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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노조, 12월 12일 총파업 돌입… “기재부 총인건비 지침은 법 위에 군림”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 정부의 과도한 경영 간섭과 감사원의 표적 감사, 사측의 무책임한 경영에 맞서 12월 12일 무기한 전면 총파업 돌입을 선포했다.

노조는 이번 파업이 공공기관의 자율적 교섭권 확보와 정부의 부당한 지침에 대한 저항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어 향후 노정 갈등의 핵으로 부상할 전망임을 밝혔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지난 8월 18일부터 10월 22일까지 이어진 9차례의 실무 교섭과 4차례의 본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전면적인 투쟁을 선언하며 12월 12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조와 사측은 2025년 임금 협약을 위해 마주했으나, 임금 인상률과 임금 피크제 등 7개 주요 쟁점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교섭 타결을 위해 기존 요구를 철회하고 양보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공단 사측은 최소한의 정부 기준조차 지키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노조는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국민권익위원회의 보도자료 배포 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권익위는 올해 2월 단 이틀간 조사를 진행했음에도, 결과를 9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보도자료로 배포하여 언론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사 노동자들을 파렴치한 인간들로 만들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기획재정부가 이미 해당 사안에 대해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초과 인건비 차감 및 관련자 징계 등 조치를 완료했음에도, 뒤늦게 종결된 사건을 다시 꺼내 이슈화한 것은 내란 국면 전환용 ‘물타기’이자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 정부 총인건비 지침 비판: “법 위에 군림”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총인건비 제도’가 가진 위법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엄길용 위원장은 “노사 임금 교섭은 자율로 하게 되어 있고, 체결된 단체 협약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우선 적용되는 힘을 가진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엄 위원장은 “법도 아닌 기재부의 한낱 지침인 총인건비 제도가 법보다 위에 군림하고 있으며, 무능한 경영진은 그 지침 뒤에 숨어 핑계만 대고 있다”고 성토했다.

엄 위원장은 이를 “턱 밑에 칼을 들이밀고 강제적인 것이 아니니 알아서 하라는 협박과 다를 바 없다”고 비유하며, 정부가 사실상 파업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엄 위원장은 “국제노동기구 ILO 조차 대한민국 정부의 교섭권 침해를 경고했다”며 황병래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건강보험 노동자들의 투쟁에 25만 공공운수노조가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 ‘먼지털이식 감사’ 규탄… “노동자 피해만 가중”

황병래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중앙쟁의대책위원장은 감사원 특별조사국의 감사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로 체중이 3kg이나 빠질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음을 토로했다. 황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엄격한 법질서에 따라 단체 협약을 체결하고 임금을 받았으며, 기재부와 조세재정연구원이 무려 8년 동안 철저히 회계를 감시해왔다”고 설명했다.

황 위원장에 따르면, 작년 4월 경영평가 과정에서 조세재정연구원은 갑자기 과거 8년 치 회계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공단 직원들은 기재부의 ‘칼질’로 인해 12년 동안 122억 원을 환수당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으며, 사측은 여기에 105억 원을 더 내놓았다고 밝혔다.

황 위원장은 감사원과 복지부의 이중, 삼중 감사 행태를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작년 7월부터 9개월간 진행된 감사원 감사 결과 조치할 금액이 1,443억 원으로 결론 났으나, 올해 10월 감사원 특별조사국은 또다시 공단을 급습하여 “왜 1,443억 원을 한 번에 내놓지 않고 12년에 걸쳐 갚느냐”며 두 달 가까이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경영진은 임금 인상 잔치를 벌이는 동안, 직원들은 395억 원의 임금 손실을 입으며 피눈물을 흘렸다”며 사측 경영진의 부도덕성을 강하게 질타했다. 황 위원장은 경영진이 반납하겠다는 돈 역시 결국 노동자들의 돈이라며, “왜 우리 월급을 가지고 자기들이 생색을 내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황 위원장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며 “오늘부터 12월 9일까지 노동조합이 가진 모든 자원과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사측 및 노조를 옥죄는 모든 세력과 전면전을 실시하겠다”며 전면전을 선언했다.

만약 12월 9일까지 적절한 응답이 없을 경우, 황병래 위원장은 “2025년 12월 12일을 기해 1만 4,500명 전 조합원의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황 위원장은 이번 파업은 “다리를 끊어 뒤가 없는 파업이며, 공단이 전쟁터가 되고 모든 국민의 일상이 멈추는 투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건강보험 노조의 강경한 총파업 선언은 공공기관 노동자의 단결된 목소리를 보여주며, 향후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한 심각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파업은 이미 예고된 철도 노조 등의 파업과 맞물려 노정 갈등의 파고를 높일 것이며, 공공기관의 자율 경영과 정부 개입의 적정선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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