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종합투자계좌(IMA) 고객 돈을 해외 사모대출 펀드에 넣기로 한 결정을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의장인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사모대출 운용사 블루아울이 환매 중단 논란에 휩싸인 지 한 달 뒤였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투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18일 ‘해외펀드 포트폴리오 투자 승인의 건’을 가결했다. 김 회장을 포함한 이사 8명이 모두 찬성했다.
하루 전인 12월 17일에는 이사회 산하 리스크관리위원회가 ‘IMA 1호 해외 펀드 포트폴리오 투자 승인의 건’을 먼저 통과시켰다. 이 위원회가 같은 날 의결한 안건들이 이튿날 이사회에 그대로 올라왔다.
한투 내부 규정상 1000억원이 넘는 투자는 리스크관리위원회, 2000억원이 넘는 투자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김 회장은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은 아니지만, 최종 관문인 이사회에서 의장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승인 직후인 지난해 12월 한투는 블루아울 등 해외 사모대출 펀드에 1755억원을 넣었다. 블루아울은 그 한 달 전인 11월 환매 중단 논란을 빚은 운용사다.
IMA는 고객이 맡긴 돈을 증권사가 70% 이상 기업금융에 운용하고, 만기에 원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국내 기업에 돈을 공급하라는 취지로 자기자본 8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에만 허용됐다. 한투는 지난해 11월 국내 첫 IMA 사업자로 지정됐다.
그러나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투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IMA 1호 상품은 올해 3월 말 기준 모집액의 28.7%인 3194억원을 해외 사모대출에 투자했다. 2호 상품도 24.5%를 같은 곳에 넣었다.
금융당국이 제동을 건 뒤에도 투자는 이어졌다. 금감원이 올해 2월 19일 증권사들에 신규 투자를 관리하라고 주문했지만, 한투는 IMA 3호 상품에 404억원을 더 넣었다.
금감원 주문 이후 한투가 이 투자를 다룬 것으로 공시된 기록은 리스크관리위원회 보고 한 건이다. 위원회는 4월 14일 ‘해외 사모대출 투자 현황 및 관리방안’을 보고받았지만 따로 의결하지는 않았다. 투자를 승인했던 이사회는 올해 상반기 22차례 열렸으나 해외 사모대출을 다룬 안건은 없었다.
한투는 해외 사모대출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 비중은 1월 말 26.9%에서 8월 말 15.8%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는 IMA 전체 모집액이 늘어난 효과다. 투자 잔액은 같은 기간 5098억원에서 4984억원으로 2.2% 줄었을 뿐이다.
돈을 되찾기도 쉽지 않다. 블루아울 펀드는 환매 신청이 몰리면서 올해 들어 세 분기 연속 신청액의 20~30%만 돌려주고 있다. IMA 1호 상품은 2027년 말 고객에게 원금을 돌려줘야 한다.
손실이 나면 한투가 떠안는다. 한투가 IMA 원금 손실에 대비해 쌓은 준비금은 6월 말 1400억원으로, 같은 시점 해외 사모대출 잔액 5036억원의 4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한투는 IMA 이전에도 블루아울 펀드에 투자해왔다. 이사회는 지난해 7월 31일 ‘Blue Owl 펀드 만기 연장 신청’ 안건을 가결했다.

김 회장은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 20.70%를 가진 최대주주다. 지주가 한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한투 사내이사로 21차례 연임하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 상반기 한투와 지주에서 보수로 모두 53억99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지주에서 받은 배당금은 역산하면 약 1002억원이다.
한투에 대한 금융당국의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감원은 2024년 11월 정기검사에서 한투에 ‘대체투자에 대한 리스크관리 강화’와 ‘리스크관리위원회 운영절차 강화’를 요구했다.
한투가 감당하지 못할 규모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한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별도 기준)은 1조1735억원이다. 금융당국도 지난 5월 해외 사모대출 노출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IMA는 국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라고 대형 증권사에 준 특혜”라며 “금융시장 곳곳에 퍼져 있는 해외 사모대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