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소속으로 표시된 한 직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차 안팔리고 적자나서 비상경영체제 돌입할 각”이라는 글을 올렸다. 비상경영은 현대차가 이미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였다. 연결 실적은 3분기까지 흑자였지만, 자회사를 뺀 현대차 본체의 이익률은 4%대로 얇아져 있었다.
4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현대차 소속으로 표시된 이용자가 현대차를 비하하는 표현을 제목에 사용해 올린 글에서 본사가 A4용지를 지급하지 않아 인쇄를 하지 못하고, 회사 행사 대부분이 축소되거나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비전선포식에서 비전을 선포하지 못했고, 출시 두 달 된 신형 아반떼도 판매가 부진하다고 적었다.
글은 올라온 지 한 시간도 안 돼 조회수 1400건을 넘겼고 댓글 38개가 달렸다.
차량 가격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새회사’로 표시된 이용자가 아반떼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하자 작성자는 해당 가격이면 BMW 3시리즈나 테슬라를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엔케이맥스 소속으로 표시된 이용자가 아반떼 가격 책정 담당자의 책임을 묻자 현대모비스 소속 이용자는 해당 부서를 특권층에 빗댔다. 작성자 역시 현대차 상품본부는 내부에서 책임을 묻기 어려운 조직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다만 실제 가격 결정 과정이나 인사 책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생산 현장 상황을 놓고도 주장이 엇갈렸다. 공무원으로 표시된 이용자가 다른 현대차 직원은 작업량이 그대로라고 주장했다며 어느 쪽이 맞느냐고 묻자 작성자는 차량 주문이 없어 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프로젝트 수와 실제 판매량은 별개라고 지적했다. 생산라인 가동률과 부서별 업무량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
현대차의 경영 상황을 둘러싼 반응도 엇갈렸다. AJ네트웍스 소속 이용자는 현대차 직원들이 정년 보장과 성과급 혜택을 누리는 반면 주주들만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SK에코플랜트 소속 이용자는 울산 공장 노동조합이 회사 사정보다 직원 보상을 우선시한다고 비판했다. LG화학 소속 이용자는 자사에 이어 현대차도 비상경영에 들어가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고, 삼성전자 소속 이용자는 비상경영의 부담이 임원보다 일반 직원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반응했다.
■ 비상경영 인정한 현대차…3분기 흑자에도 판매 급감·실적 목표 하향

비상경영이라는 말은 회사 입에서 먼저 나왔다. 현대차는 지난달 29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실적 설명 전화회의)에서 “매월이 비상경영(컨틴전시) 체제”라고 밝혔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원자재 가격 인상에 대응해 매달 컨틴전시 계획을 가동하며 비용 절감을 최적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실적은 흑자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2조6772억원으로 1년 전보다 5.5% 늘었다. 매출은 45조1102억원으로 3.4% 줄었지만 영업이익률은 5.9%였고, 당기순이익도 1조9317억원 흑자였다.
4분기 적자 가능성도 회사 전망과는 어긋난다. 현대차가 실적 발표 때 제시한 올해 목표(매출 1~2% 성장, 영업이익률 5.5~6.5%)를 지난해 매출 186조2545억원에 대입해 역산하면, 가장 낮게 잡아도 4분기에 영업이익 2조3000억원가량을 내야 목표에 닿는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8조428억원이다.

다만 자회사를 뺀 현대차 본체만의 별도 기준 실적은 훨씬 얇다. 상반기 별도 영업이익은 1조621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2%에 그쳤다. 지난해 연간 별도 영업이익(3조5151억원)도 전년(6조5994억원)의 53% 수준으로 줄었다. 국내 판매가 27% 넘게 빠진 3분기의 별도 실적은 이달 중순 분기보고서에서 공개된다.
판매는 확실히 줄었다. 3분기 도매 판매는 92만710대로 11.3% 감소했고, 국내 판매는 13만1468대로 27.2% 급감했다. 현대차는 영업일수 감소와 국내 공장 생산 차질을 이유로 들었다.
회사는 올해 목표도 낮춰 잡았다. 연간 도매 판매 목표를 415만8300대에서 400만대로, 영업이익률 목표를 6.3~7.3%에서 5.5~6.5%로 내렸다. 자동차 부문 투자 계획도 17조8000억원에서 16조원으로 1조8000억원 줄였다. 대미 관세 영향이 이어져 당분간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 신형 아반떼, ‘안 팔린다’는 아니지만 한 달 새 1444대 줄어
“아반떼가 아예 안 팔린다”는 주장은 과장이다. 업계 집계에 따르면 신형 아반떼는 10월 가솔린 5050대, 하이브리드 451대 등 5501대가 팔렸다. 다만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던 9월(6945대)보다 1444대 적다. 하이브리드라는 선택지가 늘었는데도 가솔린 판매 감소분을 메우지 못한 셈이다.
구형 재고를 합친 아반떼 전체 판매는 5730대로 1년 전보다 4.7%, 한 달 전보다 21.6% 줄었다. 현대차 전체로도 10월 국내 판매는 4만9042대로 8.9%, 해외를 포함한 글로벌 판매는 32만9773대로 6.3% 감소했다.
현대차의 최대주주는 현대모비스로 지난 6월 말 기준 지분 22.36%를 갖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합친 지분은 30.67%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 대표이사로 지분 2.73%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5.57%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는 기아(18.10%)이고,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3%다.
현대차는 원가 절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본부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재료비를 줄일 수 있는 부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어 4분기에는 원가 절감 효과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10월 1428대가 팔린 신형 투싼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고객에게 인도된다.
