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S그룹의 미국 권선 전문 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가 지난 7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중복상장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구자은 회장이 올해 3월 한 발언이 최근 상장 추진과 맞물리며 투자자 신뢰 문제로 재조명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S그룹은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청구 배경에 대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위한 독립적 자금 조달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상장은 상법 개정 이후 모회사·자회사 동시 상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추진됐다는 점에서 ‘주주가치보다 오너 중심 의사결정에 치우친 행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LS그룹을 이끌고 있는 3대 회장은 구두회 인베니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은 회장이다. LG 출신 3형제(구태회·구평회·구두회)가 세운 LS그룹은 20년 넘게 사촌 간 순환승계 체계를 유지해 왔다. 초대 회장은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 고(故) 구자홍 회장이, 2대 회장은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열 LS이사회 의장이었다.
구자은 회장은 2022년 취임 후 2030년까지 그룹 자산을 50조 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비전을 내놓았지만, 최근 추진되는 중복상장 결정은 이러한 장기 비전과 주주 신뢰 사이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구 회장은 올해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 행사에서 중복상장을 두고 “자금 조달 방법이 제한적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문제라고 생각하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발언했다.
당시 이 발언 직후 LS그룹 주가는 급락했고, 이번 중복상장 추진과 맞물리며 투자자 신뢰 문제와 오너 영향령 사이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즉각 행동으로 이어졌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는 11월 10일부터 전자서명을 접수하기 시작해, 상장 청구가 이뤄진 7일 다음날 하루 만에 853명(지분 약 0.75%, 약 478억 원 규모)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액트는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을 별도 상장해 모회사 주주 몫을 축소하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모회사와 자회사의 동시 상장 구조가 모회사 주주 지분 가치를 희석할 수 있다는 구조적 우려를 제기한다.
또한, 올해 들어 SK그룹·한화그룹·HD현대 계열사 등 주요 대기업이 중복상장 우려로 IPO 추진을 보류하거나 철회한 것과 LS그룹의 행보는 대조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도 이번 사안을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좋은 우량주였는데 갑자기 껍데기가 됐다”며 쪼개기 상장에 대해 경고한 바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역시 “중복상장 규제는 상법 개정의 핵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LS그룹은 에식스솔루션즈가 그룹 연결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내외라며, 이번 IPO가 장기적으로 모회사 주주 이익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상장을 중복상장 사례로 보고 예비심사 기간을 보도상 약 65영업일로 설정해 엄격히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IPO 추진은 LS그룹의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보호에 대한 의지를 시험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구자은 회장의 리더십과 주주 친화적 의사결정이 향후 시장 신뢰 회복에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