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칼럼] 핵오염수 해양 투기, 결코 안전하지 않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투기에 대한 IAEA의 검토보고서를 접하면서
백도명(녹색병원 원전노동환경연구소, 국립암센터.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
지난 2023년 7월 국제원자력기구 IAEA(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투기 방안에 대한 최종 검토보고서를 제출하였다. 그 이전 지난 2021년 일본 정부는 일본 동경전력 산하 후쿠시마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오염수의 해양투기를 일본 정부의 공식 정책으로 이미 채택한 바 있다. 그리고 정책을 구체적으로 수행할 오염저감 및 희석 시설의 구축을 이미 시작한 상태에서, 일본 정부의 계획에 대한 검토를 IAEA에 요청하였다.
결과적으로 IAEA는 일본 정부의 해양투기에 대한 계획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 계획 과정이라면 당연히 검토했어야 할 해양 투기 이외 다른 오염수 처리 방안들에 대한 검토는 이미 제외된 상황에서, 단지 일본 정부의 정책 결정에 따른 계획 집행에 대한 검토만 이루어졌다. 표면적으로 IAEA의 검토는 일본 정부의 계획이 국제적 안전기준(safety standard)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하였다고 하나, 결과적으로는 일본 정부의 정책 집행에 대한 설명이 국제적 안전기준의 표현에 부합하는지 검토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즉 IAEA의 검토는 오염수 발생, 처리, 투기 및 저감 관리 과정 전체의 환경영향평가 그 자체에 대한 검토가 아니라, 투기를 준비하기 위한 오염처리 및 희석 과정에 대한 설명이 적절한 지만을 검토하였다.
IAEA는 알프스라는 방사능 오염물질 저감시설을 거친 오염수를 바닷물을 끌어들여 희석시킨 후 멀리 투기하는 것을 검토하면서, 투기에 대한 자체적 검토는 전혀 없었다. 하나의 예로서 원자로 핵연료와 직접 접촉하면서 생성된 오염수 내에 존재할 것으로 판단되는 방사능 물질들을 파악함에 있어, 초기에는 존재 가능성 여부에 대한 원칙이 우선 검토되지도 않은 상태에서는, 근거의 부재가 부재의 근거로 간주될 수 없다는 점을 IAEA 스스로 지적하였었다. 그렇지만 이후 검토가 필요한 방사성 핵종을 일본 정부 자체의 원칙에 따라 30종으로 좁히고 나서, 스스로 제시한 원칙에 맞지는 않지만 일본 정부의 경험에 의존하여 6종을 추가로 간혹 측정대상에 포함한다는 모순적인 설명에 대하여, IAEA 자체 판단이 없이 단지 향후 측정 자료가 쌓이면서 원칙에 대한 이슈가 점차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보고서의 검토 결론은 전혀 과학적이지도 전문적이지도 못하다. 이는 존재 여부가 확인되어야 할 대상이 비교적 쉽게 제시될 수 있는 알프스 처리 전 상황에 대한 적극적 공개와 외부 전문가의 접근을 일본 정부가 꺼리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결국 IAEA 검토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기관들 간 처리 후 상황에 대한 분석 능력만을 비교함으로써, 오염수 방사능물질의 존재 여부 판단의 충실성에 대한 검토가 아니라, 단지 분석능력에 대한 검토로 그 초점이 바뀌어 검토의견이 제시되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희석하여 해양 투기하는 것을 계획된 노출 상황으로 간주하면서, 2011년 방사능 확산 사고 오염 때문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기존 위험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지 희석된 후의 상황에 대한 것만 평가하겠다는 것을, 그 오염 상황에 대한 객관적 과학적 전문적 검토 없이 그냥 IAEA가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알프스 저감장치를 거치고도 오염수에 남아 있는 삼중수소를 핑계 삼아, 이를 다시 바닷물로 희석시켜 투기하는 것에 대한 평가를 하였다. 알프스 저감장치를 거친 후 후쿠시마 앞바다 농도보다 약 100배 정도 높게 남아 있는 세슘-137을 아무리 많은 바닷물을 끌어들여 희석시키더라도 기존 바닷물 속 세슘-137 농도보다 더 이상 낮출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바닷물 농도는 무시한 채, 해양에 투기되는 세슘-137이 기존 바닷물 농도의 약 10,000배 정도 수준으로 희석된다는 가정 하에, 새로이 추가적으로 높아지게 되는 농도에 대해서만 그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 즉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가 마치 아무런 오염물질이 없는 증류수를 사용하여 희석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으로 간주하여 그 영향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IAEA는 희석을 통해 방사능 위험 자체가 감소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면서도, 단지 기존에 오염된 상황으로 인한 위험과 상관없이 추가 위험만을 평가하는 일본 정부 평가방식 문제를 좀 더 대중이 잘 납득할 수 있도록 그 논리를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로만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오염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부지 전체에 대한 노출기준의 설정 관리와 전혀 상관없이, 단지 부지 일부에서 수행되는 오염수 알프스 저감장치 처리와 해양 투기로 인한 위험만을 떼어내 따로 노출기준을 설정 관리한다는 것은 앞뒤 맥락이 닿지 않는 판단이다. 이렇게 매우 혼돈스러운 점을 IAEA 스스로 지적하면서도, 이를 단지 설명의 문제로만 축소하는 것은 체계적이며 포괄적인 안전기준의 준수 여부와는 거리가 매우 먼 검토이다.
실제 이렇게 무리한 방식의 검토에서 빠지는 것은 위험을 초래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검토들이다. 특히 기존에 존재하는 위험에 따라서는 해양 투기로 추가되는 위험이 어떻게 기존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는지가 검토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해양 투기를 마치 원자력발전소의 정상적 운영처럼 안전한 상태에서 단지 투기의 위험만 추가되는 것으로 가정함으로써, 배경 위험이 증폭되거나 전에 없던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실제 후쿠시마 앞바다의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은 상황으로서,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파괴되고 생물종이 소실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앞에 높고 추가되는 위험에 따른 영향이 평가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 다음으로 해양 투기에 따른 위험의 증폭과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조건들에 대한 고려도 전혀 없다는 점이다. 특히 기후변화와 같이 해수면 상승과 해수온도의 상승 과정에서, 해류의 변화 그리고 어류 서식지 및 어류 이동 경로의 변화가 예상되나, 그로 인한 위험 확산의 불확실성은 전혀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이외에도 기존 먹이사슬의 파괴와 변화는 오염물질 생체 축적 및 분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이에 대한 불확실성 또한 전혀 평가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선량 만성 노출에 따른 영향은 아직 그 양상이 불확실하다. 기존 저선량 방사선 노출에 대해 영향이 없거나 혹은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발견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원전업계의 의견은 단지 이념화된 도그마로서, 현실과 맞지 않는 주장이다. 실제 비표적 방사선 효과(non-target effect)와 같이 실제 방사선 피폭에서 비껴나 있는 비표적장기 비표적세포에서 방사선 효과가 확인되는 상황에서, 장기간에 걸친 저선량 노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은 제대로 평가되지도 감안되지도 않고 있다. 이에 이러한 점들에 대한 고려도 없이 향후 얼마나 기간이 걸릴지 모르는 해양 투기에 대한 평가를 한다는 것은 위험에 대한 적절한 접근이 전혀 아니다.
결국 안전에 대한 검토 내지 환경영향에 대한 검토는 단지 기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아니다. 특히 기준의 일부분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안전하다는 판단을 할 수는 없다. 적용된 기준이 주어진 상황에 맞는 기준이 아닐 수 있으며, 주어진 상황 자체가 전혀 기준이 없는 새로운 상황이어서, 안전이라는 개념을 새로 만들거나 다시 정립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금 제시된 IAEA의 안전기준 검토 보고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적용할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이것저것 누더기로 기준들을 떼어다 맞추어 본 검토에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