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출고가 ‘2.9% 인상’ 믿으셨나요? 유통가 5% 넘었다는데…

올여름 ‘카스는 패스’? 오비맥주 조용한 가격 인상에 소비자 분노
■ 출고가 2.9% 인상 발표한 오비맥주…그러나 현실은 5% 이상?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 기업 오비맥주가 지난 4월 1일부터 맥주 제품의 평균 출고가를 2.9% 인상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유통 현장에서는 5% 이상의 인상률이 적용됐다는 정황이 다수 포착되고 있다.
3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와 본지 취재를 종합한 결과, 복수의 유통채널에서는 오비맥주로부터 ‘5%대 출고가 인상’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일부 대표 제품의 경우, 편의점 납품가 기준으로 2.9%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비맥주는 출고가 평균 산정 기준, 제품별 인상률, 유통사별 납품가 차이 등 기본적인 질의에조차 답변을 거부하고 있어 가격 왜곡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 소비자가 11.1% 상승…출고가와 마진 사이에서 사라진 ‘투명성’
오비맥주의 대표 제품인 카스 355ml는 3월까지만 해도 2,250원에 판매되었으나, 4월 들어 다수 편의점에서 2,500원으로 가격이 인상됐다. 인상률은 무려 ‘11.1%’에 달한다.
일부 매장은 프로모션 형태로 일시적으로 2,250원 판매를 이어가고 있지만, 편의점 시스템상 등록된 가격은 이미 2,500원으로 반영된 상황이다. 유통 마진을 고려하더라도, 출고가 인상률이 2.9% 수준이었다면 소비자가격이 11% 이상 오를 근거는 부족하다는 것이 소비자단체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카스 등 주요 제품의 납품가 변동 내역 및 평균 산정 방식에 대해 수차례 공식 질의서를 보냈으나, 오비맥주는 아무런 회신도 하지 않고 있다.
■ 출고가 2.9%는 ‘평균’? 어떤 제품 기준인지조차 설명 없어
오비맥주는 ‘2.9% 평균 출고가 인상’이라는 발표만 내놓고, 어떤 유통채널 기준인지, 어떤 제품이 포함된 평균인지, 인상 전후 납품가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심지어 본지와 소비자단체가 함께 보낸 공식 질의서에 대해 오비맥주 측은 전화 연락, 이메일, 공문 등 모든 방식의 답변 요청을 무시한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로 인해, “2.9% 인상이라는 수치 자체가 여론 완화를 위한 장식적 수사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유통사는 오비맥주로부터 받은 가격 인상 안내 공문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투명성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 영업이익률은 동종업체보다 최대 3배…실제 인상 사유는 ‘실적 보전’?
오비맥주는 2023년 기준 ‘영업이익률 15.3%’를 기록하며, 동종업체 하이트진로(4.5%) 대비 3배에 가까운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매출원가율 또한 46.0% 수준으로 타사와 유사한 가운데, “실질적인 원가 압박보다는 실적 보전을 위한 가격 인상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주요 원재료인 맥아의 가격은 1.2% 상승, 홉(호프)은 8.7% 상승했지만, 홉은 사용량이 적어 실질 원가 반영률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 소비자 기만? 침묵으로 일관한 오비맥주…사실상 ‘가격 통보’ 논란
오비맥주는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주류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가격 결정의 합리성, 투명성, 책임성을 모두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소비자단체가 확인한 편의점가 11.1% 인상, 유통채널의 5% 이상 납품가 상승 정황은,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닌 ‘사실상의 소비자 기만’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2.9% 인상을 발표해놓고, 실제 인상된 제품별 출고가나 평균 산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기본적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조차 방기한 행위”라며 “소비자와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하이트진로도 따라올라?” 업계 ‘묻지마 인상’ 모니터링 예고
소비자단체는 오비맥주에 이어 하이트진로 등 다른 맥주 업체들도 오비맥주 가격 인상에 편승해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5년 상반기 맥주 업계 전반에 대한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