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C그룹 계열사 HDC자산운용에서 발생한 사내 성추행 의혹이 수개월째 해결되지 못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외부 조사라는 명목으로 시간만 흘러가는 가운데, 피해자는 회사를 떠났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팀장들은 여전히 별다른 징계 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늑장 대응’과 ‘피해자 보호 소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 회사에 대한 정몽규 회장과 그의 세 아들 지분은 87.0%에 달하며 오너 일가의 막강한 결정권 아래 이번 사태 해결이 지연되고 있어, 정 회장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말 HDC자산운용 소속 A팀장과 B팀장이 팀원 C씨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의혹 제기에서 비롯되었다. 피해를 호소한 C씨는 결국 회사를 떠났으나, 가해자로 지목된 팀장들은 사건 발생 후 여러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인사 조치 없이 현업에 복귀하여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11일 HDC자산운용 측은 뉴스필드에 “외부 노무법인을 통해 조사가 진행 중이며, 결과가 나오면 인사위원회를 거쳐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이미 퇴사한 상황에서 이러한 답변은 사태 해결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오히려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조직 내 문제 제기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침묵의 카르텔’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는 직장 내 성추행 사건에 대한 일반적인 처리 방식과는 크게 다른 모습으로, 회사 측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오너 일가가 압도적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내부 견제 기능이 약화된 상황에서, 피해자만 회사를 떠난 채 가해자들은 건재한 모습은 이러한 늑장 대응이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늑장 대응과 오너 일가 책임론 부각
특히 HDC자산운용의 특수한 지배 구조가 이번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HDC 그룹 정몽규 회장은 세 아들(정준선, 정원선, 정운선)을 두고 있으며, 현재 장남 정준선 씨의 100% 개인 회사인 제이앤씨인베스트먼트와 차남 정원선 씨의 100% 개인 회사인 더블유앤씨인베스트가 HDC 지분을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5월 14일 공시된 대규모기업집단현황에 따르면, HDC자산운용의 총 지분 중 오너 일가 및 관련 법인이 보유한 비율은 약 87.1%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정몽규 회장의 개인 법인인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54.3%, 차남 정원선 씨가 8.3%, 삼남 정운선 씨가 13%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또한, 장남 정준선 씨의 제이앤씨인베스트먼트가 6.8%, 차남 정원선 씨의 더블유앤씨인베스트가 4.7%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와 관련 법인이 HDC자산운용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면서, 사실상 정몽규 회장과 세 아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최대 주주인 엠엔큐투자파트너스를 통해 정 회장은 매년 수십억 원의 배당금을 챙기고 있으며, 부인 김나영 씨도 대표이사로서 매년 2억 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오너 일가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회사에서 심각한 성추행 의혹이 발생했음에도 정 회장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HDC자산운용 전우진 대표이사 역시 명확한 입장 표명과 실질적 사후 조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솜방망이 처벌과 늑장 대응이 반복된다면 HDC그룹 전체의 윤리 경영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이번 사안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HDC자산운용은 물론 그룹 차원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성추행 의혹 사태는 단순한 내부 문제를 넘어, 강력한 오너 중심 지배 구조를 가진 기업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윤리 경영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