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 생존권 위협… “현대제철 자회사 설립 중단하고 정규직 전환하라”
현대제철의 순천 단조공장은 선박용 제품을 생산하며, 현대중공업 그룹에 납품하고 있다.
순천 단조공장은 현대제철의 50여명 정규직 노동자가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직접생산은 3개 전문사에 소속된 4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최근 현대제철은 순천 단조공장을 자회사로 분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평생일터로 생각하며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현대제철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법원은 2번이나 불법파견이라며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며 판결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상고했고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중이다. 그런데 회사는 공장 물적분할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는 분할 목적을 ‘독립적인 사업 부문별 경쟁력 강화’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요소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편집자 주]
법원이 현대제철에 불법파견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판결한 이후, 현대제철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공장을 물적 분할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할은 단조사업부문이었지만, 추가적인 구조조정 사업부로 강관, 스테인리스, 중기계 등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떠들썩한 지난달 25일 현대제철은 적자사업부라는 미명 아래 순천단조공장을 자회사로 물적분할하겠다고 발표했다.
분할 후 현대제철이 신설법인 (가칭 현대아이에프씨)의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되는 구조다. 신설회사는 비상장법인으로 설립될 계획이다.
분할 신설되는 현대아이에프씨는 2019년 기준 자산 5218억원, 매출 2293억원, 부채는 2478억원 규모의 회사로 현대제철 별도 매출액의 1.26%에 불과하다. 오는 25일 정기주총 승인을 거쳐 4월 1일부로 분할이 완료될 예정이다.
신설법인의 본점은 전라남도 순천시의 순천단조공장으로 정했다.
이번 분할로 인해 현대제철의 부채비율은 분할 전 87.8%에서 분할 후 86.3%로 1.5% 낮아지게 된다.
회사 측은 분할 목적으로 ‘사업 전문성 제고 및 경영 효율성 강화 도모’를 제시했으며, 독립적인 경영을 통해 사업부문별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같은 방안은 노동자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됐다.
이 때문에 순천 단조공장에서 직접생산을 담당하는 3개 하청전문사에 소속된 400여 명의 지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대제철의 자회사로의 분사로, 고용과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제철순천단조비정규직지회는 1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현대제철 순천 단조공장 물적분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현대제철이 구조조정을 통해 기술력과 경영의 실패를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대제철이 자회사 전환으로 불법파견 요소를 회피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법원은 1, 2심에서 현대제철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해당 근로자들을 인정하지 않고 상고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여부는 대법원 판결을 지켜본 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고, 분사 절차는 진행 중이다.
이날 정준현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장은 “2015년 SPP율촌에너지를 인수하고 단조사업이 손익분기점에 올라와 있다. 최근 수년간 적자였고, 주요 나쁜 거래처인 중공업 쪽의 물량 문제도 있었다”며 “이 시기 분사가 무엇을 의미하겠나. 단조공장 금형강 불량이 40%가 넘는다. 제품이 아니라 고철을 찍고 있다. 노동자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안되는 것이다. 기술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윗사람들이 아무런 경영에 대한 전망없이 분사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사가 말하는 재무구조 개선은 허울좋은 명분이다”며 “현대 계열사에서 진행중인 비정규직 불법 파견 정규직화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분사와 독립법인화, 자회사 등을 시도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금속노조는 다른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모든 공장에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그 수는 꾸준히 늘어 현재 정규직보다 많은 지경이 돼버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현대제철순천단조공장뿐 아니라 현대제철예산공장, 현대종합특수강 증평공장 등 최근에 증설된 공장은 하나같이 생산을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실컷 부려먹다 쓸모 없어지면 버리기 쉬운 간접고용 구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게다가 순천 단조공장의 경우 물적분할이 완료되면 노동자들은‘그냥 하청’도 아닌 ‘자회사의 하청’이 돼 회사 입장에선 노동자를 더 많이 쥐어짜고 더 쉽게 버릴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된다”고 주장했다.
현대제철은 신설 법인을 만들면서도 관리는 20여 명의 정규직 노동자가 하고, 생산은 지금과 같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맡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단조공장이 분사될 경우 발전가능성도 차단되고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수주 받은 물량이나 생산하는 위탁 생산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물적분할을 통해 사업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강화한다”면서 “신설회사는 사업 특성에 맞는 기업문화 정착 및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및 실행력을 확보해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및 전문성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