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외국인투자기업 인식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정경유착과 전근대적 기업경영으로 신뢰를 잃은 한경협이 외국인투자기업의 입을 빌려 자신들의 주장을 한 것”이라고 28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한경협이 발표한 ‘외국인투자기업의 한국 노사관계 및 노동규제 인식 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같이 밝혔다. 해당 조사는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투자기업의 57%가 한국의 노사관계가 대립적이라고, 64%가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고 응답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노총은 특히 외국인투자기업을 대표하는 주한외국인상공회의소 등이 있음에도 한국 재벌을 대변하는 한경협이 조사를 진행한 배경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또한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노사협력 수준과 노동규제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나왔다는 한경협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민주노총은 “한국 재벌들에게 수십조 원의 투자를 강요하고 수시로 투자 조건을 바꾸는 미국이 한국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한경협의 주장에 누가 동의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 외투기업, 막대한 지원에도 반노동 행태 지적
민주노총은 외국인투자기업들이 그간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막대한 지원을 받으면서도 역대 정권의 반노동 정책에 편승해 노조 탄압과 반사회적 행위를 저질러왔다고 주장했다. IMF 이후 론스타 등 투기 자본이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천문학적 수익을 챙겼으며, 최근에도 한국델파이, 한국산연, 한국와이퍼 등 외국계 기업들이 무책임한 자본 철수를 자행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한국지엠은 철수를 협박 무기로 끊임없이 한국 정부에 부당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옵티컬하이테크는 충분히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고용 승계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국인투자기업들은 한국의 노사관계와 노동규제를 탓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한국 노동자들의 노력과 헌신에 응답해야 한다고 민주노총은 강조했다. 이들 자본의 본국이나 다른 나라 같으면 반노조, 반사회적 행위로 인해 경영자들이 사법 처리되는 것이 정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니토덴코, 한국옵티컬하이테크 고용 승계 즉각 수용 촉구
민주노총은 한국옵티컬하이테크의 모기업인 니토덴코에 한국옵티컬 노동자의 고용 승계 요구를 즉각 수용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번 성명은 한경협의 발표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명목으로 노동 유연화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민주노총의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노동계가 그동안 주장해 온 노동 존중 사회 구현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요구와 맥을 같이 한다. 한경협 측은 외국인 투자 기업의 애로 사항을 파악하고 정책 개선에 기여하고자 조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만큼 향후 노동 시장 관련 논의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