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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칼럼] 오송 참사 생존자의 100일과 이후 다짐

◯◯◯ (오송 지하차도 참사 생존자 협의회 대표)

*실명 공개로 2차 가해를 겪고 있으며 필자 요청으로 미공개합니다 

오송 참사는 인재이자 관재였다

나는 기자가 아니기에 알고 있는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점 하나는 확실하다. ‘오송 참사가 인재와 관재’ 라는 것이다. 누구도 극한 호우가 내리는 걸 막을 순 없다. 하지만 극한 호우가 온다고 참사가 다 일어나는가? 청주에는 500mm 비가 왔지만 710mm 비가 온 군산에는 인재가 없었다. 

먼저 오송 참사의 원인이 뭔지를 3가지 관점에서 접근해보았다. 하나, 임시제방의 붕괴. 둘, 지자체의 대응. 셋, 경찰과 소방의 대응이 그것이다.

오송참사는 임시제방이 붕괴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임시제방은 왜 붕괴되었을까?

세종 행정 복합 도시개발과 더불어 청주와 세종과의 교통량이 증가했다. 두 지자체를 이어주는 미호천교는 확장 공사가 필요했고 강폭을 넓힐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강폭에 대한 공사가 지연되자 확장된 강폭을 전제하고 미호천교 건설을 진행했다. 그것도 0.3m 낮은 높이로 교량 상판을 설치했다. 거기에 미호천교의 공사를 편하게 하고자 기존 제방을 허물고 공사차량들이 드나들게 하였다. 작년에는 제방자체가 없었다는 뉴스가 이미 보도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부랴부랴 임시제방을 올렸던 것이다. 비가 많이 오자 중장비 없이 인부 6명에서 보강공사를 하였다고 한다.(유튜브 영상까지 있다). 그런데 이 임시제방 높이는 행복청의 주장에 따르면 기존제방보다 0.8m 낮은 29.78m였으며, 실제 임시제방의 높이는 교량 상판과 임시제방 사이의 범람 전후 사진을 보았을 때 이보다도 훨씬 낮았을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사고가 났던 날 미호천의 최고 수위는 29.87m. 행복청 주장대로라도 미호천 물은 임시제방을 넘쳐흘렀다. 건설사의 편의 편리 공사와 무사안일주의 그리고 관리감독 부재 등으로 인해 임시제방은 붕괴된 것이다. 그래서 관련된 건설사와 하청업체, 관리감독 주체인 행복청 그리고 제방의 책임인 금강유역 환경청도 수사를 받고 있다.

 1차적인 선행원인마저 인재이자 관재였다면, 다른 원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2차적인 원인은 지자체에 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홍수 주의보(14일 17:21), 경보(15일 04:10)를 각각 발령하고 유관기관에도 전파했다. 하지만 당일 새벽 06시 34분에 있었던, 주민대피가 필요하다는 금강홍수통제소의 경고는 충북도청까지 전달이 안됐다. 금강홍수통제소에서 흥덕구청, 흥덕구청에서 청주시 하천과, 도로사업본부 안전정책과, 그리고 다시 충북도청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당일 06시 40분에는 이미 미호천의 수량은 제방이 버틸 수 있는 한계수위인 29.02m까지 도달했고 충북도청의 궁평 2지하차도 통제기준도 충족한 상태였다. 이때 당시 충북도청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만약 당일 새벽 6시 34분에 대피안내를 전달 받았다면 달라졌을까? 한 도청 간부는 궁평2지하차도 통제 권한이 도청인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뉴스가 생각난다. 또 통제 수위가 지하차도안 50cm 라고 말한 도청 직원도 생각난다.

이렇게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는 사이에 07시 50분에 임시제방쪽 월류가 시작됐고, 주민의 신고로 도착한 소방대원에 의해 상황실을 거쳐 청주시 당직실로 범람사실이 전파 됐다. 하지만 여기서도 청주시는 이러한 사실을 충북도청에 전달하지 않는다. 결국 08시 09분 임시제방이 붕괴됐고 400m 직선거리로 물이 흘러 8시 27분부터는 궁평 2지하차도로 강물유입이 시작됐다. 사고 당사자인 나도 8시 35분경 지하차도를 들어갔었다. 블랙박스 기준으로 봤을 때 8시 45분정도엔 이미 6만 톤의 강물로 지하차도안은 완전 침수되었다.

이처럼 관계 기관사이의 상황전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에 따라 지자체에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였다. 대응 인력은 부족했고, 당직자의 미숙, 공직기강 해이로 인한 매뉴얼 미준수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참사가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소방과 경찰의 대응을 살펴보자.

가장 아쉬웠던 대목은 참사 전날 2023년 7월 14일, 소방으로의 신고다. “미호천이 범람할 것 같다.”는 신고에 소방은 대처인력이 없다고 신고자에게 “직접 도청으로 연락하라.”고 한다. 얼마나 안이하고 무책임한 민원 대응인지 정말 한탄스럽고 개탄스럽기만 하다.

또한 주민신고로 출동한 소방대원이 당일 8시 03분경 상황실에 전파하였지만 상황실에서는 청주시 당직실에만 전파하였다고 한다. 물론 충북도청으로 알리지 않은 청주시 당직실이 더 큰 잘못이지만 상황실에서 다른 유관기관에 전파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것이 메뉴얼대로 된 행동인지 수사기관에서 살펴봤으면 좋겠다.

긴박하던 골든타임 당시 소방은 신고를 받고 출동은 했지만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였다는 것이 여실히 들어난다. 오송 방향에서 소방차가 궁평1 지하차도를 돌아 다시 궁평 2지하차도로 돌아온다. 이와 관련해서 생존자 중엔 목격자들도 있다. 반대쪽 옥산 방향에서는 불 끄는 소방차가 온다. 이때 황망하게 골든타임을 놓친 희생자가 있다. 그래서 이 유가족들은 더욱 소방을 탓할 수밖에 없다. 생존자 한명은 수영해서 나오게 됐지만 바로 뒤에 쫓아오던 동승자는… 로프만 갖고 온 소방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에… 결국 이 동승자는 첫 번째 희생자가 됐다.

또한 소방은 참사 당시 6시 30분, 서부소방서 통제단이 가동된 상황을 참사 이후 국조위 감찰 때에는 10시 04분으로 바꿔 보고했다. 세월호참사 이후 육지에서는 소방이 통제단 가동된 상황에서는 모든 권한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궁평 2지하차도 통제 부재에 대해 소방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용혜인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소방청장을 호되게 질책했다. 이것은 명백한 공문서 위조이자 책임 회피가 아닐 수 없다.

경찰로도 2번의 신고가 접수됐다. 공사 감리단장은 7시 04분과 58분 두 번 신고하였다. 첫 번째 신고는 출동한 바도 없지만 경찰은 궁평 1지하차도로 출동하였다고 입력하고 허위 보고하였다. 두 번째 신고 역시 출동한 바 없음에도 허위 입력 및 보고했다고 국조실은 감찰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경찰은 블랙박스를 공개하면서 인력부족으로 정신없었다는 당시 상황을 변명하였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지하차도 양방향 입구에서 경찰 딱 2명이 통제만 했었다면… 아쉬움은 너무 많이 남는다. 

이처럼 오송참사는 인재이자 관재였다. 총 23번의 유관기관으로 신고와 전파가 이루어졌지만 참사를 막지 못했다. 행복청, 건설사, 하청관계자, 금강유역환경청, 충북도청, 청주시청, 흥덕구청, 소방과 경찰 이 모든 기관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참사 100일을 맞는 나의 심정

2023년 7월 15일 오송 궁평 2지하차도 참사 발생 이후 100일이란 시간도 훌쩍 지나갔다. 계절과 날씨는 바뀌었지만, 생존자들의 시간은 참사 당일에 멈춰져 있다. 목격자이자 피해당사자인 우리들은 눈앞에서 쓸려간 고인 분들 얼굴이 생각나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그날의 여러 가지 후회들 그리고 참사의 트라우마로 잠을 못 이루곤 한다. 설령 정신과 약을 먹고 잠을 이루더라도 새벽녘에 자주 깨서 다음날 생활에까지 지장을 받곤 한다. 또한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두통은 통증 자체보다 언제까지 이 두통을 견디며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가면 어지럽고 답답해 그 자리를 빨리 빠져나오고 싶어 한다. 걱정해주는 지인들이 고맙지만 걱정 끼치는 자신이 미안하고 눈치가 보여 사람들과의 만남도 기피하게 된다. 

참사생존자인 우리들은 참사 이후 여전히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데, 유책기관들과 책임자들은 지금도 피해자들을 빨리 지우려는 데에 여념이 없다.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있다는 말만 할뿐, 행동으로 보여주는 건 하나도 없다. 재난안전과 관련 피해를 최소화해야 했던 최고 책임자 이범석 청주시장은 “지하차도는 청주시 관할이 아니다”라고 딱 한마디 했다. 지하차도 관리 최고 책임자인 김영환 도지사는 여당 행안위원들조차 옹호하지 못할 정도로 자기변명과 은폐, 책임회피로 일관하였다. 더욱이 도지사의 허위증언은 국회를 모독하였고, 행안위 위원들을 눈앞에서 기만하였다.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고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하였다. 참사의 1차적인 원인인 임시제방 관련 최고 책임자 이상래 전 행복청장은 10월 26일 국감 마지막 날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국감의 불출석은 다분히 의도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정우택 행안위원의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호천 제방 붕괴에 있다. 미호천 제방의 관리감독 주무 책임 기관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전 행복청장은 책임회피밖에 하지 않았다. 최악의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전 행복청장은 국회와 행안위원들과 국민 모두를 능멸하였으며 피해자들을 한탄, 개탄하게 만들었다.

다시 언급하지만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명백한 인재이자 관재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꼬리 자르기로 최고책임자들은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권력은 누리는 게 아니라 책임질 때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그 권력은 사고를 다시 반복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권한과 권력은 있지만 책임이 부재될 때 참사는 반복되고 국민들은 무기력을 느끼며 불안 속에 살아갈 것이다. 언제까지 우리의 아이들이, 가족들이, 친구들이 이런 후진국형 참사에 희생되어야 하나? 우리는 안전할 권리를 외치고, 요구하고, 바라고 있는 것이다. 

오송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는 국회의 국정조사와 검찰의 중대시민재해 기소가 필요하다 

더 이상 무책임한 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지자체 단체장들의 태도를 지켜볼 수 없다. 민의를 대변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께 강력히 요청한다. 꼭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진실을 국정조사를 통해 국회차원에서 규명해 주시길 바란다. 또한 더 이상 그들의 변명과 “수사 중인 사안이다.”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을 듣고 싶지 않다. 경제 발전만을 중시하며 생명경시와 안전 불감증을 야기했던 과거를 반성하고자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다.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 맞게 관련 최고책임자들을 엄벌하여 사회에 경종을 울려주기 바란다. 중대시민재해로 빠르게 기소해 주시기 바란다.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할지 모르겠지만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 그리고 일상으로의 복귀 모두 빨리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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