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면세점 근로자, 중노위 판정에 불복 행정소송 예고
백화점면세점노조 “뻔뻔스럽게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는 중노위 규탄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은 12일 성명을 통해 “중앙노동위원회가 노동자의 권리를 후퇴시키고, 뻔뻔스럽게도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발표된 보도자료가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의 사건 ‘2024부노18’과 ‘2024부노36’에 관한 것이라며, ‘2024부노36’ 사건은 아직 당사자에게 결정문조차 도달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앞서 백화점과 면세점은 입점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사용자’로 보기 어려우며, 이에 따라 단체교섭 의무도 없다는 중노위의 판단이 나왔다.
중노위는 백화점과 면세점 입점업체 근로자들로 이뤄진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는 면세점과 백화점들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재심 사건에서 초심과 같이 부동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백화점과 면세점이 이들 근로자들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은 “노사관계는 자치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국가의 책무는 노사의 자치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중노위가 이를 무시하고 언론에 내용을 배포한 것은 기본적인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중노위가 ‘노동환경, 고객응대, 휴일휴가’라고 요약한 우리의 교섭요구안은 백화점·면세점의 영업일 및 영업시간 변경, 시설물 이용 보장 및 개선, 고객응대매뉴얼 작성 등 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포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지난 5월 13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이 법률적으로도 모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1년 3월에 고용노동부에서 발행된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설명자료’는 ‘기업별 교섭 외에도 업종별 교섭 등 교섭구조 다양화를 위해’ 이 법을 개정한다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 이에 노조는 “이 법의 존재야말로 교섭대상을 결정하는 핵심이 ‘종속적 근로계약관계’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며 “법률적으로 자리매김할 만큼 사회적 판단이 이미 끝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또한 백화점과 면세점이 입점업체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수많은 증거로 백화점·면세점이 노동자의 근무시간, 휴일, 업무 지시 등을 결정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6월 27일 서울행정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백화점과 면세점이 입점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중노위는 “노조원들이 실제로 속한 기업들이 백화점과 면세점을 통하지 않고는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하청기업이라거나, 종속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노위는 이번 판정이 원청 사용자의 단체교섭 의무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중노위는 “입주업체 근로자가 유통업체에 전속돼 근로하는지, 근로조건이 유통업체에 의해 주로 결정되며 주 수입을 유통업체에 의존하는지, 사업관계의 필수적 노무제공이 해당 유통업체를 통해서만 이뤄지는지, 유통업체가 어느 정도 지휘감독을 하는지의 기준이 충족돼야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서 법원은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사용자이므로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서울고법 행정6-3부는 지난 1월 24일 CJ대한통운이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는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1심처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택배기사를 직접 고용한 것은 아니지만,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작업환경 개선이나 노동시간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택배기사들과의 단체교섭에 직접 응해야 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한편, 원청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으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