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대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유준원 상상인 대표이사의 항소심 선고가 내년 1월로 잡힌 가운데, 상상인이 추진 중인 상상인저축은행 매각 계약에 이 형사사건의 벌금과 추징금을 거래 뒤 따로 정산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2심 결과에 따라 정산 대상 금액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상인은 지난 2일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90.01%(1224만1주)의 처분 예정일을 11월 2일에서 13일로 바꾸는 정정 공시를 냈다. 매각 대금은 1107억원이고, 사려는 곳은 KBI그룹이다.

이 공시에는 “상상인저축은행과 관련하여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건의 “벌금과 추징금을 사후 정산할 예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조항은 지난해 10월 31일 첫 계약 공시 때부터 들어 있었다. 상상인저축은행이 심사해 내준 대출과 유가증권에서 생긴 손해도 함께 사후 정산한다.
이 사건 1심에서 상상인저축은행이 받은 벌금은 64억3600만원, 추징금은 32억1800만원이다. 둘을 합하면 96억5400만원으로, 매각 대금의 8.7%에 해당한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2월 18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전 대표이사였던 유 대표에게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징역 4년과 벌금 185억4900만원, 추징금 1억1200만원을 선고했다. 시세조종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는 무죄로 봤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는 벌금 118억8800만원과 추징금 59억4400만원이 선고됐다. 유 대표 등은 모두 항소했다.
검찰은 2020년 7월과 9월 유 대표 등을 재판에 넘겼다. 코스닥 상장사들이 전환사채(CB,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회사채)로 투자금을 모은 것처럼 공시했지만 실제로는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에서 담보 대출을 받았다는 게 사건의 뼈대다. 1심은 담보 제공 사실을 숨긴 공시를 사기적 부정거래로 판단했다.
유준원 상상인 대표이사의 항소심 선고 기일은 내년 1월 13일로 예정돼 있다. 2020년 7월 첫 기소 이후 약 6년 6개월 만이다.
■ 매각은 여섯 번 미뤄졌는데, 대표 보수는 49% 늘었다
매각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처분 예정일은 당초 올해 3월 31일에서 4월 30일, 8월 31일, 9월 21일, 10월 12일, 11월 2일을 거쳐 13일로 여섯 차례 바뀌었다. 상상인은 이번 공시에서 이 날짜가 거래를 끝내는 날이 아니라 매수자와 계약 유지 여부와 조건 변경을 논의할 날이라고 적었다.
공시는 8월 31일까지 금융위원회의 주식취득 승인이 나지 않으면 양측 누구든 서면 통지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해 뒀다. 그 시한은 이미 지났다. KBI 측은 8월 말 금융당국에 냈던 주식취득 승인 신청을 스스로 거둬들였다. KBI그룹은 “인수 협상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매각은 금융당국 명령에서 시작됐다. 금융위는 2019년 12월 유 대표에게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전 대표이사로서 직무정지 상당의 제재를 의결했다. 상상인은 취소 소송을 냈지만 2023년 5월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금융위는 그해 10월 대주주 자격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며 상상인에 두 저축은행 주식을 팔라고 명령했다. 상상인은 이 명령에 대한 취소 소송 1심에서도 2024년 12월 졌고, 지금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처분명령의 효력은 판결 선고 30일 뒤까지 멈춰 있다.
유 대표는 상상인 지분 23.65%를 가진 최대주주다. 친인척인 김수경 제이에스앤에스 대표(6.51%)와 김 대표가 100% 소유한 제이에스앤에스(2.08%)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하면 33.42%다. 상상인은 두 저축은행 지분을 100% 갖고 있다. 유 대표는 2016년 3월부터 상상인 대표이사이자 등기 사내이사다.

유 대표는 지난해 상상인에서 보수 19억3700만원을 받았다. 급여 12억원에 상여 7억3700만원이다. 전년 12억9800만원보다 49% 늘었다. 상상인은 사업보고서에 매출과 영업이익 등으로 경영성과를 평가해 상여를 줬다고 적었다.
같은 해 상상인 연결 매출은 4186억원으로 전년보다 51.9% 줄었다. 영업손실은 482억원, 순손실은 1231억원이었다. 별도 기준으로는 순이익이 전년 25억원 적자에서 147억원 흑자로 돌아섰는데, 유 대표 보수는 이 별도 순이익의 13.2%다. 상상인은 최근 3년 동안 배당을 하지 않았다. 유 대표의 올해 상반기 보수는 6억200만원이다.
유 대표는 보유 주식 1308만7719주 가운데 607만2000주(46.4%)를 SK증권에 담보로 맡기고 20억원을 빌렸다. 금리는 연 6.5%다. 지난 5월 원금 일부를 갚고 만기를 연장했고, 8월에 다시 늘린 만기가 이달 27일 돌아온다.
상상인은 대출 손해배상 의무를 담보하려고 관계회사인 에스이노베이션 신기술조합 지분이나 상장사 시너지이노베이션 주식을 매수자에게 1순위로 제공하겠다고 공시했다. 시너지이노베이션은 상상인 지분 8.42%를 가진 2대 주주다. 담보의 구체적인 내용은 따로 합의하기로 했다. 매수자와의 조건 협의는 오는 13일, 유 대표 항소심 선고는 그로부터 두 달 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