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매각을 앞둔 SK실트론이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승계, 특별위로금 등을 놓고 노조와 벌인 교섭에서 합의에 실패했다. 정광진 대표이사 체제에서 노조는 회사가 기존 조건에서 후퇴했다고 반발하며 창립 40년 만에 첫 쟁의절차를 예고했다.
19일 SK실트론 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조는 매각 이후 고용보장 명문화와 임금·단체협약·복리후생 승계, 특별위로금 지급 등을 요구해 왔다. 매도자인 SK와 인수 예정자인 두산 모두 노동자의 고용과 처우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지난 8월 27일 협상안을 제시했으나 이후 마련된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한 달 넘게 재교섭이 이어졌지만 노조는 회사가 기존에 제시했던 조건마저 후퇴시켰다고 주장했다. 다만 특별위로금 액수와 고용보장 기간, 실제 변경된 조항은 확인되지 않아 양측의 구체적인 입장 차이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 같은 갈등은 SK실트론의 실적이 악화하는 가운데 불거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2조574억8600만원으로 전년보다 3.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931억400만원으로 38.8% 줄었다. 당기순손익도 2024년 2480억4900만원 흑자에서 지난해 2936억2100만원 적자로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액은 1조25억57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11억4300만원으로 55.1% 감소했다. 당기순손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 660억6900만원 흑자에서 70억7800만원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별도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1487억5800만원, 순이익 1256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SK㈜는 지난 7월 31일 SK실트론 지분 약 70.6%를 두산에 2조30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는 2027년부터 2034년까지 경영실적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등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초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40%에 매각 지분율을 적용한 추가대금을 SK㈜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특정 거래처의 4개 품목에 대한 품질인증을 2029년 6월 말까지 완료하면 품목별 250억원에 매각 지분율을 적용한 추가대금도 받을 수 있다. 매각 이후 생산·품질 성과에 따라 매도자인 SK㈜의 수익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SK실트론은 지난해 5742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올해 상반기 주주들에게 총 1005억원을 배당했다. 이 가운데 SK㈜가 직접 보유한 주식에 돌아간 돈은 약 513억원이다.
최태원 회장이 금융계약을 통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지분 약 29.4%에도 약 296억원의 배당금이 지급됐다. 다만 돈을 받은 곳은 주식을 대신 보유한 회사 두 곳이다. 비용 등을 정산한 뒤 최 회장이 실제로 얼마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노조는 매각 과정에서 기업가치에 기여한 노동자에게도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SK는 매각 발표 당시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고용 안정을 고려했다고 밝혔으며, 두산 측도 고용승계에 관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다만 고용승계와 기존 근로조건 유지, 특별위로금 지급은 별개의 교섭 사안이다.
정광진 대표는 지난해 11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현 경영진 체제에서 노사 교섭이 결렬되면서 매각 전 고용안정과 보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과제로 남았다. 노조는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한 뒤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방침이며, 실제 파업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