지 10억200만원은 기업 인수·합병(M&A) 매각주간사 용역보수 등으로 배정됐다. 신규 시설투자나 운영자금으로 별도 편성된 금액은 없다.
인수기업인 범한산업의 재무상태도 주목된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범한산업의 2025년 자산총계는 6382억2000만원, 부채총계는 3207억4100만원이다. 매출액은 318억4400만원이었으며, 당기순손실 224억4300만원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손실만으로 인수기업의 자금조달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범한산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74.84%를 보유한 정영식 범한그룹 회장이다. 범한산업은 지난 5월 해군 소장 출신인 최성목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최 대표는 해군에서 약 39년간 복무하며 함대사령관과 해군작전사령부 부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한편 STX는 과거 해외소송 관련 회계처리 문제를 둘러싼 행정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오는 16일 STX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감리결과조치처분 취소 소송을 선고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STX가 과거 자회사였던 STX마린서비스의 이라크 발전사업 관련 해외소송을 연결재무제표에 적절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반면 STX는 해당 소송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회계처리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STX는 회생계획 인가 이후 무역사업 재정비와 본업 경쟁력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영권 이전과 채무 변제가 실제 재무구조 개선 및 영업 정상화로 이어질지는 향후 실적과 현금흐름을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