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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6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조선업 이주노동자들이 저임금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으며, 정부와 자본이 제도적 폭력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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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땐 고액 계약, 한국 오면 최저임금”… 조선업 이주노동자 ‘취업 사기’ 실태

6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조선업 이주노동자들이 저임금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으며, 정부와 자본이 제도적 폭력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6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조선업 이주노동자들이 저임금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으며, 정부와 자본이 제도적 폭력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뉴스필드) 이시현 기자 = 조선업 초호황기 이면에 가려진 하청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인권 실태와 제도적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터져 나왔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6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송·출입 비리 문제, 사업장 이동 제한, 비자 제도 문제 해결을 위한 조선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조선업 현장의 이주노동자들이 저임금 구조를 지탱하기 위한 소모품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비자 정책과 사업장 이동 제한이 심각한 인권 침해를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저임금 구조 고착화하는 이주노동자 도입… “숙련 대신 비용 절감 선택”

발제와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이후, 정부와 기업이 인력난 해결의 해법으로 ‘숙련공 양성’이 아닌 ‘저임금 이주노동자 확대’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2022년 파업은 불황기 동안 삭감된 임금의 원상회복과 상용직 중심의 고용구조 복원을 요구했으나, 정부와 자본은 이주노동자와 물량팀 고용 확대를 택했다”며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의 핵심 목적은 하청노동자의 저임금 구조를 더욱 굳건하게 유지하겠다는 의지”라고 비판했다.

특히 전문취업 비자인 E-7-3의 경우, 과거 내국인 노동자 보호를 위해 존재했던 ‘전년도 GNI 80% 이상 임금 지급’ 규정이 현장에서 온갖 편법으로 무력화되다가, 결국 2025년 4월부터 정부에 의해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으로 개악된 점이 증거로 제시됐다. 기업들은 현지에서 GNI 규정에 맞춘 계약서를 작성해 비자를 발급받은 뒤, 입국 후 최저임금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는 ‘취업 사기’를 벌이거나, 과도한 숙소비와 식비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실질 임금을 깎는 불법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 사업장 이동 제한은 제도적 폭력… “강제 노동과 다름없어”

토론회에서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는 ‘사업장 변경 제한’ 제도가 ‘현대판 노예제’의 핵심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 부지회장은 “사업장 변경 제한은 조직화되지 못한 노동자가 임금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이를 “제도적·합법적 폭력”으로 규정했다. 특히 E-9 비자보다 강력하게 사업장 변경이 봉쇄된 E-7-3 비자 노동자들의 경우, 더욱 열악한 임금과 고용 상황에 놓여 있음이 실태조사 결과 확인됐다.

기업들의 불법적 폭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주요 조선소에서 자본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이주노동자에게 강제로 사직서를 작성하게 해 출국시키거나 미등록 노동자로 만드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또한 삼성중공업의 경우, ‘이슬람 식단 개발’ 등의 이유를 들어 실제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월 18만 원의 식비를 갈취하는 등의 사례도 보고됐다.

이김춘택 부지회장은 “한국 조선업의 미래가 디스토피아가 되지 않으려면 하청·이주노동자의 대규모 조직화와 원청-하청노조의 노사관계 제도화가 유일한 방법”이라며 “단기적 저임금 확보를 위해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AI를 선택하는 것보다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고 숙련 노동자를 재생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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