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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진중공업 화해조서 작성 위법 논란… 동서울터미널 상가 8일 이후 강제집행 초읽기

임차상인 측, 준재심 화해조서 무효소송 기각 불복 ‘항소 제기’
서울동부지법 “7월8일 이후 한진중공업 신청 들어오면 언제든지 강제집행 가능”

서울시와 광진구청의 임차상인 상생 재개발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진중공업이 동서울터미널 상점을 인도받기 위한 강제 집행 초읽기에 들어갔다.(관련기사 “‘상생외면’ 한진중공업, 동서울터미널 임차인 일방적 강제퇴거 중단하라”)

임차상인들은 강제집행의 근거가 되는 ‘제소 전 화해조서’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변호사가 임차인들의 화해조서 작성 대리인으로 선임되는 등 위법하게 작성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6일 동서울터미널 임차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한진중공업, 서울시, 광진구, 동부지법 등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오는 8일 이후 예고 없이 동서울터미널 강제집행을 강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서울동부지법이 지난 6월18일 화해조서 무효소송 기각 판결과 강제집행 개시 결정 판결을 하면서다.

기각된 이 소송은 지난해 9월자로 확정 판결된 제소전 화해조서가 ‘대리인의 흠결로 인한’ 준재심 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사건으로, 비대위 측이 화해조서를 무력화 해 줄 것을 골자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준재심을 청구한 사건이다.

준재심피고는 한진중공업, 준재심원고는 임차상인 20여명이었다.

임차상인들이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쟁점은 제소 전 화해조서가 ▲민사소송법 385조2항과 ▲변호사법 31조를 위반해 작성됐다고 밝히고 있다.

‘민사소송법’은 화해조서 작성 권한을 변호사에게 위임한다는 인증서의 작성 과정에서 “당사자는 화해를 위해 대리인을 선임하는 권리를 상대방에게 위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법하게 위임될 경우 화해조서 효력은 무효화 된다.

형식적으로 임차상인이 L모 변호사에게 대리권을 수여하고, L 변호사는 대리권에 기초해 화해조서를 작성한 것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인다.

그런데 임대인 한진중공업은 임차 상인들에게 자사가 미리 선정하고 변호사 수임료를 지급한 L모 변호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인증서를 작성해야만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겠다고 통보했고, 그와 같은 위임행위를 하도록 했다.

임차상인들은 강제집행의 근거가 되는 ‘제소 전 화해조서’ 작성 위임과 관련해 한 번도 보지도 못한 변호사에게 위임한 사실을 강제집행 내용증명을 받은 후에 알게 됐다.

임차상인 측은 “2018년 11월 한진중공업 측은 내년에 영업하려면 회사가 작성한 서류에 도장을 찍고 오라고 했다. 이에 한진중공업이 지정한 공증인 사무실에 가서 어떠한 내용의 서류인지 설명을 하나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직접 도장을 찍은 것도 아닌 서류도 못본 채 직원이 도장을 받아 계약서에 날인을 했다”며 “2019년 11월 강제집행 내용증명이 날아온 후 ‘당시 도장을 찍은 서류가 제소전 화해 소송 대리인을 L 변호사에게 위임한다’는 소송위임장이었다는 걸 알았다”고 주장했다.

임차상인 측은 “제소전 화해가 뭔지 우리가 어떻게 아나. 은행도 상품을 팔아도 서류 내용이 무엇인지 설명을 해주는데, 아무런 설명도 못들은 채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수년간 관행상 서류에 찍으라고 하면 찍어왔다. 그런데 우리의 변호사라는 L 변호사는 당시에도 못봤고, 2019년 11월 강제집행 내용증명이 날아오고 나서야 L 변호사의 존재를 알게 됐다. 한진중공업은 L 변호사의수임료도 지불했다”고 밝혔다.

실제 한진중공업 측은 준재심 준비서면을 통해 본인들이 L변호사의 소송위임비용과 공증비용을 지불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또 임차상인들은 변호사법 31조(수임제한)에 따라 L 변호인이 ‘쌍방대리’를 했다며, 위임자체가 무효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사법 31조는 민사사건 등의 원고 대리인과 피고 대리인을 같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수임할 수 없도록 한다.

임차상인 측은 ▲동서울터미널에서 장사를 계속해 하고 싶기 때문에 제소 전 화해 조서를 작성할 이유가 없고 ▲L모 변호사를 만난적도 없으며, L 변호사에 대한 위임비용 등을 한진중공업측이 지급했으며, 실질적으로 한진중공업의 소송대리도 맡았기 때문에 ‘쌍방대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 측은 준비서면을 통해 “한진중공업측 변호사와 임차상인측 변호사가 친분이 있다거나 일방이 타방의 대리인을 소개해 줬다는 사정만으로 쌍방대리가 성립하지 않음은 당연하다”며 “임차인들의 사정 등을 고려해 한진중공업은 임차인들에게 편리한 방법으로 제소전 화해 절차를 진행하고자 했다. (변호사 수임료 부담에 대해)임차상인 측은 선의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토대로 준재심 1심 재판부는 “임차상인 측은 이 사건 제소 전 화해 신청사건에 관해 L 변호사에게 소송대리를 위임한다는 내용의 소송위임장에 날인했고, S 공증인 면전에서 소송위임장 기명날인이 임차상인 본인의 것임을 확인했다”며 “공증인이 이를 확인하고 이 내용을 인증하는 취지의 인증서를 작성한 사실만이 인정될 뿐”이라며 소송대리권 흠결에 관한 임차상인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준재심청구와 강제집행 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임차상인 측은 “한진중공업과 공증인 측이 아무런 설명없이 소송위임장을 날인했다면 사문서 위조에 해당하고, L 변호사 스스로도 녹취록을 통해 한진 측에서 수임료를 받았다고 인정하고 있다”며 “게다가 대법원 판례에도 준재심 사유에 제소전 화해 절차 반대 당사자의 추인이 없으면 소송대리권 흠결에 해당돼 준재심 사유가 된다고 판결했다. 공증인 등을 증인으로 불러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앞서 대법원은(1998.10.09선고 96다44051판결)은 제소전 화해조서를 대상으로 한 준재심 사유의 소에서 민사소송법 제355조2항 ‘화해를 위해 대리인의 선임권을 상대방에게 위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과 관련해 “제소전 화해절차의 일방 당사자가 반대 당사자를 위한 대리인의 선임권을 위임받아 소송대리인을 선임했다고 하더라도 반대 당사자의 추인이 없는 한 그 소송대리인의 소송대리권은 흠결됐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판례는 동서울터미널 관련 준재심대상 화해조서 취소 사유 소송과 관련, 임차상인들이 소송위임장 날인 후 추인(일반적으로 어떤 행위가 있은 뒤에 그 행위에 동의하는 일)하지 않고 있는 상황과 동일하다.

이에 임차상인은 준재심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강제집행은 오는 8일부터 예정돼 있어 법원이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집행을 강행할지 주목되고 있다.

강제집행과 관련해 서울동부지방법원은 “8일 이후 한진중공업이 집행을 신청하면 언제라도 강제집행에 들어가게 된다. 8일 이후 한진 측으로부터 신청들어오는 걸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작년 12월이 계약만료였다. 이후 임차인 측에 최대 8개월 무상임대, 이사비 지원 등 최대한 협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현재 강제집행 날짜와 관련해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3일 국회 소통관에서 동서울터미널 임차인비상대책위원회, 동서울터미널 상인회, 정의당 민생본부는 ‘동서울터미널 강제집행 중단요구와 임차상인과 상생하는 재건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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